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31일. 하늘 꾸무룩~~ 비 주루룩~~
아침 창을 여니 흐리다.
다행이다.
햇살이 싫은 요즘이다.
흐리거나 비 오는 날엔 커튼을 활짝 열어젖힌다.
햇살이 화창한 날엔 커튼을 꼭꼭 드리우고..
그랬던 거 같다.
유년의 기억 속에서도 나는 어둡고 침침한 곳을 좋아했고..
비 오거나 흐린 날들을 좋아했었다.
다락방이 좋았고..장농속이 좋았고..
책상아래에 이불을 깔고 누우면 좋았다.
아늑하고 푸근했다.
엄마의 자궁속처럼 보호받고 있는 듯한 그런..아늑함..
관리비랑 신문대금 가스비를 내고..
이사 온 후..자동이체를 하지 않아 말일마다 은행을 간다.
내 주거래은행이 집 근처엔 없어 마감시간이 임박해서야 세금쪼가리들 주섬주섬..
참 원시적인 방법으로 창구에다 내고..
은행에 비치된 원두커피를 한 잔..홀짝이며 밖으로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하얀 가운의 사람들..
의사이거나 약사이거나 간호사들이 하얀 가운자락을 펄럭이며 바삐 지나다닌다.
간혹은 환자복차림으로 휠체어에 타고..
국립 암센타..
거대한 이 암센타 건물을 지나칠 적마다..
풍수지리적인 견지에서 내가 사는 동네는 어떨까?
다행히 나는 이 거대하고 하얀 암센타 병동에 대해 전혀 거부감이 없다.
어쩌면 더 많은 삶에의 희망과 갈구의 좋은 기운이 나오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암센타 맞은편에 전직 대통령이 살았다는
이 고을에선 가장 부촌이라 할만한 전원주택지가 있다.
자그마한 산도 있고..
그 산아랫자락엔 너무 이쁜 울 쏭이 학교도 있고..
예전예전..아이들 어릴 적에 이 곳을 지나며..
우나랑 쏭이를 이 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산 아래에 자리한 학교가 참 이뻐서..
쏭이는 교실창을 통해 다람쥐랑 산새를 자주 본다고 한다.
난 그 말이 기뻤다.
어쩌다 보니 내 바람대로 우나도 쏭이도 이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오월의 종말..
산에는 아카시아랑 찔레가 하얗게 피어나는 계절..
울동네 울타리 마다엔 넝쿨장미가 넝쿨넝쿨~~
오랜만에 자전거로 철둑길을 달려보기로 한다.
여기에선 호수가 좀 멀다.
무엇보다 웨스톤돔의 인파를 뚫어야 호수에 입성할 수 있어..
그게 싫어서 선뜻 호수에 가지지가 않는다.
1단지를 지나는데..찔레랑 넝쿨장미 울타리가 너무 이쁘다.
찔레는 산에 피었을 때가 제 향기로 이쁜데..어쩐지 찔레향이 나지 않는다.
목단인지 작약인지도 울타리 바위 틈에서 피어 어느새 시들어 가고 있었다.
그래도 반갑고 이쁜 꽃들..도심의 길가 어디서나
전에는 귀하게만 여겨지던 꽃들을 요즘은 흔하게 만나지니..
좋은 일이지..뭐..
한 두방울..빗방울이 듣는다.하필~~
그래도 내친 김에 비 맞고라도 달려보기로 한다.
빗방울이 점점 더 굵어진다.
에이씨이~~~
'비 핑계삼아 쏭이 마중이나 갈까?'
'참? 꼼꼼한 울 쏭이..아침에 우산 챙겨갔지..'
빌라 입구에 들어서니 현관 앞에 우나가 서 있다.석현이 놈이랑..
"어? 엄마..비 오는데 자전거 타구 어디 갔다 와요?"
"니들 오늘 영어 수행평가 잘 했어.?
둘이 인터뷰식으로 대화를 하는 건데..
두 놈 다 자신있게.."네.."
중간고사 성적이 나왔단다.
"엄마 나 전교 8등이래요.반에선 2등하구..선생님이 잘 했대요."
"근데..석현인 뒤에서 2등이래요.그래서 내가 오면서 내내 갈구었어요.ㅋㅋ"
"난 앞에서 2등..넌 뒤에서 2등..똑같네..ㅋ~"
"기집애.~~"
내남자가 이번에 전교 10등 안에 들면
우나가 내내 사달라고 조르던 명품지갑 사준다고..했는데..
꼼짝없이 사주게 생겼다.
고딩이 왜 명품지갑이 필요한지..??
그냥 사면 너무 비싸니까..나중에 면세점에서 사주기로 하고..
천둥이 요란하다.
비가 한바탕 요란하게 내릴 모양이다.
- 벗 님 -
하루를 보내면서 온전히 나를 안아 줄 수 있는 시간이기에
나즈막하게 들려오는 음악과 이야기를 마주하는 지금이 나만의 행복입니다..
종일 비가 오락가락 흔들리더니 고요해졌어요..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은 마음이 꼬들꼬들해지지 않고,
긴장하지 않고 느슨해지는 그런 느낌이라 좋아합니다..
6월의 시작입니다..6월의 달력을 자꾸 보게 되네요..
아무쪼록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로운 유월...
아름다운 녹색의 여왕이 되소서^^
지금처럼 이른 아침에 비가 내려도 아니 계절 상관 없이 언제든지 마음에 구멍난 틈속으로 비가 내려도,
음~~~ 그래도 건강하자 언니야!!
