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12.13
정애야..
모든 것이 순간..
우리의 푸른 시절도 조금씩 퇴색해가는 듯 하다.
85년 한 해 동안 ..정애 너를 마니 생각했다.
지금 내 마음속엔 냉혹한 현실이 차갑게 앉아 있다.
그래서 그런지 펜을 든 나의 손은 차다.
누군가 나의 시린 손을 따스하게 감싸 줬음 좋겠다.
우리모두는 하나의 의미가 되어야한다.
사랑의 의미..기쁨의 의미..때론 슬픔의 의미도..
난 눈물을 사랑했단다.
외로왔고 고적했지만 ..그래도 언제나 내겐 충만한 그 무엇이 있어 좋았다.
많이 방황했지만 이 여린 마음을 인도해주는 한 줄기 빛이 있어
그나마 너에게 글을 쓸 수가 있구나.
정애야..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곤 글로써 전하는 마음 하나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현실적인 것을 원한다.
그러나 우린 아직 꿈을 쫓고 있는 한 그루 초록이잖니?
언젠가는 우리도 변해가겠지..
그러나..회색빛 벽돌공간 속에서도 우린 티없이 웃을 수 있다.
그래..웃자.
소박하게 꾸밈없이 진실하게 웃자.
될 수 있으면 슬픔도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한다.
앞으로의 우리삶은 어쩌면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린 강해져야한다.
정애야..
이렇게 너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
네가 나를 원하는 그 어떤 순간에도 네곁에 있어주고 싶다.
안녕..
♥
85.12.17
정애에게서 편지가 왔다.
나를 위하는 나의 친구..
외로와도 울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너때문이였을까..
편지지가 아주 예뻤다.
오늘은 온몸이 오싹하도록 추웠지만
정애의 글 하나로 이 시린 마음은
눈물로 쏟아질 것만 같은 충만함을 느끼운다.
우리들이란..
스치우는 바람일랑 되지말자.
차라리 한떨기 낙엽이 되자.
그래서 서로가 초록빛 무성해질때까지
서로의 밑거름이 되기로 하자.
혹시나 얄미운 바람이 불어 멀리멀리 떨어지게 된다면
낙엽이 뒹구는 소리를 들어보렴..
그 소리에 슬픈 내음성이 들리더라도
그건 결코 슬퍼서가 아니란다.
이 세상에 사랑할 수 없는 그 무엇때문이란다.
때론 증오스럽기까지한..나를 방황하게 만드는 것..
그러나 난 결코 얽메이고 싶지 않다.
내 나름대로 인생을 설계하고 지치도록 열심히 살고싶을 따름이다.
정애야 ..
요즘 마니 약해진 나를 느끼운다.
이젠 강해져야겠다.
너도 강한 아이가 되어야한다.
나의 계절은 가을이란다.
봄 여름 겨울 모두 나름대로의 아름다움과 낭만이 있지만
낙엽이 흩뿌리는 가로수 길가에 벤취가 홀로 외로워할 때
사랑하는 이와의 끝없는 대화..
우리 삶이란 황무지와 같은 걸거야.
우리가 이 황무지를 어떻게 개척하느냐에따라 옥토도..
초록빛 무성한 대지도 될 수 있겠지.
물론 여기엔 참을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이 따르겠지만
이 고난과 역경이 있기에 삶은 더욱 가치있는 게 아닐까..
안녕..
모든 만물이 잠든 밤..
내가 너에게..
-열일곱 벗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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