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나의 이야기

벗님아, 나의 소녀야

by 벗 님 2020. 3. 10.

 

 

 

 

 

 

딸아이랑 신리천을 걷는다.

 

비 내린 후라..

 

돌돌 물 흐르는 소리가 또랑또랑하다.

 

"엄만,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너무 좋아."

 

" 그래..?"

 

공감할 수 없다는 듯 ..

딸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 아? 버들강아지가 폈네.."

 

갯가에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 피었다.

 

봄이다.

 

버들강아지가 피었으니

 

이미 봄날이다.

 

 

 

 

 

 

 

 

 

 

 

 

 

 

 

 

 

 

♬~ 봄에게 바라는 것 / 포지션

 

 

 

 

 

 

 

 

 

 

 

 

 

 

 

 

 

 

갯버들(버들 강아지)

 

 

 

벗님아,

 

세월 흘러 흘러 열네 살 소녀는

 

쉰을 훌쩍 넘긴 중년의 아낙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꼭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눈가에 깊어가는 주름도

 

머리에 한 올 한 올 늘어가는 흰 머리칼도

 

덤덤히 받아들이는 나이를 살아가고 있단다.

 

 

 

어느 하늘 아래 어느 곳에서..

 

여전히 고요하고 깊은 눈매로 살아가고 있을

 

나의 소녀야,

 

이번 봄은 왠지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맞이하고 보내온 그 숱한 봄날과는 다르게

 

희망보다는 삶에 대한 무심한 관망..

 

참 쓸쓸하고 허랑하다. 이 봄날이..

 

 

 

요즘은 소월의 시집을 꺼내어 읽곤 한단다.

 

열네 살 교정 가득 넘실거리던 소월의 언어들은..

 

지금도 내 가슴속에서 너울거린단다.

 

국어시간마다 소월을 읽어주시던

 

우리들의 테리우스 국어 선생님..

 

언제나 지그시 외로운 나를 지켜주던 너의 눈빛..

 

 

 

너를 떠난 후..

 

하루도 빠짐없이 네가 그리웠다.

 

내 생애 가장 찬란했던 그 시절이 그리웠다.

 

 

 

문득.. 벗님아.. 하고

 

추억을 불러보는 나의 이유를 자문해 본다.

 

그건 아직 내게 소망이 있다는 거고..

 

삶을 향한 갈망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남은 생을 잘 살아내고 싶다는 의지를

 

네 이름자를 통해 얻기 위함이다.

 

 

 

벗님아..

 

나에게 힘을 주렴..

 

세상을 살아갈 이유와 희망의 빛을 주렴..

 

 

넌 나에게 언제나 빛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 벗 님 -

 

 

 

'♥삶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사꽃 추억  (0) 2020.04.23
나의 성격 유형(MBTI)  (0) 2020.04.22
골프  (0) 2020.01.08
아듀 아듀  (0) 2020.01.01
가을비 우산 속  (0) 2019.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