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랑 신리천을 걷는다.
비 내린 후라..
돌돌 물 흐르는 소리가 또랑또랑하다.
"엄만,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너무 좋아."
" 그래..?"
공감할 수 없다는 듯 ..
딸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 아? 버들강아지가 폈네.."
갯가에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 피었다.
봄이다.
버들강아지가 피었으니
이미 봄날이다.
♥
♬~ 봄에게 바라는 것 / 포지션
갯버들(버들 강아지)
벗님아,
세월 흘러 흘러 열네 살 소녀는
쉰을 훌쩍 넘긴 중년의 아낙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꼭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눈가에 깊어가는 주름도
머리에 한 올 한 올 늘어가는 흰 머리칼도
덤덤히 받아들이는 나이를 살아가고 있단다.
어느 하늘 아래 어느 곳에서..
여전히 고요하고 깊은 눈매로 살아가고 있을
나의 소녀야,
이번 봄은 왠지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맞이하고 보내온 그 숱한 봄날과는 다르게
희망보다는 삶에 대한 무심한 관망..
참 쓸쓸하고 허랑하다. 이 봄날이..
요즘은 소월의 시집을 꺼내어 읽곤 한단다.
열네 살 교정 가득 넘실거리던 소월의 언어들은..
지금도 내 가슴속에서 너울거린단다.
국어시간마다 소월을 읽어주시던
우리들의 테리우스 국어 선생님..
언제나 지그시 외로운 나를 지켜주던 너의 눈빛..
너를 떠난 후..
하루도 빠짐없이 네가 그리웠다.
내 생애 가장 찬란했던 그 시절이 그리웠다.
문득.. 벗님아.. 하고
추억을 불러보는 나의 이유를 자문해 본다.
그건 아직 내게 소망이 있다는 거고..
삶을 향한 갈망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남은 생을 잘 살아내고 싶다는 의지를
네 이름자를 통해 얻기 위함이다.
벗님아..
나에게 힘을 주렴..
세상을 살아갈 이유와 희망의 빛을 주렴..
넌 나에게 언제나 빛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