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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나의 이야기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by 벗 님 2011. 4. 1.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싶소

초가지붕엔 박 넝쿨을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별을 실컷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에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행복하겠소

 

   -노천명-                                                                          

 

 

 

 

 

 

 

 

 

 

 

잘들 계신지요?

어느새 봄이 왔습니다.

내 인생의 마흔 다섯 번째 봄이고

제가 이 블로그 세상에서 세 번째 맞이하는 봄날입니다.

봄마다 따스했고 행복했던 기억만 그득한데..

올봄은 내 생의 그 어느 봄보다

아득하고 절망스럽습니다.

 

도로가의 연분홍 벚꽃이

더욱 봄을 느끼게 해주는 아침이였습니다.

울집 앞 화단의 목련은 화사하게 피는가 싶더니

벌써 처참하게 시들어가고..

이렇게 봄은 제철의 꽃을 피우고 지우고

햇살 아래 분주합니다.

 

 

 

 

 

 

 

 

안녕 하신지요?

건강은 하신지요?

 

저는 안녕하지도 건강하지도 못한가 봅니다.

아무 감각도 느낌도 없이 마냥 아득할 뿐입니다.

 

그냥..

그냥..헛살아왔다는 자책만 눈물이 되어 맺힐 뿐입니다.

나를 세울 힘도.. 지탱할 힘도..

내게서 다 소멸되어버린 듯..

자꾸 눕고 싶고 자꾸 잠들고만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나를 억지로라도 일으켜주는 것은

딸들입니다.

나는 엄마니까요.

좋은 엄마도 어진 엄마도 못되었지만..

그래도 엄마니까요.

 

딸들에겐 미안합니다.

참 마니 미안합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딸들과 함께 어디로든 아름다운 곳으로..

그리운 곳으로의 여행을 단행하고 싶습니다.

 

 

참 소심하고 한심한 난..

겁쟁이기까지 한 난..

도대체 할 수 있는 게 별루 없습니다.

마흔 다섯살이나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매화꽃 지천인 곳이면 좋겠습니다.

너무 착하시기만 하시던 울 맏엄마가

생의 마지막에 보고싶다 하시던

복사꽃 지천인 곳이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 유년의 추억이 어린 고향마을도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내가 여섯 살 되던 해까지 살던 정겨운 울집터

그 뒷편이 울엄마 아빠 무덤자리라 했는데..

뒷산엔 할매랑 맏엄마의 무덤자리도 있는데..

 

거제도도 가보고 싶고 섬진강도 가보고 싶습니다.

대학 때부터 가보고 싶던 지리산에도 올라보고 싶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갈만한 곳들인데 왜 여지껏

그리움으로만 남겨두고 살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내가 가장 적막하던 때 하던 생각들을

되새김질하고 있습니다.

노천명 시인의 이름없는 여인처럼 살고 싶다하는 생각을..아마..

14살적부터 했던가 봅니다.

요즘 부쩍 그 생각이 납니다.

 

이 현실이 싫고 힘이 든가 봅니다.

어디로든 도망가 버리고싶은 도피심리같은 거겠지요.

지금은 아니라도 언젠가 어느 때엔 그리 살고싶습니다.

 

열심히 살은 후에

선물처럼 그런  훗날을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별을 실컷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에도 외롭지 않게..

 

외롭지 않게..

 

 

 

 

 

 

 

 

 

 

 

이곳에다 부끄러운 마흔 다섯의 내 넋두리를 남깁니다.

 

그래도 아직은 아름다울 마흔 다섯의 내 모습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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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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