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의 아침..
내남자가 함께 베란다 대청소를 하자며 제안을 해온다.
불량주부인 벗님..순간 쪼매 귀차니즘이 발동..
그러나 어차피 내 몫의 일인 걸..이참에 해치우자 싶어..
"그럼 아빠는 베란다 청소 하구..난 냉장고 청소할게요."
(내겐 아빠가 둘이다..내남자랑 울친정 아빠..^.*)
그래서 시작하게 된 대청소..
한 꼼꼼하는 내남자랑..한 꼼지락하는 나..
그거..하나씩 하는데 반나절을 다 보내었다.
♥
먼지 자욱한 채 베란다 한 켠에 방치된 술..술..술..
집에선 술 마실 일이 없으니..늘 푸대접 받는 술들..
내남자가 말끔하게 샤워시켜 가지런히 정돈해 두었다.
내남자와 난 술을 가끔 즐기지만..술을 좋아하진 않는다.
둘이서 소주 한 병을 다 비우지 못하고..축나는 건 늘 안주이다.
술을 싫어하는 내남자는 그래도 자주..한 잔 하자..청한다.
특별히 내게 할 말이 있거나..
야밤에 입이 궁금하거나..
아님 기타의 은밀한 목적?이 있을 경우에..
나도 라페거리의 그 휘청이는 네온빛이나 술집의 사람풍경이 정겨워..
내남자와의 술 한잔을 즐긴다.
가지런히 정돈 된 등산가방들 뒤로..
우나가 4학년때 쓴 붓글씨가 보인다.
난 우나에게 글씨를 반듯하게 쓸 것을 항상 강조했었다.
글씨가 흐트러지면 마음도 흐트러진 거라..
나는 오랜 날을 그런 강박에 사로잡혀..
우나의 흐트러진 글씨체를 참아내질 못했다.
그 덕에 우나랑 쏭이는 글씨상을 곧잘 받아오곤 했었다.
그러나..지금 아이들의 글씨체는 참 자유분망하다.
어느 순간..가지런히 정돈된 글씨체 보다는..
조금 삐둘빼둘해도 새처럼 자유로운 이상을 가지고..
훨훨~~나래치라고..
나는 아이들을 어떤 정형화된 틀에서 놓아 주게 되었다.
내 나이 서른 아홉에 골프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앞으로 부부가 함께 할 운동은 골프 밖에 없다며..
내남자가 반강제적으로 덜컥 접수해버려..
할 수 없이 배우게 된 골프..
난 미쳤었다.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그렇게 미칠 일은 아마 없을것이다.
두 팔에 엘보가 와서 물컵만 들어도 벌벌 ~~떨리던 팔로..
하루 네 다섯 시간씩을..그 작고 하얀공을 때리고 때렸었다.
급기야는 진통제 맞고..약먹고 ..파스 붙이고..그러고도 때리고 때렸었다.
사람들은 나더러 미쳤다고 그랬었다.
그 시절..다시 못올 그 한때..
난 분명 미쳐있었다. 무언가에..
그리고 내 인생에 두 번 없을 행복감도 맛 보았다.
언니들이 그랬었다.
내가 행복해 죽을것 같은 표정으로 다닌다고..
베란다 한 쪽 구석에..
우리 둘 등산장비랑..인라인 가방을 가지런히 정리해 둔 내남자..
한 때..새벽마다 둘이서 인라인을 탔었다.
어느 가랑비 오던 날에..
내가 호숫가 비탈길에서 엉덩방아를 찧어..꼬리뼈 다치기 전까지..
어느 날인가..내남자가 등산을 할 것을 제안했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산행..
산은 또 다른 행복감을 내게 선사해 주었다.
아직 산의 그 깊고 오묘한 맛을 알지 못하지만..
헉헉거리며..오를 땐..가끔..
왜 이리 힘들게 산을 오를까..하는 맘도 없진 않았지만..
돌아서면 그립고 다시 가고픈 산..
산은 세상시름을 잊게 해준다.
산정에서 바라 본 세상은 내게 세상을
보다 넓고 크게 보라 ..한다.
불어오는 산바람은
켜켜이 쌓인 마음의 먼지를 훌훌~~데려가 준다.
산정에 서면 세상은 내 발 아래에 있다.
나는 다시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켠다.
최근에 내남자는
세계테마 기행이나 한국기행을 꼬박 챙겨서 본다.
이젠 나와함께 하는 여행을 계획한다.
풍광 좋은 우리나라 곳곳을..
세계의 경치 아름다운 곳곳을..
우리에겐 미지인 세상을 함께 구경가자..한다.
- 벗 님-
♥ P.S: 산행 다녀올게요.. 션한 하루들 되시길~~
신랑 잘 골랐네요. 이글 우리 명랑이가 알면 저는 바로 날개없는 새가 됩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를 잃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히릴없이 오늘도 1등을 하였습니다.
- lovesaying
- 2010.06.11 06:19 신고
- 수정/삭제 답글
많이.하더군요.산은 스타일도 격식도 없이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자연과
함께 인생을 체험 한다고나 할까 오르막을 오를때는 다른 운동을 찾아봐야지.
