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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산 이야기

내남자와의 산행-사패산

by 벗 님 2009. 11. 19.

 

 

 

 

 

일요일 아침..내남자와 산행을 하기로 한다.

오늘도 난 밤을 꼴딱 새웠다.요즘 자주 온밤을 지새운다.

그러구 센타가서 운동하구..그러구 산행도 감행한다. 

나 ..진짜 튼튼체질인가 보다..

 

 

 

 

 

 

어느산엘 가느냐 묻지않았구..

어느산엘 가자 말하지도 않는다.

그는 앞서고 나는 뒤따르고..

그저 믿음이다.

그가 가는 대로 나는 따라만 가면 된다.

 

나 참 ..인생을 편하게 사는 것 같다.

 

 

 

  

 

 

지하철 가는 길에 김밥집에 들른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몸이 편한쪽으로만 기운다. 기우뚱..

나들이할 때면 김밥이며 샌드위치며 간식거리 바리바리 만들던

지금보다 좀 더 젊었던 날들..

내남자는 늘 그런 나를 못마땅해 했다.

 

여행할 때는 돈만 갖고 가면 된다는 내남자..

어느날 부터인가 내남자의 말이 백번 옳다는 걸 깨달았다.

돈만 달랑 들고 가는 거..

새벽에 깨어 그 음식들 해대느라 여행전부터 지치지 않아 좋더라 뭐..

정말 편하고 좋더라 뭐.. 

 

 

 

 
 

 

김밥집에 들르니..

마침 피겨스케이트 숏프로그램 경기가 한창이다.

일단 주저 앉아 김연아의 연기를 보기로 한다.

 

저 손끝에 실린 감정을 보라..

온몸으로 표현하는 음악적 해석..

저 온몸에 흐르는 감성을 보라..

 

환상이다..

아름답다..

전율이다..

 

 

 

 

 

 

사패산..

저기 보이는 저 산을 오를거란다.

산봉우리만 보면 환장을 한다.

한달음에 오르고 시퍼서~~

 

 

 

 

 

 

 

 

 

 

 

 

가는 길에 만난 지난 가을의 들꽃..

개망초였을까?

꽃을 피운 채로 말라버린 하얀 들꽃..

하얀 눈꽃송이를 닮았다.

 

나는 또 환장하지..

꽃잎 작은 하얀 들꽃만 보면

나는 또 미치지..

 

이미 말라버린 너에게조차 나는 빠지지..

내 사랑이 늙고 병들었다고

그 사랑이 식을 수 없는 것처럼..

 

 이미 너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으니..

 

  

 

 

  

 

 

 

 

 

 

절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산사의 정취라는 것이 글쎄..예전같지 않다.

 

속세랑 닮아가는 산사의 풍경..

그냥 스치듯 지나친다.

 

 

 

 

 

 

드디어 밟아보는 가을낙엽..

난 이 낙엽깔린 오솔길도 걸어보지 못하고

이 계절을 보내는 줄 알고 애가 탔었거든..

다행이지 뭐야.

 

빨간단풍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이 갈빛으로 달래보는거지 뭐..

 

 

 

 

 

 

중간쯤에서 내남자가 먼저 올라가랜다.

사실..산을 오를 때면 언제나 내가 앞서게 된다.

나는 자꾸 오르고 싶은데 내남자는 자꾸 쉬고 싶어한다.

 

그러게 담배 끊으라니깐..맨날 말로만..

 

 

 

 

 

 

 

산정이 다와가니..

나무아래 흙더미 위로 저런 얼음이 조로록~~

따로이 이름이 있을까?

난 처음 보는 광경이다..

그러고 보니..이 날 무지 추웠다.

 

 

 

 

 

 

두런두런  소란소란 인기척이 들린다.

저위 능선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반갑다.

 

오늘도 코스를 잘못 탔는지..

오르는 내내 인적이 없는 산길을 오른 우리 둘..

그나마 중턱에서 주저앉은 내남자..

 

산정에서 만나자며 나를 먼저 가라 하더니

올라오는 내내 ..뒤돌아보고 ..보고..보아도..

내남자의 정겨운 자태는 보이질 않는다.

깊은 숲속에 버려진 헨젤과 그레텔의 마음이 이랬을까?

 

참..비유도...? 그냥 조금 무서웠다는..

 

 

 

 

 

 

저 여인은

저 아슬한 위치에서

저 멋드러진 광경을 바라보며

무슨 상념에 잠기울까?

 

어쩌면 세상시름 다 잊고..

그저 좋다..참 좋다..그러구 있는지도..

 

 

 

 

 

 

 

사패산 정상에서 내려와  내남자랑 합류해서 포대능선을 타고

도봉산쪽으로 향할까 했는데..뒤늦게 올라 온 내남자..

그만 하산하자 ..은근 채근한다. 시간이 어떻고 날이 어떻고..

산행을 감행하려는 나를 포기시키려고 안간힘이다.

 

하긴 ..어제도 우리 바빴지.

텃밭에 배추랑 무 뽑고..세차도 하구..둘이 자유로 데이트도 하구..

날이 너무 에리니 몸살기가 살살 도는 듯도 하구..

그래 이만 하산하지 뭐..

 

 

 

 

 

난 언제나 이 계단길이 불만이야.

사진을 찍으니..내남자 왈..

그거 찍어서 블로그에다 불만 얘기할라 그러지?

훗~~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엥? 이표현이 맞나??)

블로그질에 미친 아내덕분에 내남자도 눈치가 백단은 된 듯..

왜 굳이 힘들여 돈들여 저 계단길을 만들어 놓았을까?

아무렇지도 않던 무릎이 저 계단길만 걸으면 시큰거린다. 참.참.

 

 

 

 

 

 

 

의정부쪽으로 하산하던 길에 만난

거대한 바위 대문과 키 큰 낙엽수들..

 

바라보노라면..자연은 위대함 투성이다.

 

 

 

 

 

 

 

큰 바윗돌을 지탱하고 있는 듯한 나무가지들..

무슨 주술의식일까?

굳이 받쳐둘 이유가 없어보이는데..

 

 

 

 

 

 

산 아래에서 만난 장승들의 재미난 표정..

어느식당 입구에서 우릴 향해 인사를 건넨다.

안녕 하세요?

 

 

 

 

 

 

 

 

 

 

 

사패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연봉..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입에서 나오는 탄성..

옆에 아저씨가 흘깃거리든 말든..와아~~와아~~

와아~만을 연발하는 나..

 

바로 이 맛이야.

산을 오르는 궁극의 목적은 바로 이거야.

산정에서 바라보는 풍경..그리고 세상..

 

내 마음이 저 산을..저 아래 세상을

다 품어 안을 것만 같거든..

 

 

 

 

 

 

난 그러니까..

산에만 오면  다 잊어버려..

내 분신인 아이들까지도..

 

그냥 마음이 다 비워져 버리는 것만 같아. 깨끗이..

그래서 자꾸 산이 그리운가 봐.

나를 비워주니까..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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