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때 국어선생님이시다.
이재관 선생님..
시인이셨다.
항상 수업 들어가기 전 ..
칠판에 선생님의 시를 한 편 필서하시곤 하셨다.
그리고 그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곤 하셨다.
난 늘 그게 불만이었다.
학력고사를 앞둔 고3 교실에서 본인의 시 이야기로
수업시간의 3분의 1을 흘려보내시는 선생님..
국어 모의고사 풀이를 하는 수업시간..
내가 선생님께 의문이 가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이런 건 몰라도 돼.."하시며 일축해버리셨다.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난 들고 있던 볼펜을 교실바닥으로 던져버렸다.
아주 쎄게..
평소에 품고있던 수업에 대한 불만이
그런 식으로 표출되었던가 보았다.
일순간 교실엔 정적이 흘렀고..
상황파악이 되신 선생님께선 무척 화가 나셨고..
내 자리로 다가와서 손을 번쩍 올리셨지만..
차마 나를 때리진 못하시고 손을 내리셨다.
평소..나를 참 예뻐해 주셨는데..
수업에 들어오시면 뒷말을 빼며 말하는 내 말투를 흉내내서
반 친구들을 웃기곤 하셨는데..
그걸 믿고 내가 너무 오만방자했는지도 모른다.
그 사건 이후 졸업 때까지..선생님과 난 소원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교무실로 찾아가 그동안 정든 선생님들께
따로이 인사를 드리는데..
저쪽 끝에 앉아계시던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대학생활 잘 하라고..
그리고 학교에 꼭 놀러 오라고..
문득 책장에서 선생님의 시집을 꺼내어 추억에 잠겨 본다.
♥
고독의 음계..
선생님의 처녀시집이다.
이 시집이 출간되고 어느 방송국에서
선생님을 취재하러 학교로 온다고 했다.
그날 국어수업시간..
선생님께선 무척 초조해하셨다.
자꾸 교실 창밖을 기웃기웃 내다보며
부끄럼 많은 소년처럼 설레여 하고 안절부절해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
The Sound of Silence / Simon & Garfunkel (영화:졸업의 OST)
많이 늙으셨겠지..
그후 시집은 많이 출간하셨을까..
나란 아인 까맣게 잊으셨겠지..
눈망울이 사슴처럼 참 맑았던 선생님..
요즘 쎈티해지시는가 봅니다.
이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습니다 [비밀댓글]
귀중한 수업시간에? 잘못하셨내요. 벗님의 항변 당연합니다. 그러나 다른생각으로는 선생님은
다른 차원으로 수능준비는 스스로하고 자기의 인생을 가르치고 싶으셨을것입니다. 벗님 ,이제
나이들어 옛날 생각을 ----. 참으로 마음 고우십니다. 아련한 추억, 인생의 양념입니다. 이제는
잊어버리세요. 삶은 누구에게나 자기의 것 인것을----. 오늘도 화이팅!!
저희 고등학교 국어선생님께서도 산사에서 오랫동안 계시면서 시를 쓰셨던 분인데.... 수업 전 꼭 목탁 치시고... 입시에 시달리던 우리들... 당신의 시 낭송과 해설 부탁드리면 한 시간 내내 그렇게 열강하실 수 없었지요....ㅎㅎ 그렇게 우리는 철없이 국어시간을 잠시 쉬어가는 시간으로....ㅠㅠ 그 당시 입시는 교과서와 무관한 입시 문제들이어서 어차피....ㅋㅋ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신경 곤두서있던 저희 고등학교 시절에 마음을 다독여주시던 영양제(?)가 아니었던가 싶네요...ㅎㅎ
너무도 흡사한 국어시간과 선생님에 대한 추억에... 길게 쓰게 되네요^^* [비밀댓글]
네..그런 듯 합니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예술을 하시는 분들은 남다른 부분이 있으신 듯 합니다.
맞아요..일반적인 시각으론 괴퍅해보일 수도 있지요.
돌이켜 보면..참 죄송스런 기억이지요.
지금의 벗님 모습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행동이셨네요.
그 선생님도 마음이 많이 상하셨을테구요.
손이 올라가셨던 걸 보면~~
그것도 추억 속에 일이 되어서.....
이재관 선생님의 시를 좋아했던 사람입니다
물론 저도 울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구요
그때 울산여상 김성춘 시인님이 대세셨는데,
저는 이재관 시인님의 시가 좋았습니다 . . .^^
"고독의 음계" 시집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잦은 이사로 분실이되어 아쉬웠는데
님 덕분에 얼굴 사진도 보고, 몇편의 시를 읽게 되었네요
사전에 양해도 없이 캡쳐를 해서 제 블로그에 모셨습니다.
그 시집을 구해보려 했는데 실패했었습니다.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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