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스무살 이야기

우리 아름답게 살자 - 편지-

by 벗 님 2012. 2. 25.

 

86년 8월7일. 정애에게 띄운 편지

 

 

758

 

 

 

정애야,

태양빛이 눈부신만큼 대지의 신록들은 한층 더 초록을 뽐내는 듯 하다.

언제나 느낄 수 있는 것은 초록빛깔은 퇴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교정이 그랬고 우리의 우정 또한 그렇게 빛나고 있기에..

 

내 작은 가슴이지만 이 가슴이 벅차도록 사랑하고 싶다.

하나하나 나열할 수 없을만큼 무수한 존재들..

하늘과 별..초록빛 대자연..친구들..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결론은 삶자체를 사랑하고자 함이다.

어쩌면 난 이 <사랑>이란 말을 남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애야,

난 지금 삶에 대한 허무를 잔뜩 머금고 있단다.

내가 왜 사는지? 어찌 살아야 할지?

도대체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고 종일을 생각으로 보내도 아무런 결론도 얻을 수 없다.

이렇게 방황하는 내 마음을 인도해주는 한줄기 빛이 <사랑>이였기 때문이다.

이 사랑은..내 삶에 포함된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을 말한다.

 

 

 

 

 

 

 

 

 

정애야,

우리네 사람은 고뇌하면서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어제도 오늘도 나는 괴로와하고 있다.

삶에 대한 단 하나의 깨달음이라도 얻고 싶어 몸부림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감지할 수 없을 만큼 크기만한데..

그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내 존재는 초라할 정도로 작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많이많이 자라야할 것 같다.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꿋꿋할 수 있는 우리의 마음을 키워야할 것 같다.

 

 

정애야,

오늘을 알리는 새벽이 성큼 다가왔다.

희뿌연 안개를 걷고 태양은 또 떠오르겠지..

오늘 하루가 시작되고 ..

그리곤 아무런 말도 없이 하루는 또 그렇게 흘러가 버리겠지..

돌고도는 순환 속에 매일마다 태양이 떠오르고 하루는 시작되건만..

그 옛날..그 추억..그리운 이들..

왜 아름다웠던 것들은 추억이 되어버리고 ..

두 번 다시 내게로 돌아오지 않는 걸까?

이토록 눈물나도록 그리운데..

 

 

 

 

 

 

 

 

 

 

정애야,

난 아직도 철없는 바보인가 보다.

추억속에 묻혀 현실을 외면하고 살아온 나의 삶이 덧없는 구름과 같았음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꿈과 이상에만 젖어서 ..이 현실이 미워서..

모든 것들을 거부한 채..

혼자서도 외롭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던 그 자만도

이제는 조금씩 거둬들여야 할 것 같다.

 

 

정애야,

우리 아름답게 살자.

착하고 순수하게..

그렇게 사랑도 하면서 살자.

내가 조금 더 슬퍼하고 괴로와하면서..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포근히 위로도 할 줄 아는..

그러한 사람이 되자.

 

 

이만 안녕을 고한다.

너의 거침없는 계획이 실행되길 바라며..

 

 

 

 

- 숙 -

 

'♥추억 > 스무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생님께.. -편지-  (0) 2012.03.11
외로와도 허무해져도 삶을 탓하지는 말자  (0) 2012.03.04
갈팡질팡..헤매임..허덕임..  (0) 2011.12.27
소녀의 방  (0) 2011.12.17
하루를 뒹굴고 있다 -편지-  (0) 201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