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부드러웠다.
안기고 싶도록 사랑스런 하늘과 구름을 보았다.
들에 나가 보았다.
네모난 벽돌 공간에서 숨막힐 듯한 삶을 느끼며..
아무데나..
하늘과 초록빛이 있는 곳이면 어디로든 가고 싶었다.
들풀이 계절처럼 퇴색해가고 있었지만
참 낭만적이라고 난 생각했다.
한 쌍의 남녀가 들풀을 꺾느라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아름다와 보였다.
그러나 부럽지는 않았다.
난 홀로 들국화 곁에 한참이나 서 있었다.
멍하니 들국화만을 응시하고 있는데..
내 시야는 안개처럼 희미해져 버렸다.
가슴이 찡 하며 한방울의 눈물이 내 뺨위를 굴러 내린다.
너무 순수하고 순박한 ..
아지못할 순결함을 일깨우는 한아름의 들꽃 앞에 서 있는 내가
오늘은 초라해 견디기 힘들었다.
- 86.10.3 스무살의 벗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