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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앞에 가져다 놓고 추석연휴의 빨간 날을 들여다 보며..
누구네 먼저 가고..어디서 며칠을 묵을건지..
내남잔 내남자대로..나는 나대로 머리를 굴린다.
하루라도 더 친정에 머무르고픈 맘이야..
여자라면 누구라도 같은 맘이리라..
남정네들이야..어딜가나 손님이지만..
여자들이야 어찌 그런가..하긴..
난..그 명절증후군이란 것이 없는 참 편한 며느리과에 속하니..
이러쿵저러쿵 말할 입장은 못되지만..
나두..일년에 한번쯤은 ..
울 할머니랑 큰엄마 산소에 가서 절도 올리고 싶고..
울엄마 모시고 외할아버지 산소에도 가보고 싶다.
그러고 싶다.
♥
울산 친정..
자정을 넘긴 시간쯤에 도착을 했다.
7시간쯤 걸린 듯 하다.
오는 내내 꾸벅꾸벅 존다고..내남자에게 온갖 핍박을 받아가며..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오는 잠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새벽단잠에서 깬 엄마가 언제나처럼 반겨주신다.
아침일찍
송편 만들 쌀가루를 빻으러 엄마랑 방앗간엘 왔다.
엄마 따라 쫄래쫄래 가는 길은 어디든 즐겁다.
산에서 주운 도토리를 빻으러 온 아줌마랑 엄마는 수다삼매경??
이렇게 많은 걸 어찌 주웠느냐..
어찌 깠느냐..
도토리묵은 어찌 만드냐..
못보던 장구가 있다.
엄마는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장구를 그리 배우고 싶어 하셨다.
대학 때 ..방학동안 엄마랑 탈춤이랑 사물을 배우러 다닌 적도 있었다.
재작년엔 가야금을 배우신다고 뚱땅거리시더니..
도저히 오음계가 어렵다고..
악보 보면 손이 까먹고..손을 보면 악보를 까먹고..
그예..가야금은 포기를 하시더니..
학교사물부 활동을 하고 있는 쏭이가 장구를 제법 치니..
흐뭇이 바라보신다.
난데 없는 장구장단에 거실에 있던 내남자랑 우나가 와서
신기한 듯 쏭이의 장구치는 폼을 바라본다.
아직 쏭이가 공연을 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실력을 가늠키 어려웠는데..진지하게 장구를 치는 폼이..
얼쑤~~제법이다.
엄마는 장구장단에 맞춰 민요를 한 가락 뽑으신다.
먼곳을 향한 듯한 엄마의 눈빛에 삶의 애환이 깊이 서린 듯 하다.
나즈막히 읊조리는 엄마의 민요가락에도 애잔함이 흐른다.
엄마의 저 표정..
엄마의 민요가락과 함께 오래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송편을 빚는다.
엄마랑 도란히 앉아 송편을 빚은 지가 언제인지..참 오랜만이다.
쏭이는 야무지게 부지런히 만드는 반면..
이런 쪽으론 무심한 우나는 눈 따로..손 따로..
여기저기 쌀가루만 흩어놓고..영 도움이 못된다.
잠시후..세째 월이네랑 막네 영아네가 왔다.
그새 사랑스런 조카들의 키가 한 뼘씩은 자란 듯 하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
둘레둘레 모여앉아 송편을 빚는 아이들..
무슨 만들기 놀이처럼 재미나 하며 열씸으로 송편을 빚은 꼬맹이들..
월이의 송편빚는 솜씨가 어째..애들하고 별반 차이나지 않아 내가 웃는다.
나름 유명호텔 조리사 출신이면서..송편은 영~~
내꺼랑 엄마꺼를 함께 가지런히 두니..엄마는..
송편은 각자 만든 것을 서로 섞어두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 이유를 물어볼 걸..
옛 풍습에은 아무리 소소한 거라도 다 그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후훗~~
아이들의 송편작품이다.
자기가 만든 것은 자기가 먹어야 한다니..
오히려 꺄르르~~신나 하는 아이들..
송편 만드는 것두 일이라구..허기가 진 아이들..
커다란 양푼이에 엄마가 새벽 나절에 만들어 두신 갖은 나물 섞어 ..
참기름 듬뿍 넣고 고추장에 쓱싹쓱싹~밥을 비벼온 월이..
우루루 ~달려든 아이들..입을 있는껏 벌리고 우물우물~
참 복시럽게도 먹는다.
