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길 머무는 그곳에 말, 곡, 소리-zzirr http://blog.daum.net/zziirr/8070084
어느 산이든..
산은 산마다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껏 내가 오른 어느 산도 나에게 실망을 안겨준 적은 없다.
산은 늘 자기만의 아름다움과 깊음과 넉넉함으로
나를 품어주었다.
♥
현위치 백운산(903.1m)..
흥룡사까진 4키로 넘게 남았으니..
서둘러 내려간다 하더라도 2시간여..
결국 중간에 산어둠과 마딱뜨려야 할 것이다.
일단 최선을 다해 하산하기로 한다.
해가 서산마루를 향해 가속패달을 밟듯이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우리가 올라 온 길 보다 하산길이 완만한 능선길에다
경치도 수려하고 볼꺼리도 많았다.
나는 또 궁시렁거린다.
사실..내가 이 능선길을 들머리로 하자고 강력히 권고했건만..
능선길 눈밭 위로 산짐승의 발자욱이 자주 눈에 뜨인다.
산토끼나 고라니라면 몰라도..행여나 멧돼지라도 만날까..
나는 점점 다가오는 산어둠 보다 산짐승의 습격이 두려웠다.
아직도 산중턱의 능선길은 이어지고 내리막길은 나오질 않는다.
해는 이미 서산마루를 넘어가 버렸고 순식간에 찾아온 어둠..
내남자와 해드렌턴과 후레쉬를 켠다.
다소 안도가 된다.
내남자가 곁에 있고 이렇게 어둔 산길을 밝혀줄 불빛이 있으니..
다만..산짐승은 여전히 두려웠다.
산 아래..저 멀리로 불빛이 보인다.
작은 산촌마을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도로가 가로등 불빛..
그리고 지나가는 자동차 해드라이트 불빛..
반가운 마음이 들지만 나는 여전히 산의 중턱에 있고..
언제 저기까지 내려가나..하는 한심한 마음이 든다.
길고도 아름다운 능선길이 끝나고 마침내 내리막길이 시작되더니..
어느새 우리가 처음 출발했던 갈림길에 다다랐다.
저 아래로 흥룡사 불빛이 보인다.
길가에 가로등 불빛도 보이고..
그제서야 안도하는 마음이 된다.
늦었지만 아쉬운 마음에 흥룡사 계단을 올라가 본다.
계단을 올라서자마자 바로 앞 중간에 살찐 두꺼비?였었나??
여튼 시주함이 입을 떠억 벌리고 앉아 있었다.
어두웠지만 사찰경내의 풍경도 전혀 사찰스럽지 않고
수선스런 속세의 풍경과 더 많이 닮아있어..실망스러웠다.
사찰 아래 식당가에서 손님들을 끌기 위해 계곡에다 인공적으로 만든 얼음기둥들.. 마음에 내키지 않았었는데.. 밤빛에 보니 아름다웠다. 백운산에서 만난 절경.. 점점 어둠은 짙어가고 마음 바쁜 하산길.. 능선길에 만난 비경.. 산정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비경을 능선길로 하산하다가 만났다. 빽빽한 소나무숲 사이에 숨었다가.. 어느순간 쨘 하고 모습을 드러낸 첩첩한 산줄기들의 파노라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오늘 눈에 푹푹 묻히며 걸었던 능선줄기며.. 기다시피 헉헉대며 오른 봉우리들이 한 눈에 가득 들어왔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하산하는 내내 길고 긴 능선길의 아름다움에 빠졌더랬는데.. 이런 비경을 숨겨놓았다가 이리 토해내듯 내 눈앞에 펼쳐놓을 줄이야.. 언젠가 기회가 있다면.. 밝은 날에 이 능선길로 해서 다시 한 번 오르고 싶다. 꼭..
해드랜턴 키고 야간산행한 건 난생 처음..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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