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비바람 세차게 몰아치고 난 평일의 어느 하루..
아침 일찌기 삐삐언니랑 심학산 둘레길을 가기로 한다.
둘레길 초입에 할머니께서 손수 키우신 배추를 팔고 계셨다.
한 발 앞 선 두 여인네가 배추를 몽땅 떨이를 해가버린다.
한창 배춧값이 비싸지고 있던 시점이라..
부러운 듯 쳐다 보고 있는 삐삐언니..훗~~
다행히 전화를 하면 배추를 더 공수해 올 수 있다며..
핸폰을 때리시는 할머니..
더 아쉬운 입장인 언니랑 난..돈을 미리 드리고..
둘레길 다 돌고 내려오는 길에 배추를 찾아가기로 한다.
언니는 마트에 파는 것보다 달고 맛나다며..
할머니 앞에 진열된 고추며 가지며 깻잎을 싹쓸이하듯 다 산다.
두 시간여..둘레길을 다 돌고 내려오니..
다행히 할머니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그 사이..밭에서 가져오신 야채들은 다 팔으셨는지..
말끔히 자리를 정리하시고..
그런데..
두 뭉치로 갈라 놓은 배추의 양이 미리 사 간 여인네들의 반 정도 밖에 안되는 양이다.
뭔가 찜찜했지만..할머니 가시는데 까지 일단 차로 모셔다 드리고..
"언니..아무래도 배추가 반 밖에 안되는 거 같지 않아요?"
"그런 거 같지? 그냥 좋은 일 했다 생각해.."
그냥 조금..아주 조금 씁쓸했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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