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봉
장군봉으로 향해 가는 능선길..
이미 늦어버린 하산길..우리 말고 산중에 인적은 없었다.
다행히 능선길 중간쯤에 연인인지 부부인지 모를 남녀가
이제서야 점심을 먹고 하산채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우리지만..우리보다 늦어질 그들이 조금 걱정스러웠다.
발걸음을 재촉해 장군봉으로 향해 가는데..
뒤에 오는 내남자..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늦었고 우린 이미 봉우리를 두 개나 넘어왔다고..
최종목적지인 용문사와는 너무나 멀어졌다는 것이다.
해서..다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일단 이만큼 왔으니 예정했던 코스로 가자고 고집을 부리는 나..
나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얼마를 왔을까..
마침내 장군봉에 다다랐고..
거기서 젊은 남자 두 명을 만나 무척 반가왔다.
일행 중에 어린아이를 데려온 이가 있어..
늦어진 그들도 상원사로 하산할 거라며..
뒤처진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내남자가 왔고..
우리는 하산을 서두른다.
♥
고사목
해가 산봉우리에 위에 걸렸다.
이제 산 너머로 해가 지고
산중에 어둠이 몰려오는 건 순식간일 것이다.
그래도 저번 백운산에서의 야간산행 경험이 있어
두려움은 덜하다.
우리 말고 함께 하는 일행도 있고..
마음이 조금은 안심이 된다.
아빠친구들과의 산행에 따라온 남자아이..
별 투정없이 그래도 잘도 내려간다.
그래도 어린아이가 산행하기엔
조금 가파르고 위험하진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아직 산길에 눈이 있고
낙엽 아래 빙판길도 숨어있어..
나는 하산길에 두 번이나 미끄러지고..
한 번은 아예 벌러덩 자빠졌다.
넘어지면서 손을 잘못 짚었는지..
장갑에 빵구가 나고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아팠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였다.
일단 상원사까지 하산하고 볼 일이다.
마침내 상원사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얼마나 반가운 마음이였던지..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다시 봉우리를 넘어서
용문사까지 가야 한다.
이미 산속에 어둠은 내려왔고..
초행길인 산길을 캄캄한 어둠 속에서 걸어가야 한다 생각하니..
조금 두렵고 막막했다.
그러나 어쩌랴..일단 가봐야지.
해드랜턴을 키고 어두운 산길을 더듬어 걸어간다.
다급한 나에 비해 느긋한 내남자..자꾸 쉬어가자..한다.
다행히 쉴만한 쉼터가 나왔고 나무벤취도 있어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밤하늘에 달빛이 은은하여 그나마 어둔 산길을 희미하게나마 밝혀주고 있다.
잠시 후 인기척이 들리고..
산능선길에서 보았던 남녀가 해드랜턴을 밝히고 걸어오고 있다.
그 순간 반가운 맘이야..
이런 산 속에서 길동무를 만나다니 구원병을 만난 듯 반가왔는데..
그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았다.
잠시 인사만 나누고 발걸음을 재촉해서 멀어져 간다.
나는 그 동지들을 놓치기 싫어 서둘러 그들 뒤를 쫓아갔다.
정말 정신없이 그들의 불빛을 따라 얼마를 갔을까..
뒤에서 내남자가 멈춰 보라고 소릴지른다.
아까 분명 계곡을 건넜는데..다시 계곡을 건너 돌아가고 있다고..
아무래도 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나는 그냥 일단 산아래로 내려가자고..
내려가서 택시를 타고 용문사를 가자고..
내남잔 이제 거의 다왔는데 조금만 더 가보자고..
그렇게 우리둘이 티격태격하는 사이..그들은 멀어져 갔고..
우리둘이는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산을 올라간다.
그렇게 한참 올라가니 내남자 말대로 우리가 놓친 이정표가 나왔고..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니 상원사로 하산하는 길이 나왔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마침내 상원사에 도착했다.
그제서야 다리며 종아리 발바닥까지
걸음을 뗄 수 없을만치 아프다.
산길을 하산하는 중에는 그런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긴장이 풀리고 나니 걸음조차 걷기가 힘이 들다.
시간을 보니 저녁 8시를 향해 가는 시간..
우리둘이는 장장 9시간의 산행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연이틀..
나는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걸음조차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마음은 행복했다.
다음 산행이 다시 기다려진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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