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립니다.
그저 비를 바라봅니다.
비가 내리는 풍경을 지키며 앉았습니다.
빗소리를 듣습니다.
마음으로만 듣습니다.
여긴 13층입니다.
젖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젖어가는 풀빛이 더욱 싱그럽습니다.
나는 갈등합니다.
갈까..말까..
지금 서둘러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래도 미련 한방울 목구멍에 턱 걸려..
가야 한다고..
마음 한 끄터머리가 나를 내몰고 있습니다.
아..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비 탓입니다.
이 비가 나를 잡습니다.
우산을 받쳐들고 거리를 거닐고 싶습니다.
비를 맞고 거닐기엔..
나는 이미 마니 젖었습니다.
아..가야겠습니다.
그렇게라도 하루를 살아야겠습니다.
마니 늦었습니다.
그래도 가야겠습니다.
그래야 후회가 남지 않을 것입니다.
가는 길에 빗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풀잎이 속살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비가 오는 거리..
우산을 받쳐든 사람의 풍경도
빗방울처럼 이쁠 것입니다.
그러니 가야하지요.
안 갈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대에게로..
나의 하루 속으로..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