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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개학날이다.
어제 오대산을 다녀오고 몹시 곤하였든지 내남자도 고대로 곯아떨어졌나 보다.
오늘은 내가 먼저 깨어 설거지하고 아침을 준비한다.
우나는 또 밤을 꼴딱 새우고 배가 고팠던지
새벽에 딸그락 거리더니만 지가 먼저 밥을 챙겨먹고..
내가 아침준비를 하는데 쏭이가 옆에 와서 도와준다.
쏭이가 나를 도와주는 이유는 내가 한 거 보다 지가 한 게 더 맛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요리를 할 때면 옆에서 쫑알쫑알 참견을 하거나
아예 지가 하겠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울 쏭이가 요리사가 되고 나는 보조가 되어버린다.
내남자랑 아이들이 빠져나가버린 후..
집안은 폭탄맞은 거처럼 어수선하다.
특히 귀차니스트 우리 우나방은 심란할 지경이다.
베란다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내 블로그 음악 틀어두고
구겨진 아이들 침대며 책상 옷들..설거지..후다닥 정리하고
샤워를 한다. 욕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생수통 배달이 있는 날이라 아저씨가 언제 오실지 몰라..
초인종 소리 들을려고..
지난번엔 얼굴에다 요플레팩을 한 채로..
생수아저씨랑 배달날짜며 요금결제방법에 대해서 한참을 얘기 나누었는데..
아뿔싸~~아저씨 가시고 나서 무심코 거울을 봤는데..
얼굴에 온통 허옇게 요플레 떡칠을 하구선..!##$%^&&
오늘 아저씨가 내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시구
얼릉 인사aks 하구 가버리신다.
◆ 김을 구우며..
나는 시중의 구이김을 절대 사지 않는다.
(아니.. 한 두 어번 사서 먹어보긴 했구나..)
지금껏 내가 직접 한 장 한 장 기름 바르고 재워서
석쇠나 팬에다 일일이 굽는다.
어느 하루 김을 한장 한 장 재우면서 드는 생각..
김 한 장 한 장 마다 솔로 정성껏 빈틈없이 기름을 바르고
석쇠나 팬에 한 장 한 장 앞 뒤로 일일이 돌려가며 굽듯이..
살아가는 순간 순간 정성껏 살뜰하게 살아야겠다는
뜬금 없는 생각이 들었다.
◆ 김치를 담그며..
탈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우리집 김장김치..
김치귀신인 울집 식구들 덕분에 어느새 동이 나버렸다.
다행히 ..김장김치가 참 맛나서..겨우내 참 맛나게 먹었다.
마트에서 배달해온 배추가 영 새들새들하다.
하긴 월동을 했으니 가을배추처럼 생생할 수야 없겠지.
주부들에게 김치담그기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래도 김치통 그득그득 김치를 담그고 나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 오리고기를 먹으며..
한날 저녁..내남자가 오리고기 사갈테니 저녁에 오리고기 먹잔다.
육류 중에 유일하게 알칼리성이라 사람 몸에 좋다해서
봉일동의 도가네나 애니골의 가나안덕에서 가끔 먹곤 했는데
집에서 직접 구워먹기는 처음이다.
두 마리라는데 양이 엄청 많다.
탕으로 끓여먹을 뼈다귀도 푸짐하다.
거실에다가 신문을 쫘악 깔고 내남자는 열씨미 굽고 나랑 쏭이는 열씨미 먹고..
언제나처럼 내남잔 굽기만 하다가 우리가 실컷 먹고 배를 두드릴 즈음에야..
본인이 먹기 시작한다.
학원 마치고 늦게 귀가한 우나가 먹다 남긴 오리고기와 구운김치를 안주삼아..
내남자와 난 와인을 마신다. 우아하게??
◆ 서점에서..
수학학원 마치는 쏭이 간단하게 뭐라도 먹일려고 기다리면서..
책 두 권을 골라 들고 자주 가는 서점 구석자리에 잠깐 앉았다.
<나는 꼼수다>와 <난설헌>
난설헌을 읽고 있는데..엄마, 어디야?..쏭이의 호출..
다음에 와서 마저 읽어야겠다.
난설헌의 삶과 시를..나꼼수도..
나에게는 세 가지 한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
<허난설헌>
- 벗 님 -
벗님과 딱 반대네요.
여자로, 남편의 아내로, 그리구 한국에 태어나 너무도 행복한 우리 벗님과는.........
살림의 여왕, 고수 같습니다.
모두 오늘 저녁 식탁에 내 놓으면 좋을 듯 합니다.
오리고기에, 새로 담군 김치에, 직접구운 김....완벽한 밥상이네요.
거기에 가족의 사랑까지 더해지면요.
몸은 조금 쉬어주셔야 할듯 합니다.
그넘에 중국산 소금때문에 참으로 고생이 많으시네요 ..
겨울이 참으로 길듯 하네요 .
저희도 어머니께서 살아계실때는 그리 김을 일일이 재서 먹었는데 ...
요즘은 그맛을 볼수가 없습니다.
주말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허난설헌의 세 가지 한이... 평범한 일상에 야릇하게 비춰지는 무언가가 느껴지네요...
그것이 어떤것인지..... 조금은 짐작이 되는듯 합니다..
사실은
이조시대 여자들은 강자
남정내는 대문옆
문지기 방으로 보내고
안방마님...ㅍㅎㅎㅎㅎㅎㅎㅎ
해서 자식의 지배권을 완전히 확보
그리고 곡간 열쇠는
시어머니에게서 아내에게로
바로, 경제권을 확실히 챙기는 것
고로, 여자는 아주 강했다..ㅍㅎㅎ
매일 밋밋하면 재미가 없지요
이런저런 사건도 터지고
어지럽혀진 방도 좀 있고 해야.....
주말입니다
오대산행기
얼른 올려주세요~~^*^
난 쇠고기 먹으러 갈까! 생각중~~
휴일 잘보내시게~~
여자들의 삶을 표현한 책이죠.
김을 저만 구워 먹나 했더니.... 님도 반갑습니다~
요즘 김 직접 구워먹는 주부 그리 흔하지 않던데..
저 역시 시중에서..
한장 한장 기름 바르는 시간
사색의 시간이였던..옛날 기억나요.
난설헌의 삶과 시..
살짝 궁금해지네요..
다 읽으시면 감상문 기대해도 될까요?
늘 책을 가까이 하시는 벗님 멋쟁이~!!
암튼 보면 볼수록 지혜뭉치 뭉뭉치여요, 벗님.
짱아찌 한개를 올리더라도 스스로 만든 음식들을 보면
지혜가 있는 블러거라고 생각하는데,
개코같이 번들 휘황환 음식점 음식을 놓고
카메라 드리대는 모습 보면 이젠 공해로 진입된듯.
더우기 거시기 찬 남정네들의 그짓거리~~ 에잉~~
암튼 벗님 그남자
요강 타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ㅎㅎ~
허난설헌 은 저도 좋아합니다
백옥루상량문/김진원 소설가의 작품 도 참 좋습니다
즐거운 휴일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