잠시 후..둘째 랑이네랑 네째 주야네가 떠들썩하니 들어온다.
과일상자며 선물보따리를 꾸러미로 들고서..
이로써 울엄마의 다섯딸네 가족이 다 모였다.
추석은 아직 낼모레이지만 미리 추석분위기가 물씬한 우리집..
울엄마의 백년손님인 다섯 사위들..
잠시 나갔나..둘째 제부가 안보인다.
우리가 온다 하니..추석이 멀었는데도 이리 다 모여주고..
참 고마운 남자들..
저녁식사 후..포만해진 식구들..
흠~~역시..
텔레비전은 바보상자..대화단절의 주범..
상이 물려지고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침부터 앉을 새 없이 바쁘신 울엄마도 풍경 속으로..
감사합니다.
나에게 이런 풍경..이런 행복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석은 어찌 보내셨나요?
내가 빚은 송편이예요.
난 송편을 둥근 달처럼 동그랗게 만들어요.
어릴적 엄마가 가르쳐주신 방법 고대로..
속에는 알밤이랑 콩고물을 넣어서 만들어요.
나.. 송편 제법 예쁘게 잘 빚지 않았나요?
조 위에 반달 모양은 속이 비었어요.
엄마 말씀이..
마지막으로 만드는 송편엔 복을 넣어 만든다네요.
저 복을 누가 먹었을려나..
누구라도 상관없죠..
내 사랑하는 가족 중 누군가 먹었을테니..
송편은 드셨는지요?
한가위 둥그런 달은 보셨나요?
세 가지 소원은 빌으셨나요?
난 ..둥근 달 보면 세가지 소원을 빌어요. 그냥..
그냥..이루어질 것만 같아..
가을이 오고..추석이 오고..조금 있으면 내 생일도 온답니다.
혹여..쓸쓸한 추석 보내신 건 아니시지요.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모두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랬으면..
- 벗 님 -
울산에 간 이야기가 송편속으로 보름달빛속으로
맛난송편과 장고소리가 민요로 ...그 아름다운 이야기속의 주인공은 엄마와 다섯딸들
저런 풍경속으로 명절증후군이 쫓아갈리 만무하고
친정나들이 따뜻해서 좋아요 .
쏭이 얼굴 얼핏 보면 몰라 볼듯..예쁜 성숙미가..
친정을 다녀 오신것 같네요
친정 어머님이 대단한 미인이시네요
여자는 나이를 먹어두 영원히 엄나품이
그리운가 본니다
분명 내남자의 핍박이 아닙니다...
도대체 왜 옆자리에 타면 아예 눈감고 조는지...그래서 저는 제 호랑이를 뒷좌석에 아예 타게 합니다.
호랑이면 눈 치켜떠야 하는데...차만 타면 졸으니...원...
쏭이와 할머니의 장고모습이 참 좋습니다.
송편...다섯사위들...
부럽다는 말 밖에.......나도 내사위들이 나중에 올려나...하나는 글렀고...나머지 둘은 어찌 될려나....
후훗~~
저두..가끔 뒷자리로 쫓겨나곤 합니다.
근데..그게 어쩔 수가 없어요.
허벅지 꼬집어도 오는 잠은 막을 도리가 없어요.ㅎ~
쏭이가 장구를 제법 잘 쳐서 조금 놀라고 흐뭇했어요.
울엄마의 민요가락도 좋았구요.
늘 무언가..도전을 하시는 울엄마..언제나 제 우상이시고요.
우리가 내려가면..언제나 함께 해주는 제부들도 참 고맙구요.
복두 많아요..나..ㅎ~
머..큰 따님이랑 알렉스덕에 스위스나 유럽여행은 따논 당상이니..
부럽습니다~~^.*
주말에 집에 가시거든 찬장에서 이뿐 걸루 하나 들고 오셔요..
아니..유박님 꺼랑..여유분 해서..서너개쯤..ㅎ~
근데..뭘 담아서 반품? 하실려고..??
갑자기 궁금궁금??
그래서 걍 갔다~~
^_^ 만 남기고 가려니깐 스팽이라 등록도 안된다고 하공~
난 송편 잘만드는데~~
ㅎㅎㅎ
울 외갓집이 기장인디.
그래서 외갓집가몬
서생진하 해수욕장이랑
정자 바닷가에서 디지게 마니 놀았는데....
내 젊었을때 정자가
지금의 정자는 아니구만유.
지금은 정자가 아니라 환락가로 변해서 옛모습 눈꼽만치도 없어유.
