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선 새벽잠을 깨우신 어머님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날 닮아 알러지 체질인 우나랑 쏭이..
밤새 콧물 훌쩍이고 재채기와 잔기침을 해댄다.
어머님께서 낮동안에 햇빛에 바짝 말리셨다고는 해도..
간만에 꺼낸 이불 탓인지..
공기 맑은 시골에 와서 외려 알러지로 고생하는 딸들..
밤새 내 마음도 콜록거린다.
해 뜨기 전 강둑길을 걷고 싶어..
살그머니 잠자리를 빠져 나온다.
♥
1625
안개 자욱한 몽환의 새벽이
나는 참 좋습니다.
눈물 머금은 듯한 슬픈 느낌의 흐린 세상..
천성적으로 내가 사랑한 세상이였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릅니다.
그냥 아주 어려서부터 오슬오슬 추운 느낌과
구름 자욱한 흐린 날이 좋았더랍니다.
비야 말할 것도 없었지요.
텃밭 가장자리에 심어둔 호박잎에 떨어지던 투명한 빗방울들..
비에 젖어 선명하고 반짝반짝 찬란한 초록잎사귀들이..
어린 마음에도 그냥 좋았더랍니다.
내게 이런 슬픔의 정서를 선물해준 신께..
감사합니다.
왜냐면 이런 슬픈 감성이 내게 있어
나의 하루하루가 의미이고 행복이고 사랑이니까요.
그대는 아시지요?
슬퍼서 아름답고 슬퍼서 행복하다는..
모순같은 내 말의 의미를..
아시지요?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