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룡산 올라가는 길에 잣나무군락지가 있었다,
산의 중턱쯤에 배낭을 내려두고 잠시 쉬는 중에..
내남자가 싱싱한 잣 두 송이를 발견했다.
"어? 다람쥐랑 멧돼지가 이걸 왜 못 봤을까?"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는 길에 내가 또 한 송이를 주웠다.
그 잣송이를 소중히 가방 안에 넣는데 향긋한 잣향이 코끝을 찌른다.
♥
내남자와 내가 거실에서 잣을 깐다.
처음 까보는 것이라 인터넷검색을 해서 깐다.
펜치로 꾹 누르니 힘조절이 안되어 대부분 으스러진다.
망치로 톡톡 두드려 까니 그나마 조금 낫긴 하지만..
잣 까는 일이 이리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처음 알았다.
잣이 비싼 이유가 귀하기도 하지만
이리 까기 힘든 이유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남자와 내가 나름 정성껏 깠지만
어찌 으깨어진 것이 더 많다.
뽀얗게 속껍질을 깔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갈아서 잦죽을 만들기로 한다.
잣 세 송이에서 제법 소복하게 잣알이 나왔다.
내일 아침은 이 잣으로 잣죽을 끓이기로 한다.
현미와 귀리와 장단콩을 불려서 갈고..
어제 까둔 잣도 갈아서 잣죽을 끓인다.
딱 네 그릇 분량의 잣죽..
잣향이 솔솔 나고 세상에서 제일 꼬소한 맛이 난다.
내남자도 딸들도 참 맛나다며 참 꼬시게도 먹는다.
석룡산에서 잣을 주운 순간부터 내내 울 아빠 생각이 났다.
잣을 까면서..잣죽을 끓이는 동안에도..
나는 내내 울 아빠 생각이 났다.
울 아빠 돌아가시기 전..
아빠의 부탁으로 무덤자리를 알아보러 고향뒷산엘 갔었다.
큰아버님랑 엄마랑 내남자..그리고 막내 태야랑..
아빠가 그림으로 그려준 아빠의 무덤자리를 찾아 산을 헤매던 중..
엄마께서 잣 한 송이를 발견하셨다.
잣나무가 없는 산에 참 신기하게 잣이 달랑 한송이 떨궈져 있었다.
엄마는 다람쥐가 잣을 들고 가다가 떨어트린 모양이라고 말씀하셨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는 그 잣으로 잣죽을 끓이셨다.
딱 한 그릇 분량의 잣죽이 나왔고
정신이 혼미하신 중에도 아빠는 그 죽을 참 맛나게도 드셨다.
먹는 것 마다 다 토하시고 물도 잘 못드시던 울 아빠..
그 잣죽은 토하지도 않으시고 참 맛나게 드셨다.
고향뒷산에서 주운 잣 한 송이로 끓인 그 잣죽이..
울아빠 이승에서 맛나게 드신 마지막 식사였다.
- 벗 님 -
♬~~시오리길
제가 으외로 맘이 약해서요 ㅋ
한그릇에 한수저씩만 떠먹고 가요...
담엔 꼭 한그릇 더 분량추가 해 주세요
설마.. 조금은 남아있겠죠
남쪽나라 작은하늘 처마밑으로
보내주실수..있을까요?
고소한 잣죽을
내가 먹은듯..하네요...
ㅎ~
놓치는 잣이 있게 마련인가 보네요.
덕분에 아버님이 드셨던 꼬소한 잣죽 끓이시고~~^^
기쁨이 가득하한
월요일되세요
감사합니다
- 김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