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8월 13일. 수요일. 흐리고 바람..비..
길다란 흑발이 바람결에 흩날리는 기분은 참 좋았다.
넘실대는 초록이 싱싱해서 좋았다.
바람은 불고 나는 약간 쓸쓸해서 좋았다.
시가 음률처럼 흐른다.
내 서러운 가슴을 타고 별을 보며 무작정 떨구던 눈물처럼 흐른다.
흐른다.
우리 인생이..우리 젊음이..흐름 속에서 서서히 변모해 간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변할 수 밖에 없음이 진리인 듯 하다.
사랑도..우정도..
나는 이 현실이 밉다.
나를 겁쟁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응하지 못하고 반항한다.
반항할 힘마저 없었더라면 난 이미..존재할 수도 없을지 모른다.
참말 지독히 냉담하다.
무섭고 두렵다.
그래서 나 또한 변함을 연습 중이다.
아주 냉정하게..
우리 고뇌에 찌든 사람들아,
한 번쯤 네 본질이 숨쉬는 자연으로 돌아가 보라.
그 순수한 초록빛 속에서 너 또한 순수한 호흡을 토해 보려무나.
자연은 솔직하다. 정직하고 진실하다.
사람들아,
한번쯤 너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너를 바라보아라.
과연 얼만큼이나 진실하게 살아왔던가..반성해보란 말이다.
뼈아프게 후회도 한 번 해보란 말이다.
사람들아,
너의 거짓하나로 울음우는 가슴이 있다는 것도 너는 왜 모르는가 말이다.
사람들아, 변함은 신선해서 좋다고 생각지 않는가? 무언가 새로움이 있지 않느냐 말이다. 그래..우린 항상 새로와지는 슬기를 익혀야할 것 같다. 변한다고 해서 애석해하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실에 가장 솔직하게 순응하는 자세일테니 말이다.
- 스무살 벗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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