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자하고 나하고 치악산 종주 계획을 잡았습니다.
해발 1288M의 치악산..
치가 떨리고 악에 바쳐.. 치악산이라고 혹자는 그러더군요.
금대계곡 ->남대봉 ->향로봉 ->곧은재->비로봉->사다리병창길->세렴폭포->구룡사
장장 24.6 km의 구비구비 가파른 산길..
12시간 여의 강행군이였습니다.
◆ 금대계곡 아래 마을에서 출발..
하루 전날 저녁 금대계곡 아랫마을에 도착해서 모텔에서 하루 유하고
아침 7시경 산행을 서두릅니다.
삼거리 슈퍼에서 간단히 아침요기라도 할 곳을 물으니..
아무데도 아침식사 할 곳은 없다고 합니다.
컵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겠냐니..연탄불이 꺼져서 안된다고..
멀쩡한 가스렌지가 보이는데도..
우리가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닌데..
내남잔 너무 이른 아침이라 그럴 거라고 하지만..
난 왠지 인심이 야박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을 굶은 채로 일단 산행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가다가 만난 이쁜 풍경..
금대계곡 어디메쯤에 찌르님의 별장?이 있다 그러셨는데..
나는 소담한 집이 보이면 괜히 기웃거려 봅니다.
몰랐는데..밤 사이 눈이 내렸나 봅니다.
저 멀리로 보이는 치악의 능선자락마다
하얀 눈이 쌓인 게 보입니다.
설레입니다.
내남자가 검색해 보니 3월 부터 5월까지..
치악산 산행은 통제된다 하더군요.
그래서 3월이 오기 전 부랴부랴 계획한 치악산 종주..
그런데 산 아랫자락 플랜카드에 2월부터 입산통제라고..
벌금이 20만원?이라고..
그래도 어찌해요..예까지 왔는데 못 먹어도 go지요.
다행히 마을분인 듯한 부부가 산책처럼 산을 오르고 계셨어요.
을매나 반갑든지..
금대분소 매표소에서 관리인 남자가 우리를 보고도
아무 제재도 하지 않아 한시름 놓았지만
그래도 산림감시원한테 걸려 하산조치 당할까봐
금대계곡 오르는 내내 을매나 쫄았던지요.
에쿠~~사진 찍느라 쪼매 뒤쳐졌더니만..
내남자 저 앞에서 뒤돌아보며 얼른 오라고 또 도끼눈을 뜨네요.
얼른 쫓아가야지요.
갈 길이 을매나 멀고 머언지..
하루만에 종주가 가능할지 어떨지도 가늠이 안되니
내남자 말처럼 서둘러야할 것 같아요.
산을 오를수록 하얀 눈이 소복소복해집니다.
산길마다 눈꽃은 또
을매나 어여쁘고 화사하던지요.
이렇게 이른 시간에 하산하는 남자분이 계십니다.
어제 올랐다가 일이 있어 산에서 유하고 하산하는 길이랍니다.
비로봉까지 종주할거라고 하니..
깜짝 놀라며 우려의 낯빛으로 나를 봅니다.
시간이 좀 빠듯할 거 같다고 염려하는데..
"일단 함 가볼려구요."
나는 자신만만하게 답합니다.
후훗~~
조 아래 쪼만하게 까만 점처럼 걸어오는 내남자 보이죠.
난 벌써 이만치나 와있는데..
금대계곡의 설경..눈부시지 않나요?
난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웠어요.
아마 아들바위인가 봐요.
이 앞에서 나는 또 삼배를 합니다.
전엔 이런 곳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지나쳤는데..
나는 요즘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간절한 나의 바램 하나를 빌어봅니다.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삶이 휘청일 땐 이렇게라도 기대어보는 것이지요.
뒤따라온 내남자가 농을 합니다.
"아들 하나 점지해달라고 빌었나?"
이렇게 기막힌 설경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어
나는 또 디카를 꺼내들고..
그러노라면 또 내남자보다 뒤쳐지고..
금대계곡을 오르는 내내 우리 둘 뿐이였습니다.
호젓하고 적막했지만 우리보다 앞서간 발자욱이 있어..
길안내를 해주어 참 다행입니다.
하마터면 초행길인 금대계곡에서 몇 번을 헤매일뻔 했습니다.
집에서 준비해온 찐계란이랑 브로콜리 셀러드로
아침을 대신한 우리 둘..
아침이 부실하니 내남자가 힘이 드나 봅니다.
드디어 하늘이 보이고 금대계곡의 끄터머리에 다 와갑니다.
조금만 가면 우리의 첫 목적지인 남대봉이 나올 듯 합니다.
예까지 장장 4시간이 걸렸습니다.
예상보다 시간을 마니 오버했습니다.
산 아랫자락 마을길이 제법 길어
거기서 시간을 너무 허비한 듯 합니다.
소란소란거리는 여인네들의 소리가 하 반가웠습니다.
그냥 지나칠려니..내남자가 일단 올라가보자 합니다.
푸욱푸욱~빠지는 눈길..
발자욱을 따라 올라가 봅니다.
후훗~~이 여인네들이였군요.
내남자랑 나랑 막걸리 한 잔을 얻어 마십니다.
꿀맛입니다.
안주로 비스켓도 나눠 주네요.
그리고 산신령에게라도 드리는지..
막걸리를 뿌립니다.
산에 대한 예의를 아는 여인네들 같습니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이 기막힌 절경을 담을 수가 없을 것 같아..
내남잔 동영상을 찍습니다.
햐아~~~~~~~~~~
감탄이 절로 나는 경관이였습니다.
어쩌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으론 백만분의 일도 보여드릴 수 없음이
그저 안타까울 뿐..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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