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회사사람들과 관악산엘 다녀온 내남자..
일요일.. 나랑 함께 숨은벽을 오르기로 한다.
나야 이미 두 번 올라본 숨은벽..
내가 다녀본 북한산의 절경 중 가장 빼어난 곳..
내남자에게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었던 숨은벽을 올랐다.
♥
효자 2동에서 내려 국사당이라는 굿하는 곳에서 오르는 길..
조금 늦은 출발이였지만 산행하는 팀들이 여럿 있었다.
더러 단체로 또는 친구끼리 오기도 하지만 부부가 함께 산행 온 경우가 많았다.
계속 되는 오르막길..능선길..
봄이면 여름이면 참 절경이겠다 싶은 풍광들..
너른 바위에 잠시 쉬어간다.
저 앞의 저 사람?은 홀로 산행을 온 모양이다.
(저 분이 남자였는지 덩치 큰 여자분이였는지 난 아직도 모름??)
여자분이라면 참 대단하다 싶은..
이 길은 아낙네 혼자 오르기엔 난코스가 제법 있기 때문이다.
바위를 잡고 올라야 하는 코스가 많아 나같은 경우엔
내남자의 손을 몇 번 빌어야만 했기에..
드디어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위풍도 당당한
숨은벽이 저 멀리로 보인다.
생전 사진 찍히는 것도 찍는 것도 시러하는 내남자의 저런 모습이
나는 생소하고 대견?하기까지 하다.
산 아래에서 바라보면 산 위에서 여유로운 저 사람들이
아찔하면서도 참 부럽다.
저기가 어디쯤이였는지는 모르겠다.
한껏 줌으로 당겨 까마득한 저들을 담아본다.
사람들마다 체질이 있듯이..
사람들마다 산과의 궁합이란 것도 있다고 하신
레스피아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흙산이 편한 사람이 있고 돌산이 편한 사람이 있다고..
일반 산길은 내남자가 나보다 잘 오르는 것 같은데..
암벽을 기어오르다 시피하는 숨은벽길은 내남자가 자꾸 뒤쳐진다.
저번 감악산 계곡길..바위를 타고 오를 때도 그랬던 것 처럼..
한참 뒤쳐져 오는 내남자를 기다리며
숨은벽 아래에 서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숨은벽을 담아 본다.
숨은벽에서 다시 내려와 이 깔딱고개라는 곳을 올라야 한다.
더러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밤골로 하산하기도 하지만
산은 정상을 오르기 위한 것..
75도 쯤 되는 경사진 계곡길을 한참을 올라야 한다.
그냥 올라도 헉헉거려지는 코스인데..
잔설이 남아있는 위로 사람들의 발자욱이 더해져
군데군데 빙판이 되어진 길..
저만큼 뒤에 오는 내남자..
자꾸 뒤쳐진다고 내남자가 부실체력..뭐 그런 건 아니다.
내가 잘 오르는 것이지..
그리고 이 깔딱고개를 내남잔 처음이지만..
난 이미 세 번째 오르는 유경험자이고..
오르다가 두 어 번의 난코스를 만나
나는 또 내남자의 손을 빌어야만 했다.
겨울산행은 정말 조심하고 장비도 꼼꼼히 챙겨가야 할 것 같다.
가파른 바위를 오르면서 두어번..아찔했었다.
전엔 없던 계단길이 생겼다.
바로 옆이 호랑이굴이다.
호랑이굴 앞엔 사고다발지역이니 조심하라는 경고팻말이 있다.
전에..멋도 모르고 호랑이굴 탐험을 했던 아찔한 기억이 있다.
안그래도 빙판길에 이 바윗길을 어찌 통과해야 할까..
오르는 내내 걱정이였는데..
이리 편하게 계단이..
산길의 계단에 늘 불만이였던 내가..
이번만큼은 감사한 마음이다.
깔딱고개 넘어 커다란 바위가 바람막이로 있는 곳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한 점심을 떼운 우리 둘..내남잔 허기가 지나보다.
겨울산행땐 에너지 보충용의 간식을 넉넉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땀이 식고 잔설의 시릿한 냉기가 더해져
오를 때는 몰랐던 겨울산의 추위가 몸속으로 전해져 온다.
무엇보다 손이 젤 시리다.
빙판길이 아찔해서..백운대는 포기할려고 했는데..
외려 백운대코스는 햇살이 가득하여 올라볼만 했다.
무엇보다 정상의 봉우리가 저 앞에 바로 보이는데
그냥 눈팅만하고 가기엔 아쉬움이 클 것 같아서..
내남잔 힘이 든지..저번에 올라봤으니 안 가겠단다.
난 저 백운대를 이미 세 번이나 올랐지만 다시 오르기로 한다.
홀로..
추운데서 기다리고 있을 내남자 생각에 내 발걸음보다 마음이 바빠지고..
살짝인 빙판길에서 어떤 남자분이 아찔하게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니
괜히 올랐나 하는 두려움도 생기고..
그래도 아빠 따라온 남자아이의 씩씩한 모습 보니 나도 따라 용기가 생기고..
잠시 쉬며..백운대 맞은편의 저 수려한 봉우리를 담아본다.
그 너머의 빽빽한 사람 사는 세상도 잠시 바라 보고..
북한산성길로 하산하는 길..
열 번은 더 오르내렸을 길..
돌돌 흐르는 물소리에서
봄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계절의 봄은 더디 오더라도
마음의 봄은 어여 왔으면..
백운대 정상에서..
-벗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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