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아이들이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눈만은 나를 닮길 바랬었다.
물론 내남자의 눈도 짙은 쌍겹에 큰 눈망울에 ..참 이쁘긴 하다.
늘..어릴적 동네어른들이 백만원짜리 눈이라며 칭찬이 자자했다고 자랑이다.
그 당시엔 백만원이 가장 큰 돈인 줄 알았던 시대였다며..
음~~이건 또 자랑같은 얘기라 누군가는 듣기가 거북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이 공간은 내 삶의 어제 오늘 내일의 기록이며 지극히 이기적인 나의 공간이기에..
나의 의도는 단지 묻혀져 가던 기억조각을 꺼내어 고대로 기록하고자 하는 것 뿐이다.
이하..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읽지 않으심이..온통 내 자랑투성인지라..
전 분명히 경고드렸습니다.
열 네살적 내사랑.. 나의 벗님은 내 눈을 항상 흑진주라 칭해 주었다.
흑보석처럼 빛나는 맑고 깊은 눈이라며..
전학간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나를 초롱이라 불렀었다..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난다며..
대학 일 학년 새내기 시절..
학교간부를 맡고 있던 옆방 선배 따라 나선 양담배 안피우기 캠페인..
온 시내를 피켓을 들고 돌다가 벤취에서 쉬고 있는데..
남자선배 한 명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내 눈을 빤히 들여다 보며..
참 영롱한 눈을 가졌다며..
지금 자기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없었더라면..프로포즈 했을거라며..
하늘이 참 이뻤던 어느 하루..
캠퍼스 중도 앞의 큰 기둥에 기대어 하늘을 쳐다 보고 있던 그 날..
바로 옆에 기대어 그렇게 하늘을 쳐다 보던 남학생 한 명..
문득 나에게 인사를 건네길래.. " 절 아세요?"
"네..우리 캠퍼스에서 눈이 제일 이쁜 아가씬데요."
"군에 간 내 친구가 아가씰.. 좋아했었거든요."
그리고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연수원에서의 한 달 연수기간동안에도 내 별명은 눈이 이쁜 아가씨였었다.
그리고 권중이 녀석..내가 참 좋아했던 놈..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쉴려고 나오는데..허겁지겁 따라나와
'눈이 참 이쁘시네요..커피 한 잔 하실래요?'
참 어이없는 순간에 참 어울리지 않는 식상한 멘트였는데도 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유없이 무조건 끌리는 놈이였으니까..
그렇게 권중이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고..훈이랑 윤태도 그렇게 알게 되었지.
나의 한 시절을 참 행복하게 장식해 주었던 녀석들..
후훗~~다 잊었던 기억들인데..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어제인 듯 ..새록새록한 추억 하나..기억 둘..
기억할런지 모르겠는데..
태풍 몹시도 심하게 치던 날..주인아주머니께 혼나면서도 극구 외출을 감행해서..
내남자랑 태풍 휘몰아쳐 거대한 캠퍼스 가로수나무가 하나 둘 뿌리째 넘어지던
그 비바람 세찬 날..잠시 태풍을 피해 들어간 신축 체육관 건물입구에서..
내남자가 나를 깊고 아득하고 몽롱한 눈으로 쳐다보며..
무슨 혼잣말처럼..아름답다..아름답다..그랬었지..
아마 내남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지금의 내 눈은 이미 그 보석같은 빛남도 영롱함도 초롱함도 다 잃었겠지..
그 날들 보다
조금 더 깊어졌을까..?
조금 더 슬퍼졌을까..?
조금 더 흐려졌을까..?
아마 상심으로 흔들리고 우울로 흐려져 있을지 모르겠다.
안개비 내리는 날의 자욱한 세상처럼..
눈동자 가득 안개만 내린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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