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8월 끝자락의 어느 하루..
온밤을 비바람이 몹시도 몰아치던 날이였다.
어떠한 순간에도 엄마라는 이름의 역할을 수행해야했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던 하루..
아이들이 집 앞 파리바게트에 가서 빵이랑 빙수를 먹자 한다.
♥ 파리바게트에서..
주문한 빵이랑 빙수를 기다리는 딸들..
우리 우나의 저 자유분방함이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지?
자세 이쁘게 하구 앉으래도..편한데 왜 그러냐구?
그나마 내가 한소리 해서 제딴엔 얌전히 앉은 모습이다.
쏭이는 몸살기가 있어 얼굴이 부어있다.
그런데도 빙수가 먹고싶다 한다.
8월이라 하지만 비 세차고 한기가 스미는 찬 저녁이였는데..
♡ 내 편..
엄마도 먹어보라며 딸들이 권하지만 난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걱정이 되는지..우나가 자꾸만 권한다.
어느덧 자라 엄마 걱정도 해주는 딸..
그 날..
소파에 맥없이 누워 있는 내게로 와서 우나가 하던 말..
"엄마 무슨 일인지 나한테 다 얘기해봐요. 내가 다 들어줄게요."
훗~~웃음이 나면서 딸의 그 말이 희안하게 위로가 되었다.
세상 어떠한 순간에서도 내 편..
영원한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같은 딸이 있어..
마음 한켠..참 의지가 되기도 했다.
♥ 노래방에서..
"엄마..노래방 데려가 줄래?"
우나랑 쏭이는 둘이 뻑하면 집 앞의 노래방엘 가곤한다.
가끔 엄마도 가면 안될까..물으면..
누가 엄마랑 노래방엘 가냐며 질색을 하더니..
오늘은 순순히 그러자 한다.
이상하게 지극히 슬픈 듯 한데 눈물이 나지 않는다.
딸들 앞에서 가끔 눈물을 보이곤 하던 철없는 엄마인지라..
노래방에서 노래하면서 눈물 조금 훔치면 어떨까 싶은 맘이였는데..
다행히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우나가 자꾸 노래 더 하라며..마이크를 내민다.
엄마 아는 노래 별루 없어..했더니..
그러면 안재욱의 친구를 한 번 더 불러달란다.
쏭이는 감기기운 탓인지..
자꾸 내게 기대이더니 내 무릎 위에 눕는다.
늦은 밤..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파트 입구에 지렁이 한 마리가 꿈튿대고 있었다.
그대로 두면..분명 누군가의 발에 밟힐 거 같다고 쏭이가 걱정을 한다.
그러면 화단으로 옮겨주라며 나뭇가지를 꺾어주니..
쏭이가 나뭇가지로 지렁이를 옮기느라 애를 쓴다.
난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데..마음이 이쁜 울쏭이..
무사히 지렁이를 옮겨주고 나니..화단 옆에 귀뚤이 한 마리가 보인다.
가을이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