울동네에 첫매화가 벙글던 날이였다.
장바구니 옆에 끼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어느 집 담장에 매화가 함초롬이 피어있어..
하~ 반갑고 하~ 이뻐 ..
디카에 매화의 은은한 자태를 담고 있는데..
지나가던 여인네 둘이 내게 말을 건넨다.
"이쁘신 분이 뭐 하고 계세요?"
이쁘다는 말에 내 맘의 경계심은 무장해제 되고..
나는 헤헤~~거리며.."매화가 피어서요~"
교회전도를 다니는 중이라는 두 여인네..
교회위치를 가르쳐주는데..
지난 가을 나홀로 <연인들>이란 프랑스영화를 보러
DMZ가던 길에 보았던 그 교회다.
교회 앞마당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해주는 광경을
지나가며 마음 찡~하게 보았더랬는데..
<아? 거기..무료급식해 주는 곳..맞죠? >
<저.. 근데..거기 봉사는 교인들만 하는 건가요? >
<저도 가서 봉사하고 싶은데..>
흔쾌히.. 오시란다.
매주 목요일 12시 40분에 배식을 하니..
그 전에 아무 때라도..오시란다.
◆ 사랑교회
햇살에도 바람에도 구름에도
봄날의 따스함이 스며 흐르는 하루..
교회첨탑이 참 높고 이뻤던 하루..
삐죽이 고개 드밀고 ..인사를 드리니..
저번에 보았던 그 여인네 중 한 명이 화들짝 반기며..
안그래도 오신다기에 기다렸노라고..
다들 환히 웃으며 덥썩 반겨주신다.
허리 굽은 할머니 한 분은 고맙다고..
나를 안고 토닥토닥거려 주시고..
고등학생 딸이 있다 하니..
아가씨 같다며..나를 한껏 추켜올려들 주신다.
나는 꽁치를 노릇노릇~~굽고..
콩나물 무치시던 할머니 두 분이
나이가 드니 입맛도 변해 간을 못보겠다고..
나더러 콩나물 간도 봐 달라..
소고기국 간도 봐 달라..
어찌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많으시다.
내 또래도 몇 있었지만..
예순은 이미 훌쩍 넘기신 일흔 중반의 할머니들..
잠시도 쉬지 않으시고 어찌나 부지런히 일들을 하시는지..
지금은 식사준비 다 끝내시고 햇살 비추이는 밖에서
잠시 허리 피시는 중..
노숙자분들이 교회 안에서 예배를 보는 동안..
식사준비를 끝내고 잠시 밖으로 나와 나도 봄햇살을 쪼인다.
간만에 봄다운 봄햇살..따스하고 구름도 포근하다.
아마도 ..배식 끝난 후에 예서 설거지를 할 모양이다.
일흔 여섯이 되셨다는 할머니 봉사자..
살결도 어찌 그리 희고 고우신지..
참 고우시다고 ..내가 말씀을 드렸더니..
바지를 걷어올리시며 종아리까지 보여주신다.
<할머니 ..아직도 속살이 너무 탱탱하셔요..>
아이처럼 웃으시던 할머니..
60 여명의 노숙자분들이
이곳에서 한 끼 식사를 드시고 가셨다.
<맛있게 드세요.>
<잘 먹었습니다.>
<많이 드세요>
<감사합니다.>
매화 첫 벙글던 날에 인연을 만났고..
그 인연으로 하여..조금은 산 듯이 산 하루..
꽁치를 함께 굽던 옆의 아주머니 말씀..
봉사가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내가 행복해지고 싶어 봉사를 하는 것이라고..
나 또한 그렇게 이기적인 마음에서..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꽁치 굽고 배식하고 설거지 하고..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