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역..
맏아버지 첫 기제사이다.
내남잔 며칠 전부터 동생들에게 연락해서 다 참석하도록 하라며..
나를 채근한다.
" 큰아버지 첫 기제사인데 가능하면 다들 참석하자.."
단툭방에 톡을 때리니 다들 오케이 라며 답톡이 온다.
♥
차창을 휙휙 스쳐가는 밤 하늘가에
초승달이 예쁜 날에
맏아부진 먼길을 가셨다.
그리고 일 년이 흘렀다.
To traino feygei stis ochto(기차는 8시에 떠나네) / Haris Alexiou
기차시간이 잠시 여유로와 기차역 구내에서
내남자가 커피를 사준다.
엔젤리너스 커피였던가?
울산역 플랫폼에서..
나의 맏아부지와 맏어메는 세상없이 착한 분들이셨다.
너무나 일찍 돌아가신 천사같은 맏어메의 죽음 앞에
난 철이 없었고 죽음이 무엇인지 미처 인지하지도 못했었다.
살며 문득문득 맏어메가 떠오르면 가슴에 묵직한 통증이 오곤 했다.
세월이 갈수록 그 통증은 더 예리해져 갔었다.
그때서야 죽음이란 것이 이리도 아픈 것이였구나..
세상에 철이 없던 난 참 늦게도 죽음이라는 이별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맏어메에게 미처 다하지 못한 맘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맏아부지 죽음 앞에서 먼저 가신 맏어메와 울아빠 생각에
참 서럽게도 통곡했었다.
울집 다섯 딸과 삼교대라 참석하지 못한 막내 제부를 제외한 네 명의 사위가 들어서니..
큰집 오빠랑 언니들이 화들짝 반긴다.
미숙이 언니는 나더러 먼데서 어찌 왔냐며 두 손을 꼬옥 붙잡는다.
사촌동생 정미는 나를 보더니 엄마가 언닐 엄청 예뻐했는데..
맨날 언니보고 복사꽃 같다고 그러셨는데..
그랬다.
어려서부터 나를 참 예뻐해주신 맏어메..
그래서 더욱 그리운 맏어메..
다들 절을 올리고 맏며느리인 새언니가 절을 올리며 한 마디 한다.
" 아버님, 저희가 새로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 아버님 다음에는 이사 간 새 집으로 오이소."
하며 이사 가는 주소를 또박또박 말한다.
와줘서 고맙다..다들 잘 가라..인사를 나누며..
"이제 또 언제 보겠노?"
누군가의 말 한 마디..
맏아부지 맏어메 다 안계시니 이제 명절에 큰집 올 일도 없을 터..
이제 사촌들도 큰 일이나 있어야 얼굴 한 번 볼 수 있을 터..
맏아버지의 첫기제사는 성황리?에 치뤄졌고..
처갓집 큰아버님 첫기제사에 하나같이 참석해준
울집 백념손님들..내남자와 우리 제부들에게
나는 다시 또 고맙다.
★ 맏아부지: 큰아버지,
맏어메:큰어머니
- 벗 님 -
'♥삶 > 가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덕궁 비원에서 (0) | 2018.02.06 |
---|---|
조카 민정이와 민왕이의 서울 나들이-창덕궁 (0) | 2018.02.06 |
재범이 결혼식 후에 (0) | 2017.11.16 |
조카 재범이의 결혼식 (0) | 2017.11.15 |
아버님 기제사 (0) | 2017.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