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우나의 메모>
" 엄마, 이거 봤어?"
"뭔데.."
우나가 내 폰의 S메모에 메모를 남겨두었던 모양이다.
저 날..좀 안 좋은 일이 있었고..
나는 울다가 쇼파에서 잠이 들었었다.
그렇게 잠이 든 엄마 옆에서
딸아이가 메모를 남겨두었던 모양이다.
쇼파에 쪼그려 잠이 든 엄마가 안쓰러워 보였던 모양이다.
♥
쏭이가 다니는 수학학원 원장님은 열정적이시다.
아이들이 그날의 분량을 다 해낼 때까지 ..
집에 보내주질 않는다.
학원 규정시간인 10시를 넘기는 건 예사이고..
어느 날은 자정이 넘도록 아이들을 잡아둔 적도 있다.
오늘도 10시 넘어 11시가 되도록 학원에 있다는 쏭이..
3단지까지는 친구랑 같이 온다기에
3단지 앞에서 기다리려고 집을 나선다.
쏭이
집을 나서며 쏭이에게 전화를 한다.
"어디쯤 오구 있어?"
"아직 푸른사거리야."
"그래? 그럼 엄마가 3단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갑자기 전화기 너머 딸의 음성이 격앙된다.
"엄마, 오지 마..친구랑 간다니까 왜 나왔어?"
"엄마.그러다가 납치되면 어짤라고 그래? "
나 참 기가 막혀서..
"야, 납칠 해도 니들같이 어린애들 납치하지 엄마같은 아줌말 누가 납치해?"
"나야 덩치가 크지만 엄만 쪼만해서 납치당하기 쉽단 말이야."
"벌써 나왔는 걸..괜찮아..요 앞에 사거리까지만 나갈게."
"엄마. 오지마..오려거든 아빠랑 같이 와..혼잔 오지 마..알았지??"
순간..나는 가슴이 뭉클~해왔다.
그동안 내가 쏭이학원 마중가려면
왜 그렇게 화를 내면서까지 나오지말라 그랬는지..
둔한 나는..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우나같은 경우는..
학원에서 우리 빌라까지 오려면
주택가 골목을 지나와야 하기 때문에 무섭다고..
항상 나더러 마중나오라 그랬다.
그래서 늦은 밤시간..나는 매일 우나마중을 나갔고..
그렇게 딸아이랑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밤별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이
행복했더랬는데..
쏭이같은 경우는..
내가 마중을 나가려고 하면..
자긴 혼자 생각하며 걷고 싶다고 나오지 말라고..
간혹은 친구랑 가니까 나오지 말라고..
그래도 걱정 되어서 나가겠다고 하면..
막 화를 내면서 극구 못나오게 했었다.
나는 그런 딸아이가 못내 서운했더랬는데..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그동안 쏭이가 왜 그렇게 화를 내면서까지
엄마가 마중 나오는 걸 싫어했는지..
엄마가 걱정이 되었던 거다.
혹 밤길에 이 엄마가 납치라도 당할까 봐..
그래서..그랬던 거다.
♬~~ 일어나/ 김광석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있는걸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 가고
햇살이 비추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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