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서면..아름다운 글귀들을 종종 만난다.
이 글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마치 나에게 하는 말로 안성맞춤이란 생각을 해본다.
고통..역경..인연이 다하면 없어질거니..
그럴거니..
♥
나는 아직 지하철 노선을 잘 모른다.
산행을 하면서 지하철이란 걸 이용해 보았지만..
몇 번이나 노선도를 확인하구 다시 확인하구..
그러나 결국 두 코스를 지나쳐 가버려서..
다시 되돌아와야 했다.
저번에도 그랬었는데..엄청 길치에다 방향치다. 나는..
결국 20분이나 지각하구..
추운날 동행인들 기다리게 하구..
왜 이모양이지?
산초입에..
누군가의 김장배추는 싹둑 베어지고..하얀 잔설이 남아있었다..
눈이 내렸었나보다. 여기엔..
첫눈이였을까?
언제나처럼 인사를 나누고..
오늘은 샤론언니랑 동행하지 않은 나..
몇 분 빼고는 다 초면이라 어색하다.
큰 소리로 늦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꾸벅 숙이니..
다들 웃음으로 화답해 주신다..
그야말로 사람의 물결이다.
산행이 아니라 산책이다. 느릿느릿..
사람이 내를 이루어 흐르는 것만 같다.
조금 답답하다.
저 바랜 잎새더미와 하얀 잔설 속에..
봄은 움트고 있으리라.
그러하리라.
나의 봄도 저 안에 있으리라.
그러하리라.
봉우리 이름이나 능선의 이름은 들어도 모른다.
팝콘님이 몇 번 가르쳐 주셨는데..
저 봉우리 이름이 가물하기만 하다.
난 사람의 이름도 참 기억 못한다.
글타고 머리가 나쁘거나 한 것은 결코 아니다.
겨울같지 않은 포근한 날이였다. 마치 봄날인 듯..
올라가는 내내 "날이 너무좋아요. 따뜻해요." 를 연발했던 나..
올라간 산정에 그리 혹한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산 아래 세상과 산 위의 세상은 어찌 그리도 다른지..
따슨 봄날과 혹한 겨울이 공존하던 산..
사람들은 산을 찾는다.
산을 오르는 동안 기실..아무러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사는 시름이라든지..아픔이라든지..아무것도..
그냥 오르고 오를 뿐이다. 정상을 향해..
참 가팔랐다.
눈대중으로 85도의 경사..나는 이런 가파른 경사길이 좋다.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헉헉거리며 땀방울이 등줄기로 주르르~ 흐르는 그 느낌..
나는 가끔..힘들고 치열한 것들에 매료되기도 한다.
동행인들..저 속에 다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좋고 나쁨의 정의를 어찌 내려야할지도 모르겠다.
다들..조금은 착하고 조금은 나쁘고..그럴테지.
나도..그럴테지.
내 안에 가끔 작은 악마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
그래도 난..대개의 사람들 보다는 착하다.
나는 착하다.
믿어도 된다.
오봉이다.
언젠가 레스피아님 일행과 바라보았던 그 오봉..참 장관이다.
누군가 어젯밤에..저 바위덩이 올려놓느라 잠 한숨도 못잤다는 농을 한다.
나도 웃음이 났다.
실없는 농담이라도 사람을 웃게 해주니..좋다.
산정은 너무나 시리고 얼얼했다.
그래도 만찬은 산정에서 해야 맛이다.
둘러앉아..빈 속을 채우고 빈 마음도 채운다.
컵라면의 따뜻한 국물처럼..
시릿하던 속이 따끈하니 데워진다.
가파른 바위 위에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인기척에 놀랐는지..스르르~~아래로 미끄러진다.
사람들이 놀라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용케 버티며 올라와..
어미를 찾아가는지 숲길로 사라진다.
하산하는 길이다.
여전한 사람의 물결..참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산의 품이 그만큼 넉넉하다는 말이겠지..
부정..
아버지와 아들의 동행..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저 아버지는 분명 좋은 아버지일 것이고..
저 아인 분명 행복한 아들일 것이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언제나처럼 뒷풀이..
자꾸만 참이슬을 따라준다..마시라 재촉하며..
남정네들은 왜 자꾸 여인네들에게 술을 권하는 걸까?
그냥..아무 생각없이 홀짝 홀짝 들이킨다.
술도 는다더니 나도 그새 마니 늘었다.
얼굴이 바알갛게 화끈거린다.
찬 유리컵을 뺨에 대어본다.
속풀이 하듯 후루룩~~홍합탕 국물을 들이킨다.
그래서 풀어질 속이라면 좋겠다.
그랬으면 참 좋겠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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