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쇼파에 앉아 내가 나를 찍었습니다.
전보다 볼살이 통통해졌습니다.
머리는 많이 길었구요.
쏭이가 엄마의 긴 머릴 좋아합니다.
우나도 엄마 머리 자르지 마라..그러구요.
요즘은 웃는 날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춤도 다시 추기 시작했구요.
미치게 사랑하던 것들과 작별했습니다.
캄캄한 터널 속에서 방향을 잃어버렸습니다.
막막하고 아득하고 두렵기도 하여
절망처럼 쓰러졌습니다.
그러나 알지요.
결국 쓰러진 나를 일으켜세울 수 있는 것은
나 뿐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가 빛이고 희망이란 것을..
힘들고 무서웠습니다.
무엇으로 견디고 지탱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호흡이 가빠 숨 쉬는 하루하루가 힘에 겨웠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견디었습니다.
그나마 나에 대한 이기적인 애착이 남아 있기에..
나는 나를..
나에게 포함된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언제나 나는 말을 하지요.
보다 중요한 것은 피냄새 풋풋한 현실과 현재에 있다고..
훗날에 돌이켜..
내가 무엇을 후회하고..
무엇을 애통해 하고..
무엇을 절절해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다만 말입니다.
나란 여자..
이렇게밖에 살 수 없었노라고..
그래도 내 삶과 내 사랑과 내 추억과 내 아이들을
사랑했노라고..
내 방식으로 무척 사랑했노라고..
흐렸던 날들만큼 제 눈가에도 입가에도
이젠 희미한 나이테가 그려지고 있습니다.
제 눈은 조금 더 깊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졌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때나 글썽여지는 울보입니다.
비만 오면 눈물이 납니다.
아름다운 음악만 들으면 슬퍼집니다.
밤하늘 별빛에 동공이 흐려집니다.
길가의 풀포기에게서도 외롬을 감지하고 애잔해집니다.
우울하고 흐리고 조금은 슬픈 것들에게 끌리는..
나는 여전히 울보입니다.
그래서 자주자주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눈물을 삼키려..
그래도 나..
건강하고 이쁘게 잘 살아갈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과
눈물나는 것들을.. 위하여..
이렇게 또..나는 나를 남깁니다.
내 마흔 여섯 해의 봄날에..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