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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사는 이야기

세상에 이런 일도??

by 벗 님 2011. 11. 25.

 

 

 

 

 

 

어머님께서 뒤 안 텃밭에 가꾸신 배추..

지지난주..내남자와 난..

어머님도 뵙고..

김장배추도 뽑아오고..

친정식구들과 산행도 하고..

겸사겸사 시골로..친정으로.. 다녀왔다.

 

 

2박 3일의 곤한 여정에도 불구하고 배추가 싱싱할 때 김장을 하려고..

귀가한  그 다음날 바로 김장담그기에 돌입했다.

 

이제껏 실패한 전적을 교훈삼아..

배추 다듬고 자르고 소금 적당히 뿌려 절이고..

고추도 태양초를 방앗간에 가서 직접 빻아온 거구..

마늘도 직접 농사지은 의성 육쪽마늘을 내남자가 한나절을 쪼그려 까고..

황태육수에 찹쌀풀에..새우젓에 까나리액젓에..

홍갓에..쪽파에..배랑 사과 양파 간 거에..생강..깨..

 

그렇게 2박 3일 내남자와 난..

입 안이 헐 정도로 배추 36포기의 김장을 했다.

포기김치 여섯 통에..동치미도 한 통 담고..깎두기도 한 통 담고..

그렇게 새벽 3시까지 버무려 김치냉장고에 그득그득 채우고는

얼마나 뿌듯해 했는지..

 

그..런..데..

 

 

 

 

 

 

 

 

 

이 소금이 문제였다.

내가 늘 이용하던 G마트에서 김장에 들어갈 부재료 장을 봐왔는데..

아뿔싸~~가장 중요한 소금을 깜빡했던 것이다.

내남자에게 퇴근하는 길에 좀 사오라고 했더니..

10KG 짜리 포대자루에 든 ..저걸 사왔다.

왠지 소금때깔도 그렇고 손에 쥐니 부스러지는 게..찜찜했지만..

그래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것이니 믿어보기로 하고 ..

우리둘이는 늦은 저녁..김장담그기에 돌입했다.

 

 

다음날..출근하기 전에 내남자가 밤새 절여진 배추를 씻어 건져두고 출근을 하고..

물기 빠진 배추의 간을 보니..이게 영~~

짠 거 같기도 하고..간이 베이지 않은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양념에 버무리면 괜찮겠지..하고..

저녁에 퇴근해온 내남자랑 새벽 3시까지 양념하고 버무리고..

 

그..랬..는..데..

 

 

 

그 다음날 아침..김치 맛을 보는데 이건 완전히 아무 맛도 나지 않고..

배추는 폭삭 절여져서 허물거리는데 간은 하나도 되어있지 않고..

급기야..무슨 약품냄새같은 게 나는 듯 하고..

우나랑 쏭이에게 맛을 보라 하니..쏭이는 퇫~~하고 바로 뱉어버리고..

 

 

저녁에 퇴근해온 내남자랑 ..이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겠다고..

아무리 추적하고 추론해봐도 소금의 문제인 거 같다고..

그래서 그 밤..미리 여차저차 전후사정을 마트측 관계자에게 말하고..

바로 마트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마트측에선 일단 죄송하다고 자기네도 알아보고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그렇게 그 다음다음날..

소금업체 사장이랑 마트측 담당자가 우리집에 직접 방문했다.

 

내남자는 김치냉장고의 김치를 모두 꺼내어 거실에 쭈욱 진열해 두고..

우리가 이번에 담근 김치랑..지난번 담궈서 먹고 있던 김치랑..맛을 보라고..

김치 맛을 보더니..그네들도 ..소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눈치다.

순순히..어떻게 보상해드리면 되겠는냐고..

 

참..참..이게 보상으로 될 일이냐구..

김장이란 것이 일 년에 두번 담글 수 있는 건 도저히 못된다는 걸..

김장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장에 들어간 재료 하나하나가..

다 시골에서 농사지은 무공해식품에다..

내남자와 나의 정성이 얼마나 가득 담긴 것인데..

그것이 돈이나 그 어떤 다른 것으로 보상이 된단 말인가..

 

그러나 어쩌랴..

다시 김장을 할 엄두는 못내겠고..

마트측에서 제의해온대로..

마트에서 판매하는 김치로 우리가 담근 양만큼 김치통을 채워주기로..

 

 

 

 

 

 

 

 

일주일 후..그러니까 오늘 오전..

드디어 마트에서 주문한 김치가 도착했다.

저번에 왔던 소금공장 사장이랑 마트관계자 입회하에..

우리가 담근 김치는 그쪽에서 전량 수거해가기로 하고..

우리 김치통엔..

그네들이 주문해서 가져온 김치로 교체하는 작업을 한다.

 

 

 

 

 

 

 

 

내남자가 김치를 옮겨담고 있다.

그런데..그네들이 가져온 김치를 다 담고 나니..우리 김치통 하나가 빈다.

물론 김치양도 우리가 담근 것 보다 작고..

내가 매번 담궈먹던 동치미랑 깎두기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개 수그린 두 남자..

내남자는 다른 건 바라지도 않는다고..

우리가 담근 양만큼은 채워주기로 했으니..

더 주문해서 채워달라고..

 

내남자가 잠깐 베란다로 나간 사이..

나는 왠지 소금회사 사장이란 사람과 아직은 앳되어 보이는 마트측 관계자가 안되어 보였다.

솔직히..자기네 소금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발뺌할 수도 있는 것이고..

옥신각신 언성이 높아졌을 수도 있었는데..

순순히 수긍하고..자기들 나름대로 보상을 해주려는 성의를 보여줬기에..

 

내남자에게..

"그냥 여기서 마름지어요.우리가 김치 한 통 덜 먹으면 되니.."

 

그렇게 이번 김치파동? 은 일단락 짓기로 하고..

눈빛이 선하던 소금공장 사장이란 사람은 ..

거실에 어질러진 김장 봉투며 깔았던 신문지며..

싸악 걷어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간다.

내남자는 또 괜찮다는 그네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빈 박스를 아래층으로 옮기는 걸 도와주고..

 

 

 

 

 

 

 

 

그네들이 가고 난 후..

내남자와 난..일단 김치를 시식해보기로 한다.

경기농협에서 만든 김치로 모든 재료가 국산이라는 인증이 되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 찜찜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내남잔..먹을만 하다..그러고..

나도..익으면 맛있겠네..그렇게 속상한 마음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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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하는 맘..

뉴스에서 떠들던 그 중국산 소금이면..

자긴 벌써 경찰서에 가 있을거라는 소금사장의 말을 믿어보기로 한다.

그런데 그쪽에서 그렇게 순순히 보상해준 걸 보면..

분명 소금에 문제가 있긴 있는 거 같은데..

그제도 마트에 가보니..

한쪽 구석에 문제의 소금이 여전히 진열되어 있었다.

 

자기네들 말로는 우리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는데..

그 소금으로 김장을 한 사람이 있다면 분명..

우리같은 불상사를 겪을텐데..

자기네들 말처럼 정말 우리가 처음이고

이런 경우도 처음이였을까..

 

 

 

 

 

 

 여튼..

 

해마다..김장때문에 말썽이다.

 

올해는 여느 해처럼..둘이 티격태격하는 것도 없이..

 

참 알콩달콩하게 김치를 담궜는데..

 

우리 사랑처럼 제대로 숙성되면..

 

참 맛났을텐데..우리김치..

 

우쒸~~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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