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네 며칠 다녀 올게요..
87.5.10
그애가 왔다.
저번 보다 얼굴이 좀 좋아 보여 기뻤다.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고여든다.
까닭모를 이 허전함..
그 무엇으로도 메꿀 수 없을 삶에 대한 공허..
그리고 두려움..무섭다.
이렇게 이 땅덩어리의 공기를 호흡하고 있음이 힘들다.
그 토록 간절하던 그리움이 비누망울 마냥 꺼져버린 만남..
가치롭게 만날려고..
그렇게 고귀하게 사랑할려고 했는데..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이외의 다른남자와 일 대 일로 만나지 말라고 했을 때..
나는 수긍해 버렸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그 어떤 압박..
그것은 일종의 의무였고 무언의 고백..그리고 맹세였다.
이제는 누군가를 진실로 ..아낌없이 사랑하리라..는
내 스스로에 대한 굳은 맹세였다.
이제는 그 애를 이성으로서..일생에 나의 작은 삶 안에서 사랑하리라..
진정 사랑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하며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그 애를 사랑해야 겠다.
왜..눈물이 자꾸 흘러 내릴까?
그 애가 밉다.
너무너무 미워..미워..
아~나란 아인가 이토록 나약할 줄이야..
겨우..
이 정도의 이성밖에 소유하지 못했더란 말인가..
내가..
내가 이토록 하잘 것 없는 인간에 지나지않다니..
산다는 것이 추잡스럽다.
이렇게 아무런 의미도 추구하지 못한 채..
허덕이며 순응하는 나약한 내 지성..
살아온 나날은
어린 가슴으론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였고
앞으로 살아야 할 날들도 고통이겠고
지금 이 순간..나는 고통스럽다.
스무살 벗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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