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언니와의 산행약속을 취소하고 내남자와의 산행을 택합니다.
산꾼들과의 산행은 산행다운 짜릿함과 낯선이들과의 새로운 교감이 있어 좋습니다.
그러나 내남자와의 산행은 묵묵한 사랑이 있어 비할 바가 없지요.
차로 한 시간여 달려간 소요산..사유지라며 입장료를 받네요
자재암에 들어서니 불경소리가 요란합니다.
왠지 귀에 거슬리는 기계음..
바람소리.. 물소리..풍경소리 고요한 암자의 풍경은 찾을 길이 없어..
마음이 찌푸려집니다.
고3 입시생들을 위한 백일기도를 드린다 하네요.
이리 소란하고 수선해서야 기도가 부처님전에 가 닿기나 할런지요.
암자마당에서 내려다 본 풍경..
한여름 밤 찌는 더위에 불경공부에 열중하시던 청아한 살빛의 스님들이..
잠시 여름밤의 끈적한 열기와 어찌할 수 없는 정염을 식히려
첨벙~ 몸을 담궜을 법한..
울 엄마는 해마다 초파일이면 가족연등을 달아두신답니다.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그렇게
기도는..마치 이루어질 것 같은 마음의 안식을 주지요.
간절히 바라면..무언가를 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질까요?
흐르는 촛농 속에 저 촛불을 밝힌 누군가의 기도가 흐릅니다.
수행중인 스님의 뒷모습..
왠지 찰칵하는 셔트음이 송구해집니다.
천정에 매달린 수많은 연등의 행렬..
각각마다..어떤 마음의 간절함이 담겨있을까요?
산 중간쯤에서 저만치 뒤쳐져 쉬고 있는
내남자를 기다리며 담아 본 야생화..
묻지 마세요. 이름은 모르니까요..
박씨 아저씨..
나..드디어 디카로 배경 뭉개는 거 성공했어요.
근데 어쩌다가 성공했는지 입력을 못했네요.
소 뒷걸음식으로다..
봐요..또 성공했어요.
와아~~사진에 대해 무지하지만..
저렇게 뒷배경 희미하게 뭉개진 사진 찍고 싶었거든요.
쬐끄맣고 대따 기능 단순한 디카로..
좋아죽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약간 생기잃은 듯한 구절초..
산정에 하얗게 피어난 구절초가 하 정겨웠습니다.
시들면 시드는대로..소박하고 순수한 꽃..
구절초만 보면..미산을 꿈꾸는 미산님이 생각납니다.
산정엔 단풍나무가 지천이였습니다.
선녀탕 즈음에서 마음 좋아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가을에 이 능선을 타면 기가 막힌다 그러셨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빠알갛게 타들어가는 잎새마다 가을햇살이 머뭅니다.
칼바위를 넘어넘어 능선길을 타넘을 제..
가파른 오르막길을 헉헉~~오르다가 마주친 어르신들..
올라오는 나를 기다려 길을 열어주시며.."허어~젊은 아가씨가 힘들게 여길 왜 왔누?"
옆에 있던 어르신도 .."그러게 젊은 처자가 이 험한 델 뭐하러 와?"
엥? 노안이 오신걸까요? 아무리 내가 모자를 눌러썼기로..아가씨라니요? 푸하하~~
저더러 아가씨래요..실로 얼마만에 들어 보는 소리일까요..아가씨..
내 평생 다시는 듣지 못할거라 예전에 망각의 강으로 흘려보낸..아가씨..
뒤쳐져 올라오는 내남자..햐아~~내남자가 그 소릴 들어야 하는건데..
못들은 줄 알면서도 괜스레 물어봅니다.
"아빠, 저 아저씨들이 나더러 아가씨라고 하는 소리 들었어요?"
시큰둥한 내남자..그냥 슬몃 웃고 마네요. 난 좋아 팔짝 뛰겠 구만..
공주봉 정상..
들풀이 가득한 정상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들풀을 가르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들풀속에 담겨진 내남자의 풀물든 뒷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산의 능선을 타고 넘었습니다.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답니다.
산 속을 걸을 때는 몰랐는데 이만큼 떨어져 바라보니..
내가 저 산을 넘고 저 능선을 탔다는게 믿기지 않습니다.
하산하는 길에..길가 풀숲에 잠자리가 앉아 있길래..
무심히 손을 뻗었는데..깜박 졸음에 빠졌던 걸까요?
너무 쉬이 내 손안으로 잡혀버린 잠자리 한 마리..
문득..어린날 잠자리 잡으러 다니던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저렇게 잡은 잠자리 날개를 끼워두던..
잠자리 시집보내기..어린 날 누구나 해봤을 놀이..
지금 생각하면 잠자리에겐 너무 잔인했던..
산아래 계곡물에 발을 담궈 봅니다.
훗~~또 내남자의 이야기 하나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공군에 지원해 들어간 내남자..
보시다시피 내남잔 평발입니다. 심한..
근데 어떻게 공군에 들어갔냐구요?그것도 헌병으로..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그 당시엔 평발은 군에 가지않고 방위로 빠졌던 시절이였지요.
근데 공군시험치러간 날..평발검사 때..
발바닥에 하얀가루를 묻혀 도장처럼 발바닥을 찍게 하는데..
그냥 순간적으로 것두 시험이라고 ..떨어지기 싫었던 내남자..부정행위를 한 거죠.
검시관 몰래.. 발바닥의 흰가루를 손에다 침을 묻혀 닦아냈다고 하네요.
나참..그래서 35개월 알차게 군복무하게 된 거죠.
그러나 후회는 없다 하더군요..
보다 값진 인생경험을 했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출발하며서 부터 까무룩한 잠에 빠져들었나 봅니다.
중간에 설핏 깨었는데..내남자가 세차를 하더군요..
그냥 더 자라길래..고대로 아뜩하니 잠속에 빠졌습니다.
어찌 헤어날길 없는 깊은 잠 속으로..
문득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이곳을 달리고 있네요. 자유로..
우리 둘 참 많이 달리던 이 탁 트인 드라이버길..
밀월여행으로 가는 길..
우리 둘만의 아지트가 있는 길..
지리하던 일상을 잠시 누이러 가는 길..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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