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5월31일..
어느날 문득 창문을 열어젖혔을 때..
진하게 느껴오는 내음..무엇이였을까?
그것은 어느새 성숙해진 찔레꽃 향기였다.
뒤뜰을 거닐 때..
초록빛 무성해진 찔레나무 앞에서 망연해지는 것은..
이미 꽃잎은 시들고..그 향기는 공기속으로 분해되어버렸기 때문..
그보다도 언뜻 5월의 종말을 예감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5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누군가는 말했었지..
아마도 눈부시던 꽃들..장미 아카시아 찔레 목단 작약..
이런 아름다운 꽃들이 피었다가 져버리는 아쉬움..
땅바닥에 말라버린 꽃잎들의 처절함..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오혜령의 수필집<사랑은 홀로 넉넉한 빛이어라>를 읽었다.
따스한 햇살을 한모금 마셔본다.
졸음이 스치고 잠시 헤이했던 나를 책망한다.
시간을 황금에 비유하지만 ..그것은 부족한 표현이다.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지만..
시간..그것은 바로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을 잃어버린 것 앞에서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 하더라도 죽은자는 말이 없듯이
죽은자는 시간마저도 죽여버리는 것이다.
죽기전에 시간을 한껏 사랑해야겠다.
그 시간 속에 포함된 온갖 것을 사랑해야겠다.
그리고 후회 없이 사랑해야겠다.
지치도록 열심히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내가 되어야겠다.
한 번 뿐인 생 ..
그것도 결코 길지않은 한 순간의 짧은 생..
아~죽음 앞에서 숭고해지고 싶다.
눈물대신 엷은 미소를 띄울 수 있기를..소망한다.
그렇게 되도록 살아야겠다.
♡ 귀퉁이글 ♡
네 가느다란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 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잊고 사는게 현명할까..
또 다시 사랑함은 배반일까..
누군가를 그리워함은 아름다운 일
모든 이해타산을 떠나자
첫사랑을 잊지 못해..나를 사랑해서..
흔들리며 젖어가던 너의 두 눈동자
한 쪽 눈엔 첫사랑의 환상을 머금고
또 다른 눈엔 내 모습이 타오르며
너는 두 눈이 멀은 맹인처럼..
내 온가슴을 헤매다녔다.
아낌없이 사랑 주던 너였거만..
나는 언제나 진실 한끄터머리를
떼어놓고서 너를 대했구나..
후련히 네가 떠나버렸다면
차라리 이토록이나 아팠을까..?
♬~~ 순결한 사랑-남궁소소
-스무살의 일기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