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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나의 이야기

고독의 음계-이재관

by 벗 님 2015. 2. 5.

 

 

 

 

 

 

 

 

여고 때 국어선생님이시다.

 

이재관 선생님..

 

시인이셨다.

 

 

항상 수업 들어가기 전 ..

칠판에 선생님의 시를 한 편 필서하시곤 하셨다.

그리고 그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곤 하셨다.

난 늘 그게 불만이었다.

 

학력고사를 앞둔 고3 교실에서 본인의 시 이야기로

수업시간의 3분의 1을 흘려보내시는 선생님..

국어 모의고사 풀이를 하는 수업시간..

내가 선생님께 의문이 가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이런 건 몰라도 돼.."하시며 일축해버리셨다.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난 들고 있던 볼펜을 교실바닥으로 던져버렸다.

아주 쎄게..

평소에 품고있던 수업에 대한 불만이

그런 식으로 표출되었던가 보았다.

일순간 교실엔 정적이 흘렀고..

상황파악이 되신 선생님께선 무척 화가 나셨고..

내 자리로 다가와서 손을 번쩍 올리셨지만..

차마 나를 때리진 못하시고 손을 내리셨다.

 

평소..나를 참 예뻐해 주셨는데..

수업에 들어오시면 뒷말을 빼며 말하는 내 말투를 흉내내서

반 친구들을 웃기곤 하셨는데..

그걸 믿고 내가 너무 오만방자했는지도 모른다.

 

그 사건 이후 졸업 때까지..선생님과 난 소원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교무실로 찾아가 그동안 정든 선생님들께

따로이 인사를 드리는데..

저쪽 끝에 앉아계시던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대학생활 잘 하라고..

그리고 학교에 꼭 놀러 오라고..

 

문득 책장에서 선생님의 시집을 꺼내어 추억에 잠겨 본다.

 

 

 

 

 

 

 

 

 

 

 

고독의 음계..

 

선생님의 처녀시집이다.

이 시집이 출간되고 어느 방송국에서

선생님을 취재하러 학교로 온다고 했다.

 

그날 국어수업시간..

선생님께선 무척 초조해하셨다.

자꾸 교실 창밖을 기웃기웃 내다보며

부끄럼 많은 소년처럼 설레여 하고 안절부절해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

The Sound of Silence / Simon & Garfunkel (영화:졸업의 OST)|

 

 

 

 

 

 

 

 

 

 

 

 

 

 

 

 

 

 

 

 

 

많이 늙으셨겠지..

 

그후 시집은 많이 출간하셨을까..

 

나란 아인 까맣게 잊으셨겠지..

 

눈망울이 사슴처럼 참 맑았던 선생님..

 

 

 

 

 

 

 

 

 

벗님님 !!
요즘 쎈티해지시는가 봅니다.
이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습니다 [비밀댓글]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한파가 들이닥치고..
서울엔 오늘 눈도 펑펑 내렸다는군요.


ㅎ~

전 늘 센치하답니다.^^* [비밀댓글]
詩 는 절간(寺)의 언어 (言)입니다. 좋은 시는 남들에게 보시할수도있고-----. 선생님 자작시를
귀중한 수업시간에? 잘못하셨내요. 벗님의 항변 당연합니다. 그러나 다른생각으로는 선생님은
다른 차원으로 수능준비는 스스로하고 자기의 인생을 가르치고 싶으셨을것입니다. 벗님 ,이제
나이들어 옛날 생각을 ----. 참으로 마음 고우십니다. 아련한 추억, 인생의 양념입니다. 이제는
잊어버리세요. 삶은 누구에게나 자기의 것 인것을----. 오늘도 화이팅!!

그땐 제가 어렸었지요..
오직 눈앞의 입시만 보이는 테두리 속에 갇혀..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게지요..

지금 같다면..
선생님의 시를 읽는 그 시간을 참 좋아했을 것 같은데..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였을텐데..말이죠.^^

아? 그렇군요.

時..절간(寺)의 언어 (言)..