이 비 그치고 맑은 햇살 솟아오르면 커튼 열어 젖히고 빨래줄에 마음 한조각 걸어두고 뽀송뽀송 말려두는 거 잊지마 언니!! [비밀댓글]
저 역시 이런 날씨를 아직도 좋아하지요.
명품지갑은 돈도 넉넉히 넣어 선물해야 할 텐데
그래도 기쁜 일입니다.
내내 기쁜 6월이시길....
비가 촉촉히 내리니 모든 꽃들이 더 생기발랄해 지겠어요. *^^*
우리나라도 꽤 넗어~ 아니면 여자들 마음속처럼 알다가도 모를날씨야~ㅎㅎㅎ
명품지갑 사서 친구가 가끔 빌려쓰면 되겠는데~
자연에선 등수를 매기지 않죠 일찍피는 복수초나 바람꽃 노루귀는 벌써 사라지고 찔레,나 목단이 피고있는 요즈음입니다 일찍피고 앞섰다고 해도 크게 보면 원속에 한부분이죠 보는곳이 일등이죠--제 친구중에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사람이 많죠-지금 저를 만나면 자기가 없는 세계를 품은 저를 부러워하죠
그래도 우나는 공부를 잘하니 꿈을 펼치는데 큰 힘이 되겠네요--공부가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가리지 않는다면 말이죠--
오랫만에 들러 말이 많습니다--수채화 같은 촉촉한 글 님의 글에서 맛보는 매력입니다--감사합니다
계절은 그때 그때 제철의 꽃을 피워주어 ..
사람들 마음을 조금은 이쁘게 착하게 만들어 주는 듯 합니다.
이른 봄에 눈 속에 피어나던 복수초는 정말 신비로웠어요.
바람꽃이나 노루귀..실제로는 본 적은 없지만..사진상으로도 얼마나 이쁘던지요.
우리 야생화가 이리도 많구나..이렇게 이쁘구나..
이 블로그하면서 참 마니 보고 배우는 중입니다.ㅎ~
두문불출하시는 그 맘 ..충분히 이해합니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 더 필요한..
늘 건강하세요..칡뫼님..^^*
아이들 키울땐 애들 공부잘하는게
제일이던데...
우리찬송이 올해 대학들어가고나니
난 우울증이 왔나봐요
매일 강아지두마리랑 집지키는것 같아
많이 서글프고 그렇드라구요
우나는 얼굴도 이쁘고 공부도 잘하고
끼까지 참 부러운 딸이네요
벗님 너무 부럽네요
우나에게도 가시돗힌 말이 아니되시길요...
통영에 갔었는데 그곳에도 빗방울이 뚝뚝 그래도 혼자 돌아 다녔어요
꽃의 시인 김춘수님을 만나러 통영에 갔었지요
그리고 충무교 아래 봉평동을 쏘다니기도 하고 ...바닷가와 오래된 해녀의 집이며
제재소도 보구요. 통영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죠 혼자 가도 참 좋은 곳.
장미와 빗소리가 곱게 들려요.
우나와 송이가 다니는 학교가 그림으로 그려져요. 빗소리와 함께...
왠지 모르게 모든게 귀찮고 성가셔서 무작위로 구르는 날들이다보니
주변의 귀한 벗님들이 하나, 둘....차츰차츰 자취를 감추어가더군요.
제 부실함에 자책이 묻어나기도 하지만 애써 불을 지피려고도 않는답니다.
그저 모든게 물처럼 바람처럼 순리대로 흘러가리란 것이 변명 아닌 변명일 뿐.....
여전히 수채화같이 맑고 투명한 일상들이시군요.
그간 이사를 했나보죠?
많이 늦은 시각이라 그만 작별인사를 드려야겠네요.
댓글도 제때 달아드리지 못하는 무성의(?)를 용서하시길요......
저도 자주 가라앉고 자주 무기력해지는 요즘이네요.
나이탓? 일까요? ㅎㅎ~~
그러게요..저도 좀 오래 블방 문을 닫았다 돌아오니..
더러 떠나시거나..문을 닫거나..그러신 분들이 계시더군요.
걱정 되기도 하고..서운하기도 하고..
이 공간에 참 열정과 사랑이 많았었는데..
그간 이사를 했고..이런저런 일들로 마음이 여유롭질 못했어요.
뜨락님은 어찌 잘 지내셨는지요?
댓글..답글..소통의 기본이지만..이젠..
서로 오가는 마음이 느껴지니..그건 전혀 신경쓰시지 마세요.ㅎ~
유월의 시작..
아름다우시길요..^^*
돌배의 주특기 쓴소리..
그남자의 말씀 10등안에 안들어도 사주시갸~~~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이 나올 테니..^^*
이제 두번 오니까 서먹함이 줄어 들었네요..ㅎㅎ~
그러기에 집을 비운다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어유...ㅎ
우나 전8 반2 뉴스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음.
잘 했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란 건 뼈져리게 알고 있지만
잘 하였다.
지금 기쁨이 되는 것 만으로도 성공한 우나의 삶이다.
(우나 엄니는 너무 우쭐하지 마시길 ...... 당신이 잘한 것은 아님.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렇게 퍼팩트한 우나가 성질 마저 없었으면..욱하는 성격도 매력이라는..다 이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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