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8.7. 비
하늘의자에 앉아 후련한 빗소리 들으며..
짙은 모노톤의 하늘을 옅게 채색해 가는
희부연 새벽을 바라보며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
하늘 의자..
내남자가 전에 부터 버리자 하던 ..사무용 회전의자..
그 의자에 삼단 방석이랑 쿠션을 놓아..베란다 한 켠에 두고..
내가 커피 마시며 하늘을 보기위해서 만든 의자이다.
등받이 쪽에 스프링이 있어 뒤로 한껏 기댈 수도 있어 좋다.
오늘 저녁 무렵엔..
그렇게 한껏 기대어 머엉하니 하늘만 쳐다 보고 있는데..
맞은편의 베란다에서..
어느 여인이 또 그렇게 나를 한참이나 쳐다 보고 있다.
괜스레 무안해진 난 비스듬한 몸을 곧추 세우고..
이 공간조차..눈치를 봐야 하나..?
새벽 5시 56분..
그예 또 새벽을 꼬박 밝혔다.
아침이 오는 세상을 바라볼 때 마다..
어제의 절망을 꿈결처럼 잊어버릴 수 있어 좋다.
그렇게 아침 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희망을 품는다.
오늘처럼 비가 내린다고..
내 희망이 빗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처럼 하늘이 잿빛이라고..
내 맘마저 회색으로 우울해 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 찌푸린 하늘이
밤새 소리내어 울어내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이런 흐릿한 세상 속을 통해 바라보는 시선이
더 편안하고 고즈넉하다.
비가 내린다.
빗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젖는다.
그래서 행복한 이 아침이다.
- 벗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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