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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사는 이야기

보리수 그늘 아래에서

by 벗 님 2010. 8. 9.

 

 

 

 

보리수가 끝물이라기에

우리는 또 보리수를 따러 가기로 한다.

언제나 처럼 삐삐언니..샤론언니..사비나..나..

이렇게 넷이서..

 

농원 입구의 팻말 위에 걸쳐 놓은 저 신발이 앙증도 하여..

우리는 한바탕 꺄르르~~웃는다.

 

 

 

 

 

 

 

 

내가 저 풀꽃들의 이름에 무지하듯

나는 사진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다만..이 블로그를 하면서 프로든 아마든..

사진가님들의 사진을 자주 접하면서..

 

한 장의 사진 속에 시가 흐르고..

그 사진을 담은 사람의 감성이 녹아 있음을 느낀다.

 

기술적으로 잘 찍혀진 사진 보다..

빛 조절이 안되어 흐릿하거나 구도조차 맞지 않더라도.. 

 

따스한 인간미..온기..감성이 묻어나는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오히려 감동을 받곤 한다.

 

 

 

 

 

 

 

 

보리수를 따며 수다 삼매경에 빠진 여인들..

 

다들..

 

오르가즘을 느꼈노라..

 

그렇게 행복했노라..

 

 

 

 

 

 

피어나던 시절이 있듯이..

 

이렇게 지는 시절도 오기 마련..

 

작렬하는 여름볕에 생기를 잃어가는 보리수열매들..

 

 

 

 

 

 

마지막이라서인지..

 

쉬지도 않고 두어시간을 보리수만 따는 두 언니들..

 

"언니..제발 좀 쉬었다 해요.."

 

간곡한 몇 번의 내 호소에 그제야 휴식을 취한다.

 

 

 

 

 

 

살짝 얼린 막걸리는 언제나 샤론 언니가 준비해 온다.

 

홀짝홀짝~~이러다가 내 얼굴이

 

끝물인 새빨간 보리수 열매보다..

 

더 빨개지겠다.

 

 

 

 

 

 

늘 보리수 삼매경에  빠져..

저 자리에서 고기 한 번 구워먹자 하던 약속의 말들은..

여직도 지켜지지 않고..

 

삐삐언니가 바닷길 열리는 어디메로

여행이나 가자 했었는데..

 

"알았어요. 언니..제가 검색해볼게요."

 

그래놓고 어딘지 지명을 까먹었다.

무창포라...그랬던가??

 

 

 

 

 

 

 

참 예쁘다..

 

저 녹쓴 것이랑 저 엎어 놓은 단지가..

 

참 정겹다..

 

난 언제나 옛스런 것들과 오래된 것들에게 마음이 간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들 중엔 아주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많다.

 

 

 

 

 

 

 

 

 

 

 

 

 

 

 

 

 

 

 

매일 만나지만

서로간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던 우리들..

보리수를 따면서..

산행을 하면서..

 

살아온 얘기..사는 시름..

하나 둘 풀어내기 시작하면서..

그 거리를 조금씩 좁혀간다.

 

 

나는 안다.

나는 나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대개의 사람들은 타인의 얘기를 들어주기 보다..

자기의 얘기를 하기에 더 급급하다는 것을..

 

그 맘들을 알기에 나는 내 말을 하기 보다

주로 듣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자주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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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올거라 한다..가을이..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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