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8월 21일. 목. 비 온 후 맑음.
무엇을 바라 나.. 오늘 여기 서있는가?
나.. 덧없는 하루에 지쳐버린 어리석은 존재임을 어찌하랴!
쉼없는 반복의 나날속에서 나.. 얼마나 진실하였던가?
허구와 허상 나..정녕 그러하지는 않았는지..
감춰진 진실이 더러는 드러난 허구보다 못함을 나..알고 있다.
진정 얼만큼이나 진실하였고 진실할 수 있을런지..
소녀적 나.. 왜 그다지 눈물도 많았는지..
나.. 왜 바보처럼 아무데서나 울기도 많이 했는지..
나..무엇을 바라 그토록 혼자이길 소망했는지..
무엇때문에 존재의 의무를 느껴야했는지..
나..사랑할 줄 모르는 아이였지만 참 많이도 내 사랑을 고백하였지..
사랑 아닌 사랑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 고집하였지..
여운마저 남기지 않을 그러한 냉정을 익히지도 못하면서..
나..참 어리석은 만남을 사랑하였지..
정이란..
어찌하여 사람의 마음을 이다지 나약하게 만드는지..
나..현실처럼 냉정하고 싶다.
그렇게 세상을 한번쯤 냉소하여 비웃고 싶다.
맨처음 내 존재를 길바닥 위에 뒹굴게 하고 뼈아픈 고통을 겪게도 해야할 것 같다.
나..얼마나 모순덩어리의 아이인가..
나..울어야 한다.
존재 밑바닥에서 길어올린 샘물처럼 깊이깊이 울어버려야 한다.
그래서 나 조금이라도 진실하고 싶다.
착하고 싶다.
엄마 아빠껜 착한 딸이고 싶고 동생들에겐 좋은 언니이고 싶다.
아 그러나 나.. 지금 어떠한가..
정녕 나..왜 이리도 못되고 어리석은 계집애인가..
- 스무살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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