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가족 이야기

아빠와 잣죽

by 벗 님 2014. 11. 22.

 

 

 

 

 

 

 

석룡산 올라가는 길에 잣나무군락지가 있었다,

산의 중턱쯤에 배낭을 내려두고 잠시 쉬는 중에..

내남자가 싱싱한 잣 두 송이를 발견했다.

 

"어? 다람쥐랑 멧돼지가 이걸 왜 못 봤을까?"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는 길에 내가 또 한 송이를 주웠다.

그 잣송이를 소중히 가방 안에 넣는데 향긋한 잣향이 코끝을 찌른다.

 

 

 

 

 

 

 

 

 

 

 

 

 

 

 

 

 

 

 

 

 

 

 

 

 

 

 

 

 

 

 

 

 

 

 

 

 

내남자와 내가 거실에서 잣을 깐다.

처음 까보는 것이라 인터넷검색을 해서 깐다.

펜치로 꾹 누르니 힘조절이 안되어 대부분 으스러진다.

망치로 톡톡 두드려 까니 그나마 조금 낫긴 하지만..

잣 까는 일이 이리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처음 알았다.

잣이 비싼 이유가 귀하기도 하지만

이리 까기 힘든 이유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남자와 내가 나름 정성껏 깠지만

어찌 으깨어진 것이 더 많다.

뽀얗게 속껍질을 깔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갈아서 잦죽을 만들기로 한다.

잣 세 송이에서 제법 소복하게 잣알이 나왔다.

 

내일 아침은 이 잣으로 잣죽을 끓이기로 한다.

 

 

 

 

 

 

 

 

 

 

 

 

 

 

 

 

현미와 귀리와 장단콩을 불려서 갈고..

 

어제 까둔 잣도 갈아서 잣죽을 끓인다.

 

딱 네 그릇 분량의 잣죽..

 

잣향이 솔솔 나고 세상에서 제일 꼬소한 맛이 난다.

 

내남자도 딸들도 참 맛나다며 참 꼬시게도 먹는다.

 

 

 

 

 

 

 

 

 

 

 

 

 

 

 

 

 

 

 

 

 

 

 

 

 

석룡산에서 잣을 주운 순간부터 내내 울 아빠 생각이 났다.

잣을 까면서..잣죽을 끓이는 동안에도..

나는 내내 울 아빠 생각이 났다. 

 

 

 

울 아빠 돌아가시기 전..

아빠의 부탁으로 무덤자리를 알아보러 고향뒷산엘 갔었다.

큰아버님랑 엄마랑 내남자..그리고 막내 태야랑..

 

아빠가 그림으로 그려준 아빠의 무덤자리를 찾아 산을 헤매던 중..

엄마께서 잣 한 송이를 발견하셨다.

잣나무가 없는 산에 참 신기하게 잣이 달랑 한송이 떨궈져 있었다.

엄마는 다람쥐가 잣을 들고 가다가 떨어트린 모양이라고 말씀하셨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는 그 잣으로 잣죽을 끓이셨다.

딱 한 그릇 분량의 잣죽이 나왔고 

정신이 혼미하신 중에도 아빠는 그 죽을 참 맛나게도 드셨다.

먹는 것 마다 다 토하시고 물도 잘 못드시던 울 아빠..

그 잣죽은 토하지도 않으시고 참 맛나게 드셨다.

 

고향뒷산에서 주운 잣 한 송이로 끓인 그 잣죽이..

울아빠 이승에서 맛나게 드신  마지막 식사였다.

 

 

 

 

 

 

 

 

 

 

- 벗 님 -

 

♬~~시오리길

망치보고 깜놀....
제가 으외로 맘이 약해서요 ㅋ
한그릇에 한수저씩만 떠먹고 가요...
담엔 꼭 한그릇 더 분량추가 해 주세요

사실 네 그릇까진 안나오고요..

해서 전..맛만 쪼끔 봤어요.

엄청 꼬소했어요.

산에서 바로 공수해온 거라..더 꼬신 거 같았어요.


에궁~~

맘이야..한 그릇 듬뿍 드리고시픈데~~
먹음직스런 잣죽,
설마.. 조금은 남아있겠죠
남쪽나라 작은하늘 처마밑으로
보내주실수..있을까요?

후훗~~

식구들 퍼주고 나니..전 반공기 정도..

맛만 쪼금 봤어요.

그래도 식구들 맛나게 먹는 거 보니..뿌듯~~~


남쪽나라..어느 하늘인지..알아야..

대구? 였나요?

고소한 잣죽을
내가 먹은듯..하네요...
ㅎ~

후훗~~

정말 꼬소했어요~~

시중에 파는 거랑은 비교도 할 수 없었어요.^^*
다람쥐와 멧돼지도

놓치는 잣이 있게 마련인가 보네요.

덕분에 아버님이 드셨던 꼬소한 잣죽 끓이시고~~^^

그러게요..

이미 잣나무의 잣들은 다 떨어져 말라버렸는데,.

늦도록 나무에 매달려있던 잣 몇 송이가 떨어졌던가 봐요.

덕분에 참 꼬소한 잣죽을 먹었어요.^^*
활기찬 출발하시며
기쁨이 가득하한
월요일되세요
감사합니다

요즘 날이 따스해 참 좋으네요.

김영래님게서도

활기찬 한 주 보내셔요.^^*

 - 김두수

 

'♥삶 > 가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0) 2014.11.27
엄마네  (0) 2014.11.27
새끼 강아지  (0) 2014.10.07
차창에 기대어  (0) 2014.10.03
시아버님 기제사  (0) 201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