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아마 남대봉일 듯 합니다.
이름표가 없어 자신할 순 없구요.
한 무리의 산행팀을 만났는데..
복장이며 눈산을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걷는 폼새 하며..
산빛에 검게 그을린 얼굴빛 하며..
전문 산악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사람들이였습니다.
그 중..한 남자는 이 에이는 날씨에
속살이 훤히 비치는 망사옷 하나만 걸친 채였는데..
멋있어 보였어요.ㅎ~
도대체 비로봉이 어디메쯤에 있을까요?
여기선 콧빼기도 뵈지 않을테지요.
저 구비구비 능선길을 타고 가다가다 보면..
오늘 중엔 만나지겠지요.
향로봉 아래..헬기장 같은 너른 곳에 앉아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내남자가 배가 마니 고팠던가 봅니다.
다음엔 먹을 거 마니마니 사갖고 오자 합니다.
잠시 후..젊은이 세 명이 우리 옆에 앉아 두런두런 점심을 먹습니다.
평창에서 왔다는 세 젊은이..이들도 종주를 할꺼라 합니다.
안그래도 늦어진데다 산행하는 사람도 드문하여 걱정이였는데..
길동무가 생겨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내남자 어제 침대가 안좋아 등이 아프다고 하소하고 있는 중인 듯 합니다.
산을 오르는 건 내가 잘 오르고 하산할 땐 자기가 더 잘 한다고..
그것도 자랑이라구..푸훗~~
네 명의 남자는 뒤에 두고 일단 내가 먼저 앞장서 갑니다.
아무래도 결국엔 내가 뒤쳐지게 될 것이고..
산중의 겨울해는 빨리 떨어질 것이기에..
캄캄한 어둠이 내리기 전에 하산할려면 바삐 서둘러야 하겠기에..
향로봉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내남자를 포함한 네 명의 남자가 오지 않길래..
일단 나는 또 비로봉을 향해 전진 합니다.
여기가 곧은재?쯤일까요? 이정표가 없어서..
행글라이더 하는 남자 두명..
산행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들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려고 멈추어 섰습니다.
저렇게 비상하기까지..금방 되는 게 아니더군요.
몇 번을 날개를 펼쳤다 하면서 점검을 하고..하고..
저 아저씨는 저거 타고 자기 집에 갈거라네요.
이곳에서 20분이나 소비해버렸네요.
젊은 남자 세명도 먼저 가버렸구요.
서둘러야겠어요.
아~~가도가도 비로봉은 보이질 않습니다.
어느 봉우리가 비로봉인지도 모르겠구요.
해는 자꾸 서산으로 기울고..
마음은 자꾸 바빠지고..
아? 쩌어기~~비로봉이 보이는군요.
지금 시각 오후 4시 15분..
비로봉까지 1.7 km남았다는데..
지칠대로 지친 다리를 끌고 저 까마득히 보이는 비로봉까지
늦어도 5시까지는 도착해야 할텐데..
현재상태로선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오늘의 최고봉인 비로봉..
내남자가 예까지 와서 비로봉을 오르지 않을 수는 없다. 라기에..
어두운 산길을 하산할 생각에 걱정도 되었지만..
나는 그 말이 참 반가웠습니다.
◆ 비로봉에서..
비로봉 도착시각이 오후 4시 50분 경..
드디어 우리는 해냈습니다.
그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다 넘고 넘어
치악의 최고봉인 비로봉을 정복했습니다.
그간의 여정이 너무 힘들어 입에선 절로 악소리가 났지만..
나는 지금 감탄을 연발합니다
우리보다 앞서 올랐던 세 젊은이들이 우릴 보구 깜짝 놀랍니다.
우리가 포기하고 내려간 줄 알았다고..
나더러 참 대단하다고..
신혼인 듯한 저 젊은이는 자기 와이프한테 영통으로 이 절경을 보여주다가
삐끗해서 넘어졌습니다.
그래도 즐거운 듯.. 하하 껄껄~~~
◆ 비로봉에서 바라본 절경들..
내남자 인증샷..
◆ 사다리병창길로 하산
처음 예정은 좀 완만한 계곡길로 하산하려 했으나..
저 젊은이들 따라 사다리병창길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어둑해지는 산길에 든든한 길동무가 되어줄 듯 하니요.
우리가 아마 이날 치악산 비로봉에 최후까지 남은 사람들이였을 겁니다.
가파른 계단길이 끝까지 이어지는 난코스라고는 하지만 경치는 그만이였습니다.
저 젊은이들 따라 부지런히 내려가야지요.
조금이라도 더 어두워지기 전에..
결국 비로봉 오를 때 부터 낌새가 안좋던 왼쪽발에
쥐가 나고 통증이 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깊은 산 속..해는 기울어가고..
그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밖에요.
아픈 건..나중에 하산해서 아프기로 하고..
사다리병창길..정말 아찔했습니다.
저 길을 가려면 목숨 반 개쯤 내놓고 가야할 듯 합니다.
저 좁은 통로같은 길이 깎아지른 절벽의 꼭대기거든요.
게다가 왼쪽엔 안전장치도 없어..
난 정말 후덜~~거렸어요.
사다리병창길을 다 내려오니
사위는 어둠이 내려앉아 캄캄했습니다.
젊은남자 셋은 뒤로 어느 갈림길에서 갈라져 보이질 않고..
그나마 눈이 있어 그 하얀빛을 따라 걸을만했지만..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저어 멀리로 보이는 구룡사의 불빛이 얼마나 반갑던지요.
구룡사 아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7시 15분..
그렇게 12시간여 치악산 종주를 마쳤습니다.
<야호~~야홋~~ 후련하게 소리치고 싶었어요.>
내 생애 가장 길고 힘들었지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이 기억할만한 산행이였습니다.
금대계곡의 설경은 천상인 양 눈이 부셨고..
어느 작은 봉우리에서 바라본 치악의 설경은 감탄 또 감탄이였습니다.
치악산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오밀조밀 힘들어도 재미났습니다.
비로봉의 절경이야..또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치악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고..
나는 세상 시름 다 잊고 행복했더랍니다.
내 몸은 혹사를 당했지만 ..
내 마음은 더할 수 없는 호사를 누렸더랍니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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