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울성곽순례를 한다 합니다.
흥인지문..이곳에서 출발을 합니다.
일반산행과는 다른 맛인 듯하여 조금 설레입니다.
♥
성곽 초입에 만난 글귀들..
성곽순례를 세 번이나 하셨다는 밤안개님이 열심히 설명을 해주시는데 ..
언제나 공부는 뒷전인 불량학생이 있는 법이죠..
사실 사진 찍느라 설명을 놓쳐버렸네요..
우스갯 소리인지 밤새공부해 오셨다 그러셨는데..
성곽과 담쟁이덩굴..잘 어울리는 커플이지요.
저 담쟁이가 담이나 벽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러던데..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안내판을 확인하고 이제 본격적인 성곽순례가 시작됩니다.
오늘의 동행인들입니다.
아폴로조님..밤안개님..샤론언니..나..
오붓하니 좋죠..?
저 앞의 네모난 문을 들어서면 성안입니다.
무언가 질곡 많은 역사의 현장속으로 들어온 듯한
약간의 흥분과 설렘이 일어납니다.
성안 풍경은 이랬습니다.
제겐 아주 낯익은 풍경입니다.
마치 70년대의 어느 마을을 재현해 놓은 듯합니다.
정겨운 유년의 동네 골목길 풍경입니다.
어느 마을에나 마을어귀에 이런 평상 하나쯤은 다 있었지요..
오가는 동네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며..사는 이야기 나누던..
이런저런 동네 소문이 나돌던..
갈래길에서 만난 집..
이런 오래된 집들의 풍경에 꽂히는 것이..
나만 그런 걸까요..?
나는 저 모습이 하 정겹고 하 이쁩니다.
산동네..달동네..
마을의 공동 쉼터인듯 한데..
참 정갈한 느낌이죠..
누군가가 자투리땅을 일궈 텃밭을 가꾸었고,,
또 누군가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가져다 놓았을
야외용 식탁이며 의자..그리고 평상,,
가는 길에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던 일본식 집들..
물론 아픈 역사의 잔재일지 모르나..
이 풍경 또한 정스럽습니다.
낡고 오래된 것들을 바라보는 그런 애잔함..
이 일본식집들은 따로이 또 올릴까 합니다.
호박넝쿨이며 대추나무..감나무가 우거진 어느 집의 풍경..
비록 집은 허름하고 스러질 듯 낡았으나..
주인장의 마음은 집을 둘러싼 저 초록빛처럼
푸르고 넉넉할 듯 합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한 듯..
저 멀리로 보이는 성곽 밖의 서울 풍경은
다시 현재입니다.
성곽을 사이에 두고
달동네와 부촌이 공존을 합니다.
오른쪽..성북동이라 그러던가..?
가물거립니다..
서울 지리나 지명은 여전히 까막합니다.
잠시 발길 멈추어 쉬어가는데..
저 할머니께서 애절한 눈빛으로 아스피린을 찾으십니다.
속이 너무 아프니 아무 약이라도 있으면 달라 하시네요..
할머니 아프시면 병원엘 가셔야지요..
아무 약이나 드시면 어떡해요..?
보니..속이 아프실 때마다 진통제로 그렇게 견뎌오신 듯 합니다.
마음이 안된 우리 일행들..
샤론언니가 따끈한 갈근탕을 한 잔 따르고..
나는 행여 데이실까..한참을 후후~~불어
천천히 조심히 드시라 몇 번을 당부하고..
아폴로 조님이 영양갱을 권해 드리니..
"이렇게 귀한 걸 날 주면 어째요..?참 맛나네요.."
하시며 눈물을 글썽이십니다.
마음이 그랬습니다.
낙산공원에 들러 서울 경치를 한눈에 바라보고..
구름 이쁜 하늘도 한 번 올려다 보고..
다시 성밖으로 나갑니다.
성밖은 무슨 공사중으로 먼지와 소음이 풀썩거리고 있습니다.
제일 아래 동글거리는 짙은 돌은 태조때 ..
그 위에 반듯하고 네놈난 돌이 숙종때..쌓여진 것이라 하네요..
이 돌틈사이에도 역사는 흐릅니다.
돌아보면 안타깝고 때론 한심한 ..
아마 서울 하늘 아래 첫집이 아닐까..
얼핏 보면 무슨 요새같기도 합니다.
하늘이 멋스럽지요..
다행하게도 해를 살짝 가려준 저 구름 덕에
오늘 순례길은 안성맞춤이였습니다.
나 어린 날.,십 리나 되는 학교길을 가다 보면..
저런 풍경의 집들을 많이 만나곤 했었는데..
사람들은 나무나 화초를 가꾸며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나 봅니다.
초록빛깔과 자라는 생명은 왠지 마음의 위안을 주지요.
나 또한 아침마다 베란다의 화분들을 바라보며..
어제 보다 자란 모습에 신기해하며..
사는 시름..잠시 잊기도 하지요..
비록 가난한 달동네이지만..
집집마다 지붕마다 골목마다 정성으로 가꾸어 놓은 화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꿈을 키우는구나..푸릇한..
마음은 부자이겠구나..언제나..
저 화분들을 가꾸는 마음으로 하루를 사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보다 행복하겠구나..
뭐 그런 생각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성곽을 따라
우리의 순례는 계속됩니다.
참 의미있는 한걸음한걸음입니다.
오늘 이 순례길을 기획하신 밤안개님께
문득 고마운 마음이였습니다.
- 벗 님 -
호흡이 가쁩니다.
이쯤에서 1편은 마무리 지어야겠습니다.
너무 길면 읽으시는 분들도 지루하실 거 같고..
잠시 숨 고르고 ..2편 써 올리겠습니다.
추석연휴..벗님은 이러구 있습니다.
명절 연휴..다들 잘 지내셨는지요?
혹? 송편 남은 분들계시면
좀 놓구 가셔요..
추석송편 구경도 못한 불쌍한 벗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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