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8월 15일. 광복절날 새벽..
우리는 자유로와지고 싶어한다.
이 세상사에 얼키고설킨 매듭들을 때로는 한마디의 남기도 없이
그렇게 풀어버리고 싶어진다.
어제도 오늘도 가슴에는 세월이 주는 아픔이 시퍼런 멍이 되어 남아 있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나 하나만의 오만..
그래서 펜을 움직인다.
지금의 내 마음..나 자신이 싫어질 정도로 냉담하다고 느낀다.
그래야만 한 줄이라도 진실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그러나 이제금 후회되는 건..
난 내 스스로에게 소중한 언어를 남용해버렸다는 비굴함..
철이 너무 없었다는 그러한 생각..
세상일을 너무 가벼이 여겼다는 순진함..
바보스런 일들..
우린 만났다.
그리고 별을 보았고 대자연을 호흡했다.
혼자만으론 벅차다고 생각했던 밤하늘을 둘이서 볼 수 있다는 ..
이것 하나만이 너무 좋았을 뿐이다.
꿈꾸던 초록빛을 그 아이로 인해 만끽항 수 있었고
마냥 푸르러 가는 계절이 우리를 닮아간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새김질 하다보면 밑도 끝도 없이 쏟아질 것 같아..이만..
내게로 전해져 오는 그 애의 첫 느낌은 ..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한 듯한 환희..그것이였다.
별과 어머니와 눈물을 얘기하던 우리..
그 날 난..처음으로 만남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오로지 순수하다고..아름답다고..느꼈었던 만남..
그 아이의 처음 이미지는 순진무구한..그러면서도 영리하고 때로는 고뇌하는 ..
소를 모는 목동을 떠올릴만큼 순수하다고 난..생각했었지.
난 친구가 되고 싶었다.
정말 난..철이 너무 없었다.
넌 내게로 한 발자욱씩 소리도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난 친구라는 이름으로 너를 맞이했다.
진심으로 친구이고 싶었다.
너는 내게 친구 이상을 요구했었고..
난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에 사랑은 훗날의 일이라고 ..끝까지 친구라 했건만..
넌 그냥 ..내 외로움을 앗아버린 고마운 사람이라고만 느꼈었는데..
넌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첫 사랑을 고백했었다.
그 사랑얘기는 슬펐다.
난 그때..너를 위로할 어떤 단어를 찾으려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별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선 울어버렸다.
세상에는 완전한 순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는 슬퍼하였지.
그 첫사랑의 감정이 순수했던 만큼 내게로 오는 너의 마음은 ..
그 첫사랑의 찌꺼기에 불과하다고..내 조그만 자존심 때문에 서러워하였지.
그리고는 난 절대 너를 이성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음을 생각했다.
만약 내가 네곁을 떠나버리면 네가 또 다시 슬퍼할까봐 ..
난 감히 너에게 냉정할 수도 없었다.
친구이기에 이해해야 한다고..스스로를 타이르며 너를 보며 웃을 수 밖에는..
그땐..내가 옹졸한 계집애였어야 했다.
화를 내고 ..너를 멀리 했어야..그랬어야 했는데..
난 그 때..삶을 찬미하고 있었으며
세상 어떤 일이라도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오만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너를 친구로 받아들일 수 밖에는..
너도 그 이상으로 나를 대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 하지만 비록 아픈 추억들만 남았지만
그때만은 진실했던 사랑인데~~
- 벗 님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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