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9.6
벗님에게 뭐라 답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과연 너의 친구..
네가 말하는 그런 친구인지..
그건 너만이 알겠지..
궁금하지만 묻고 싶진 않다.
결국 변하는 것이로구나..
한 순간 행복도 슬픔도 미소도
모두가 가을이면 잎지듯이..
내 조그만 분홍꿈이 반짝였던
그 한 때는 가기 마련..
사노라면 잊을 날도 많겠지만
그래도 못잊을 추억이였지..
아..이제는 돌아보지 말자.
이자리에 선 내가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앞으로 한 발 한 발 걸음마하며
내 인생을 설계하자.
외로움을 극복하면서 밝은 아이가 되어야지.
이제 지긋지긋하다,
그 많은 나 혼자만의 날들이 ..
그건 무서운 고독이였고..
나를 종일토록 방황하게 했다.
외로운 나 혼자가 좋았던 시절..
그러나 이건 위선이고 자만이다.
결국 홀로 남은 나는
이렇게 눈물 흘리고 있지 않은가..
아침이면 눈을 뜨자마자 자리에 누운 채..
'오늘은 어제보다 밝은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외롭지 않게 해 주세요..'
삶이란?
이다지도 어렵고 힘든 것만은 아닐테지..
꿈 ..희망..
결코 잃을 수 없고 잃어서도 안 될 소중한 것..
난 여기에다 내 삶을 의지해본다.
아주 가늘은 실처럼 난 의지 할 곳을 찾아 헤매인다.
이성에 눈을 뜨면서 두려움에 외면을 해버렸던 나..
나 이외에 다른 무엇을 생각하기에는
지금 난 너무 경황이 없다.
깊은 수렁..
외로움과 고독과 서글픔만이 존재하는 이 암흑에서
오로지 헤어나오려는 바람..
애절한 바람..
- 열일곱 벗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