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산 이야기

서울성곽순례2-북악산

by 벗 님 2009. 10. 6.

 

 

 

 

혜화문에 도착했습니다.

일행들이 바라보는 곳엔 앙상한 강아지 한 마리가 있습니다.

유기견인 듯 한데 애닯습니다.

 

버려진 것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저 애닯기만 합니다.

 

 

 

 

 

 

샤론언니가 하얀 꽃을 꺾어 향기를 맡아보라 합니다.

그 향이 어찌나 짙고 그윽하던지..

언니는 그 꽃을 꽃반지처럼 내내 손에 끼고 다녔습니다.

 

언젠가는 집에까지 가져가서 배갯머리에 놓고 잤더니

그 다음날까지 그 향이 진동하더라며..

 

 

 

 

 

 

와룡공원을 지나 저 성곽길을 오를겁니다.

그러구 보니..이 곳은 저번 북악산 산행코스와 겹쳐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신분증 필참이란 문자가 왔나 봅니다.

 

 

 

 

 

 

 

산행중에 기념촬영은 필수이지요.

언제나 나는 찍기만 하지만요.

숙정문을 바라보며..

 

 

 

 

 

 이제는 쇠락의 길로 걷고 있는 저 곳..삼청각..

요정정치가 이루어지던 70년대 요정정치의 산실..

 

다행히 지금은 원래의 목적이던

전통문화공연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네요.

 

 

 

 

 

 

 

1.21사태나무..

역사가 되어버린 나무 한 그루..

 

그 날의 총탄자욱은 메꾸어져 있지만..

그 흔적은 영원히 남겠지요.

 

 

 

 

 

 

북악산의 산정입니다.

샤론언니도 아폴로조님도 참 젊어 보이지요.

지천명을 넘겼고 바라보는 나이들인데..

 

주말마다 산을 타는 분들이라 그런지..

산을 닮은 듯 넉넉하고 푸릇하고 착한 사람들입니다.

 

 

 

  

 

 

하산길..

나는 저 나무계단이 싫어 후다닥 뛰어내려 와 일행을 기다립니다.

그냥 자연그대로의 흙과 돌을 밟으며

울퉁불퉁한 산길을 걷는 게 산행의 제 맛인데

 

요즘은 어딜가나 굳이 돈을 들여..

산길을 망쳐놓은 곳이 많아 싫고 안타깝습니다.

 

 

 

 

 

 

 

야생밤이 토실하니 익을대로 익어 벌어졌습니다.

군데군데 지키고 섰는 어린 군인들..

궁금하여 저 밤은 누가 따가느냐 물으니..

다람쥐나 줏어가지 민간인이나 본인들도 출입할 수 없다 하네요.

 

 

 

 

 

 

감나무도 얼마나 아름드리 영글었는지..

저 감나무의 감들도 까치밥이거나 제 몸의 거름으로나 쓰일 뿐..

사람의 손길은 가 닿을 수 없다 하네요.

행인지.. 불행인지..

 

 

 

 

 

 

산 아래 다 내려오니 꽃사슴무리가 한가롭습니다.

야생으로 자라는 데도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여유롭기만 합니다.

이뻐 셔트를 누르는데.."촬영은 안됩니다."

바로 맞은편에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서넛이 서있는 게..그제야 눈에 들어옵니다.

순간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요.

 

내게로 터벅터벅 걸어 오길래.. "이거 지울까요?"

"아닙니다 . 군사시설만 찍지 않았으면 괜찮습니다."

씨익~ 쪼개며 다시 멀어지네요.

휴우~~을매나 놀랐던지요.

 

 

 

 

 

 

창의문을 빠져나와 우리가 향하는 곳은..

고 노전대통령께서 탄핵 당시 찾으시고는 감탄을 하셨다는

백사실계곡입니다.

 

성곽순례길의 기분 좋은 보너스 같은 길이지요.

 

 

 

 

 

 

 

가는 길에 만난 어느 집의 뒷풍경입니다.

옛스러운 정취가 그윽한 ..

저런 집에 살아도 좋으련만..

 

가는 길의 집들은 하나같이 운치가 가득하고

집마다 개성도 돋보였습니다.

 

 

 

 

 

 

TV에도 나왔다는 저 위의 정자..

아주 세련된 멋스런 현대식 집 위에

주인장의 취향이 엿보이는 소나무와 정자

차고에는 벤츠..

 

어울지 않을 듯 하나 왠지 그나름으로 어울려보이는 조화..

 

 

 

  

 

 

 

호젓하고 이쁜 산길을 지나 만난 백사실 계곡..

 

물이 말라 개울물 수준이였으나

가을 낙엽 동동 떠다니는  아래로 송사리떼가 분주합니다.

잠시 쉬어갑니다.

 

올해의 마지막 족욕이 될거 같다며

우리는 그 맑디맑은 물에 지친 발을 담급니다.

 

 

 

 

 

 

이항복의 집터와 연못터라 하네요.

배 나온 기름지게 생긴 남자가 딸처럼 보이는 연인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네요.

 

그 여자의 짧은 치마가 하도 나풀거려 바라보는 내가 아슬합니다.

게다가 하이힐이네요.

 

 

 

 

 

 

하산하여 지나는 길에 만난 어느 집의 대문입니다.

아직도 이리 문단속을 하는 집이 있네요.

저 자물쇠 역할을 하는 나뭇가지가 하도 앙증하여..

저만큼 앞서가는 샤론언니를 불렀습니다.

 

"언니..이거 봐요. 너무 이쁘지요?"

 

 

 

 

 

 

 

옛날식 집들이 많은 동네에 자리한 찻집..

조금은 낡은 듯 하지만 들어가 차 한 잔 하고싶은 충동이 생길만큼

분위기 있는 찻집이였어요.

 

젊은 연인들의 모습이 참 이쁩니다.

저 모습이 참 부럽습니다.

 

 

 

 

 

 

한참을 내려오니 세검정이 보입니다.

인조반정때..거사 후에 이 곳의 맑은 물로 피묻은 칼을 씻은 곳이라 하네요.

지금은 물이 그 날처럼 맑지 않습니다.

물이끼가 끼인 채..세월도 역사도 아랑곳하지 않고 흐릅니다.

 

흐르고 흐릅니다. 세월처럼..역사처럼..

 

 

 

 

 

 

 

 

 

 

 

 

언제나 한 잔 정도의 술을 마시는 데..산정에서는 술술 넘어가던 막걸리가

산 아래만 내려오면..목구멍에서 턱 걸려 잘 넘어가질 않습니다.

산행 중에 늘은 것이 술이라며 술 한 잔도 잘 못하던 샤론언니도

이젠 제법 술을 마시곤 합니다.

 

두 번째 만나는 밤안개님..

"지난번 산행에서는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오늘 보니 참 예쁘네요."

"웃는 모습이 정말 예뻐요."

"근데 이쁜 얼굴을 왜 그리 모자로 푹 ~가리고 다니세요?"

"제 얼굴 보구 남자들이 쫓아올까봐서요.."

 

푸하하~~웃습니다..다들 기가 막혀 그냥 웃어버립니다. 

악수를 나누며..다음 산행을 기약하며..안녕이라 합니다.

나는 오늘도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산행을 했습니다.

 

 

 

 

 

 

 

  -벗 님 -

'♥삶 > 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남자와의 산행-사패산  (0) 2009.11.19
커피프린스 1호점  (0) 2009.10.12
서울성곽순례1-낙산   (0) 2009.10.05
내남자와의 산행-소요산  (0) 2009.09.17
숨은벽에서 노적봉까지  (0) 2009.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