하면서 내려오면 어느덧 또 다른산을 찾고있고 ㅎㅎ 나도 이제 산을 올라봐야 하는데...
행복이 가득하시며
소중한 시간 되세요 ~~~~~~~~~~~~~~
덕분에 벗님께서도 이것저것 많이 경험하신 것 같으니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
그런데 제 눈엔 술병만 가득 차니
이게 웬일인지.....
우리와 같은 꼼꼼이와 꼼지락쟁이.
하지만 우리집엔 없는 같이 운동하자, 같이 여행하자...으~쌤나...ㅎ
더운데 산행 잘 다녀오시고, 또 실컷 자랑하세요..ㅎ
그 좋은 술을 저렇게 방치하다니~~!
으~~~아깝다.
이런저런 운동으로 단련되셔서
벗님은 참 단단한 여자일 것 같습니다
산행,
좋~~지요
남편이랑 알콩달콩
더불어 즐기는 산행을 해보세요
참 좋답니다
하산주로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도 참 좋~~~구요
아름다운 산행되시길...^*^
인라인도 타시고...
최고이 문화생횔을 하십니다..좋습니다...캬캬캬
대청소를 하다보면, 어느새 먼지 쌓인 추억의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겠습니다
그 물건들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겠지요
저도 언제 청소하면서 옛추억들을 정리해봐야 겠습니다^^
만들면 만들어지기도 하고..ㅎ~
여자들은 그래요..
집안 대청소를 하거나..
밀린 빨래를 하거나..
김치를 김치 냉장고에 가득하도록 담거나..
그러면 그 어떤 흐뭇한 행복감을 느낀답니다.ㅎ~
그렇죠..
대청소를 하다가..집안 구석진 자리에서..
빛바랜 추억 하나..발견해..
잠시 그 추억에 잠겨 보는 것도..
작은 행복일 듯..
오늘..응원 하셔야죠..
빨간티를..아직 준비하지 못했네요..
유월님은요?
저는 그냥 집에서 편히 누워서 응원하려고요 ㅎㅎ;;
그래도 열렬히 하겠습니다.
필승입니다!!
벗님글을 보며 나도 동감한 글이있어
빙그레 입가에 미소가
골프에 미쳐서 다닐때는
정말 밤에 침대에 누워도 공치는
연습을 했던게 생각나네요ㅎ
매일 연습장을 밥먹듯 다니며
끝나고나면 언니들이랑 맛집순례하며
운동량보다 더많이 먹어서 늘어난 몸무게며 ㅎ
운동도 자기한테 맞는게 있나봐요
골프,요가 헬스 수영 스쿼시 ㅎ
시도안해본 운동은 없으니까요
지금은 산이 제일인것 같아요
사색도하고 운전하고다녀 부실해진
다리운동도 하고...
오늘 산행 잘다녀오셨나요?
훗~~
전 골프 한참 칠 때..
내 생애..제일 날씬했었어요..
밥 먹는 시간도 아까와..
점심도 굶어가며..
정말 왜 그리 미쳤었는지..
단지 골프..그 하얀공에만 미쳤었던 건 아닐거에요..
불혹을 앞 둔날에..문득..광기처럼 나를 사로잡던..
열정..사랑..
머..그런..ㅎㅎ~~
마자요..산이 젤루 좋아요..지금은..
얼마전에..센타에 자리만 차지하던 골프 락카..
반납했어요..
춤추고 산행하기도 바쁜 요즘이라~~~
넵..하산길에 산딸기도 한아름 따와..
설탕에 빨갛게 재워 두었어요..^^
비 오는데..오늘은 뭐하세요?
나 위다 나으면 저술 금방 바닥날텐디
이사기념으로 한병 보내줘유
힘들어도 행복하시다니..다행
그예..이사를 하셨나요
어디로..멀리 가셨나요
몸살이 나신 건 아니시지요
위..는 또 왜
식사 제때 안하고 다니셨나 봐요..
아프면 젤루 서럽다고들 하던데..
건강..잘 챙기세요..
이사기념으로..드릴 수만 있다면..저두 기쁠텐데요..*
오늘 함산하면서 좋은 시간을 가지게 되어 행복했다네~~~
손수 가꾼 쌈과 먹거리로 배부르게 해주고
산행하면서 산을 느끼게 해주고
사부작사부작 산딸기를 따면서 흐믓함을 가지게 해 주어서...
집에서도 예쁘게 생활하는 모습이 보기 좋구만~~~
주말 잘 보내시게나^*^
아이들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시는 것이 10수년전 우리 아이들 어릴때와 닮아보입니다.
멀리는 가지않았을지라도 인사동, 진쟁기념관, 박물관, 쑥뜯고 나물 캐러 등 여러곳을
다니던 기억들이 새롭네여. 부모자식간의 교감이 두터워지는 원초가 되었겠지요.
술 좋아하십니까?
별별 술이 다 있네여...
한잔술에 분위기 띄웁시다.
즐건 주말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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