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째 월이가 연극티켓을 보내주었다.
조카 다현이가 친구들과 볼려고 예매를 했는데
갑자기 과제가 생겨 못보게 되었다고..
우난 낼 자격증 시험이 있어서 안되고..
쏭이더러 가라니깐 혼자서 어케 연극을 보냐며 싫다고..
한없이 가라앉던 마음에 작은 활력이 될 것 같아서..
동탄 집에서 대학로까지 나로선 멀고 먼 초행길이지만..
길을 나서기로 한다.
시간 여유가 되면 마로니에 공원에서 가을정취도 느껴볼까 해서
넉넉하게 길을 나섰지만..
날은 추웠고 어느새 길은 어둑해져 버렸다.
추위도 녹이고 시간도 보낼 겸..
아트원시어터 바로 앞의 카페에서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연극 시간을 기다린다.
♥
대학시절..대구 동성로로..
친구 미정이랑 가끔 연극을 보러가곤 했었다.
그 때 아이 손 잡고 온 부부의 모습이 너무 좋아보여..
나도 나중에 예쁜 가정 꾸리면..
아이 손잡고 한 달에 한 번은 연극 보러 와야지..
그런 로망을 가졌었다.
하지만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그것도 초대권이나 생겨야 보러가지..
내가 직접 예매해서 간 적은 없었다.
무엇에 쫒겨 이리 살아왔을까..
참 여러모로 허투로 살아왔다 싶다.
♬～ Feelings -Andy Williams
장장 2시간 30분이라는 공연시간이 짧다 느껴질만큼..
빠져들었다.
관객은 젊은층이 다수를 이루었고..
남자보단 여자가 월등히 많았고..
더러 부부로 보이는 중년들도 보였고..
단체로 우루루 온 중년의 여인네들도 있었고..
모녀지간에 온 듯한 모습도 보였다.
처음엔 무감하게 연극을 보았는데..
끝날 즈음엔 눈물이 맺혔고 가슴이 뛰었다.
연극이 모두 끝나고 괜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나도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막차 놓칠까 연극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혜화역에서 서울역..
서울역 버스환승장에서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나는 차창에 기대어 연극의 여운을 느끼며..
이 대사를 곱씹었다.
길을 잃을까 집 밖으로 한 발자욱도 나가지 못하는
필립에게 헤롤드가 한 말..
정확하진 않지만..
♡
네가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넌 이제 다시는 길을 잃지 않을거야.
- 벗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