정말 풍성하네요
다섯 사위가 다 한자리에 모이고
왁자지껄 했을 모습 그려보며
덩달아 행복해지네요
송편을 요즘에도 빚나요?
우리는 송편 빚어본지가 언젠지...
벗님표 송편 하나
맛있게 먹고 갑니다
참 정겨운 명절풍경입니다..
저희는 딸랑 삼형제.. 제사를 지내지 않아서 좀 밋밋한 풍경이거든요,,
보름달 송편을 저는 못빗어요,, 그냥 반달송편만,,
어릴적에 아무리 해봐도 동글동글 이뿌게 되지 않아서 포기했답니다..ㅎㅎ
울산이 친정이시고,, 저는 형님댁이 울산 신정동이에요,,
같은 곳에서 있었네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명절 정경입니다.
날이 갈수록 명절이 무덤덤해지는데
벗님네 가족들 뵈면
겨레의 원형질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행복하셨다니 참 좋습니다...
저렇게 모이는 것만으로도 부모님꼐 최고의 효도... *^^*
그나즈나 나무소파가 맘에드네욤...ㅎㅎ
궁딩 조금아풀랑가? ㅋㅋ
저 나무소파..
저두 너무 맘에 들어요..궁디도 별루 아프지 않고요..ㅎ~
엄마네 식탁이며 장농이며 장식장..모두 같은 세트예요.
현관에 들어서면 나무냄새부터 나고..참 좋아요.
가격도 그리 세지 않아..저두 나중에..저 가구로 세팅할려구요.ㅎ~
머스미님네는 송편 안 빚으셨어요?
근데 난 송편을 조금 밖에 못 먹었는데
벗님네 송편 좀 보내줘요.
수신자 부담으로 긴급 택배하시길...
답장 보고 제 주소 알려드리리다.
결혼한 여인에게 친정은 정말 대단한 울타리.
그런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내가 친정을 칮기보다는 내가 아이들의 친정이 되어
그들이 이 명절의 주인공이 되도록 만들어야할 시점이랍니다.
벗님님 추석 잘 보낸 모습 질 보았습니다.
아름답고 훈훈한 사랑으로 피어나길 기원드립니다~~^^
오래도록 이행복 이어가시길요~~~~오늘 더워서 난리가 났어요 정전에 ...
가을전어도..송편도... 입맛을 다십니다..ㅎ
복이..정말..가득....담겨져..잇어..보여요...
행복한..친정..나들이...7시간의..피곤함마저..싹.잊혀질듯하네요...
작가하셔두 될 것 같아요.
글 속에 살아있는 진실두 보이구.....
벌써 훌쩍 2주가 지나버렸네요.
추석두 지나구,
아름다운 구월의 노래를 읊조렸는데, 벌써 반이 지나가구 있어요.
살아있는 감성으로 이쁜 가을 맛이하시길요.....벗님.
아마,10월 중순경 LA 로 들어가 Chrismas season 보내고 나올 예정인데..
그때 가봐야 할듯...가족들과의 communication 이 부럽네요..항상. [비밀댓글]
저는 오히려 LAXWIND님이 부러운걸요.
그냥..참 여유로우신 분인 듯하여..
크리스마스 시즌..
아? 금방이겠죠..
이 짧은 가을 가고나면..
[비밀댓글]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고 그래요..요즘, 우리나라 뉴스나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참으로 분주하고
바쁘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라라 생각하지만..그게 좋게 보면, 역동적인 모습으로 보이기는 한데..웬지...
붕~! 뜨 있는 느낌이 드네요. LA 는 그래도 모든게 정돈된 듯 한데...미국도 경제문제로 시끄럽고 힘들긴 매한가지 겠지만..
여튼, 저축은행 사태나 내년 선거를 앞둔 정치권 모습등. 이런 와중에도 굳굳이 잘 견뎌내는 중산층들이 대단......맘편히
지내는 그런 날은 없겠죠. 세상사 일이란게...ㅎ...얘기가 이상하게 흘렸네여. 이젠, 남쪽도 가을이 완연하네요...벗님은
문학을 전공하신분 처럼..글을 아주 잘 쓰네요..그럼 좋은 하루...* 추가로..리플에 글을 올릴 때, 왜(?) 행간격을 많이 띄우시는지 (?) 늘 궁금.. [비밀댓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랍니다.
믿음..소망..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지요.^^*
멸망치 안코 영생을 얻으리로다...(요한복음 3/16절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