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18일
'흰 머리 뽑아 줄래?'
하루를 마감할 즈음..남편이 무심한 듯이 던지는 말..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말이 반갑다.
눈치채지 않게 기뻐한다.내가..
'흰 머리 뽑아줄래?' 이건 그냥 부탁하는 말이 아니기에..
내게로 마음을 열고 있다는 그 나름의 표현이기에..
'빨래 개켜놓고 뽑아줄게요.'
우리가 소원해진 사이..그의 흰머리도 그만큼 무성해져 있다.
이건 비밀인데..사실 나는 남편의 흰머리 뽑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싫은 척..힘든 척..
그리구는 꼭 세 가지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청소기 돌리기, 설거지, 빨래개키기..이렇게 내가 할 일을 덤탱이 씌우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흰 머리 뽑아줄래?'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도 반갑고 기쁘니..
내가 머리 만져주는 걸 좋아하는 남편..
흰머리 보이는 걸 못견뎌 하는 남편..
"거봐요..나밖에 더 있어요?"
"당신 흰머리 마지막 한 올까지 정성스레 뽑아 줄사람.."
"그러니 이제 나, 미워하지 말아요. 삐치지도 말아요."
"당신 사랑 외면 하던 그 순간에도..나는 당신 정말 사랑했어요."
"어쩌면 당신과 함께한 세월 중에 가장 당신 사랑한 순간도 그 때였어요."
"그저 조금 미안하다..하는 맘밖에 가질 줄 모르는 철부지 아내였어요."
"그게 그리 당신 아픔의 큰 이유가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바보처럼.."
이제는 느껴요.
당신 아픔의 크기만큼..그 이상으로 날 사랑했음을..
이제는 알아요.
나의 첫사랑..그리구 마지막 사랑..오직 한 사람..당신 뿐임을..
내일 남은 흰머리 마저 뽑아 줄게요. 마지막 한 올까지..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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