제가 설악산곰님 덕분에 또 하나 배웁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몇 년전에 저희 직장에서 정년을 하신..... 시인 이재관님이 계셨더랬습니다....ㅠㅠ 그 분인가 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경영학이 원래 전공이신데 늦게야 시 창작의 길에 들어서신 분이라...ㅠ
저희 고등학교 국어선생님께서도 산사에서 오랫동안 계시면서 시를 쓰셨던 분인데.... 수업 전 꼭 목탁 치시고... 입시에 시달리던 우리들... 당신의 시 낭송과 해설 부탁드리면 한 시간 내내 그렇게 열강하실 수 없었지요....ㅎㅎ 그렇게 우리는 철없이 국어시간을 잠시 쉬어가는 시간으로....ㅠㅠ 그 당시 입시는 교과서와 무관한 입시 문제들이어서 어차피....ㅋㅋ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신경 곤두서있던 저희 고등학교 시절에 마음을 다독여주시던 영양제(?)가 아니었던가 싶네요...ㅎㅎ
너무도 흡사한 국어시간과 선생님에 대한 추억에... 길게 쓰게 되네요^^* [비밀댓글]

정말 그러네요..

정말 국어 선생님에 대한 저랑 흡사한 추억을 가지고 계시네요.

돌이켜 보면..참 죄송하고 부끄러운 기억이지요.

그래서인지..참 오래 또렷이 기억에 남아있는 추억이고 기억이지요.


그 시절..전..참 마음의 여유가 없던 꽁 막힌 아이였어요.

정말 입시스트레스에 시달린 우리에게 선생님의 시는..

어쩌면 청량제와도 같았을 시간였을텐데..말이죠.^^


[비밀댓글]
지금 찾아가면 만날수 있을까? 얼마나 변하셨을까? 알아보실까?

그러게..

아주 마니 늙으셨을테지..

아마..날 기억하진 못하실거야.

30년이나 지났으니..

고운 추억이 계시네요 글을 쓰시는 분들은 보통 사람과 조금 틀리면이 있답니다 그래서 그것을 이해 못한다면 괴팍한 사람으로 보여 지지요 벗님 글뿐 아니라 예술을 하는 분들은 일반인과는 조금 틀리 답니다 처녀시집을 받으셨다니 얼마나 좋겠어요 허나 추억은 추억이랍니다 괴로워여 ..늘 행복하세요!!

네..그런 듯 합니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예술을 하시는 분들은 남다른 부분이 있으신 듯 합니다.

맞아요..일반적인 시각으론 괴퍅해보일 수도 있지요.

돌이켜 보면..참 죄송스런 기억이지요.

네 저도 일반인이 보면 그런면이 보인다고 동네 사람들은 말합니다 ^^ 늘 행복하세요 벗님!!
와~ 벗누님 성깔있으셨네요;;
후훗~

제가 보기보단..승질이 좀..그래요..

아이쿠~~
지금의 벗님 모습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행동이셨네요.

그 선생님도 마음이 많이 상하셨을테구요.
손이 올라가셨던 걸 보면~~

그것도 추억 속에 일이 되어서.....

후훗~그런가요?

지금은 소심하고 겁쟁이로 변해버렸지만..
그 시절..이기적이고 당돌하고..쫌 그랬던 것 같아요.


정말 한 대 맞을법한 행동이였는데..
선생님께선..차마 절 때리시진 않으셨어요.

참 죄송해요.. 지금 생각해도..ㅠㅠ

이재관 선생님의 시를 좋아했던 사람입니다
물론 저도 울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구요
그때 울산여상 김성춘 시인님이 대세셨는데,
저는 이재관 시인님의 시가 좋았습니다 . . .^^

"고독의 음계" 시집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잦은 이사로 분실이되어 아쉬웠는데
님 덕분에 얼굴 사진도 보고, 몇편의 시를 읽게 되었네요
사전에 양해도 없이 캡쳐를 해서 제 블로그에 모셨습니다.
그 시집을 구해보려 했는데 실패했었습니다.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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