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울집은 마당이 참 넓었었다.
대문이 없던 울집은 언제나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 일쑤였다.
나는 아침마다 기다란 싸리 빗자루로 그 너른 마당을 쓰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흙마당이였지만 흙먼지가 폴폴 날리는 것이 싫어..
흙마당이 반질거리도록 마당을 쓸곤 했었다.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외할머님께선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머리카락 한 올 날리지 않을만큼..그렇게 정갈하셨고..
부엌은 하도 깨끗해서..
마실 온 동네 사람들이 ..부엌 바닥에 밥풀이 떨어져도..
그냥 줏어 먹어도 되겠다..할 정도로 정갈했었다면서..
마당을 쓸 때면..
나는 늘 외할머니의 정갈한 부엌을 상기하곤
더 열심으로 말끔하게 쓸었던 것 같다.
너른 마당의 앞 쪽엔 엄마가 가꾸시는 어린 눈엔 참 넓었던 텃밭이 있었고..
마당입구 담장 아래엔 가을 국화가 만발하던 자그마한 화단이 있었다.
엄마의 그 텃밭에서 호박이며 오이며 옥수수를 수확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텃밭에서 김장에 쓸 배추며 무를 수확하던 기억도..
겨울엔 텃밭 가장자리에 구덩이를 파서 무를 묻어두고..
긴 겨울밤 입이 궁금해지면 엄마는 구덩이에서 무를 가져와..
쓱싹쓰싹 껍질을 깎고 무청부분의 파스름한 부분을 먹어보라며 주셨다.
시원하고 달달하던 무..
간혹은 맵기도 했고..
간혹은 그야말로 아무 맛도 없는 무맛이였고..
그래도 길고 가난한 겨울밤 달달한 간식꺼리가 되어주었던 무,,
어느 날엔가...아빠가 집터에 양옥집을 새로 지으시면서..
놀이터 같던 마당에 시멘트가 발라지고..텃밭은 사라지고..
자그마한 화단만 덩그러니 남아 ..
어린 마음에도 참 아쉬웠던 기억..
- 벗 님 -
이슬 인해 바지가랭이 젖어도 좋았던...
그 새벽에 옥수수따서 바로 삶아 맛나게 먹던
요즈음 무우로 생채하면 넘 맛있던...
'♥삶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슴 이야기..18세 이상 (0) | 2010.08.19 |
---|---|
회색 일기 (0) | 2010.08.16 |
잠자리에 대한 추억 (0) | 2010.07.24 |
보름달 (0) | 2010.07.23 |
나의 댄스공연-테크노- (0) | 2010.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