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0일. 포근한..
우나 학원 등록일이 좀 지났다.
괜히 원장님께 미안하여..등록도 하고 우나 마중도 할겸..
조금 서둘러 학원가로 갔다.
<엄마..출발한다> 문자를 보내니..
<10시에 마치는데 왜 벌써??>
그냥..좀 일찍 가서 파리바게트에서 아메리카노나 홀짝이며..
딸아이를 기다리는 행복한 시간을 음미하고 싶었다.
거리의 사람들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나고..
그러다 좀 지리하다 싶으면..책을 읽어도 좋구..
그래서 백석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를 챙겨갔다.
우나랑 쏭이가 함께 다니는 영어학원..
규모가 작은 학원이지만 철두철미할 거 같은 원장님의 이미지처럼..
소수정예로 참 알곡지게 가르쳐준다.
쏭이는 부쩍 영어에 재미를 붙이고..
우나도 공부할 의욕이 생긴다며..
아이들도 나도 이 학원에 만족한다.
다행이다. 좋은 학원을 만나서..
시간이 어중간하여..
학원에 마련 된 간이탁자에 앉아 우나를 기다리기로 한다.
커피 한 잔과 시집..그리고 딸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이다.
10시가 한참 지났는데도 우나가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날 수업을 다 소화하지 못하면 끝까지 남아서 다 해결하고 나와야 하는데..
보면..우나는 늘 가장 나중에 나오는 편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우나의 저력과 노력..그리고 탁월한 지능을 믿어 보기로 한다.
우나를 보면 미안하고 고맙고..그래도 마니 미안하다.
제때에 제대로 뒷바라지 못해줘서..
맞은편 빌딩의 즐비한 학원 간판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정말 옛말이 되어버린 지금..
언수외에서 실수로 하나만 틀려도 한 등급이 떨어지는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한 현실..
나는 어쩌면 아이들에게 너무 기회를 주지 못한 참 못난 부모인 것만 같아..
요즘은 자기주도학습이 대세이니 어쩌니 하지만..
그걸로 우나나 쏭이에 대한 미안함을 변명하려 하지만..
학원 다닌 후로..우나도 쏭이도 성적은 물론..
공부에 부쩍 흥미를 갖는 걸 보니..
특히 우나는 좀 더 일찍 보내주었더라면..
안보내는 거랑..못보내는 거..그건 천지차이다.
생각하면 마음만 아파온다.
오늘 자칭 학원이 만들어낸 우등생이라는 승철이랑
공부에 대해 3시간 동안 얘기 나누면서..
우나가 약한 언어에 대해 많은 고급정보를 얻었다고 의기양양해 한다.
수학학원 다니지 않고도 수학은 늘 일등급 받아오는 우나..
반면 언어는 강하지만 수학은 약한 승철이..
둘이 얘기가 너무 잘 통해..
공부에 대해 토론도 하고 서로 도움도 받고..
그런 승철이가 친구로서 너무 좋다는 우나..
3학년 때도 둘이 같은 반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여튼 학원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에..
오늘 승철이랑 나누었던 얘기를 재잘재잘 나에게 들려주는 딸아이..
어느새 부쩍 철이 들어 ..
이젠 든든하기까지 한 딸아이랑 걸어오는 밤길..
밤별은 더욱 초롱하다.
홀로 걸으면 멀고 지리하기만 하던 골목길..
딸아이랑 함께 걸으니 눈깜짝할 사이에 집앞이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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