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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7. 봄눈 내리던 날의 일기.
봄날의 하루 속으로 눈이 내렸다. 봄꽃들 우로 눈꽃이 내리고 그렇게 하루..봄 속으로 폭설이 내렸다.
조금은 지겹다.. 하는 맘처럼 그리 달갑지 않은 봄눈.. 나는 하얀 세상을 바라보며.. 하얗게 하얗게..가라앉고만 있었다.
문득..종일을 학교에서 야간자습 하고 있을 우나가 안쓰러웠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농도 있는 문자를 날리고.. 내남자랑 쏭이랑..우나네 학교 앞으로 딸 마중을 나갔다.
여전히 까만 밤 속으로 하얀 눈은 너울거리고.. 언젠가 먹었던 통닭이 먹고싶다는 우나를 위해 깊어가는 밤에 언젠가 갔던 숯불 굽는 마을로 갔다.
가게 안은 주인장의 취향인 양 디카프리오로 도배가 되어있고.. 디카프리오를 너무 좋아하는 우나와 브래드 피트를 사랑하는 나 사이에 설전이 벌어진다.
디카프리오가 로맨틱하다면 피트는 섹쉬하다.. 나는 섹쉬한 피트가 좋다.
닭 알레르기가 있는 내남잔 콜라랑 양배추 샐러드만 먹고.. 나와 딸들은 ..아랑곳 없이.. 야들야들한 영계숫불구이를 게걸스럽게도 먹어댄다.
커다란 통유리 너머로 네온빛에 반사되는 은빛 눈발이 아름답다.
참 평화로운 이 밤에.. 내남자의 눈빛에 담긴 회색빛 그늘을 얼핏 감지했지만.. 모른 척 했다.
오물거리며..탐스럽게도 먹어대는 쏭이의 도톰한 입모양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어본다.
이 순간..이 평화로움만을 느끼고 싶다.
- 벗 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