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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살림 이야기

굿바이 지펠

by 벗 님 2018. 7. 27.

 

 

 

 

 

 

 

지펠냉장고..

 

나 시집오고 두 번째 냉장고다.

 

신혼 때 사용하던 첫 냉장고는 고장이 나서 버린 게 아니라..

 

신혼 단칸방에 들어가는 작은 냉장고를 사다보니

 

용량이 너무 작아서..

 

우나 초등학교 1학년 때 저 지펠냉장고를 새로 장만했었다.

 

그렇게 햇수를 따져보니 장장 18년을 동고동락했다.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것 같은데..18년이라니..

 

냉장고 수리하러 오신 기사아저씨도 깜짝 놀란다.

 

보통 냉장고 수명이 10년 안팎이라며..

 

그 세월 동안에 큰 탈 없이 우리랑 함께 해준 지펠..

 

사람으로 치자면 큰 사고나 병치레 없이 잘 살다가..

 

수명이 다 하여 떠나는 것과 같은 ..

 

 

나는 18년이나 무탈하게 냉장고를 사용한 것이 자랑스러운데..

 

나랑은 사고방식이 참 다른 우나는..

 

요즈같이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

 

냉장고 하나를 18년이나 사용했다는 사실이 창피하단다.

 

 

우나의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안다.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

 

그런 삶을 지향하는 우나에겐..

 

낡고 구질구질한 것을 붙들고 있는 이 엄마가 늘 불만이였을 것이다.

 

딸의 마음을 ..사고방식을 ..십분 이해하고 존중한다.

 

다만 내가 지향하는 삶과 다를 뿐이다.

 

 

 

 

 

 

 

 

 

 

1777

 

 

 

 

 

 

 

 

 

 

 

 

 

 

 

 

 

 

 

 

 

 

 

 

 

 잠에서 부시시 깨어 주방으로 온 쏭이..

 

" 오늘 새 냉장고 온대.."

 

" 그럼 이 냉장고는 어떡해?"

 

"새 냉장고 갖고 오신 아저씨들이 수거해 갈거야.?

 

"엥? 그럼 이 냉장고랑 이젠 마지막이야?"

 

"어케..그동안 엄청 정들었는데.."

 

 

우나랑 다르게 쏭이는 냉장고와의 이별을 진심 아쉬워 한다.

 

 

하긴 그랬다.

 

쏭이는 아침마다 잠에서 깨면 지펠냉장고 앞에 서서 키재기를 했었다.

 

 

" 꺄악~엄마,, 나 또 키컸엉.이러다가 나 냉장고보다 더 크는 거 아냐?"

 

키 크는 걸 싫어하는 쏭이는 아침마다 냉장고랑 키재기를 하며..

 

또 키가 컸다고 비명을 질러대곤 했었다.

 

 

문득 나도 서운한 마음이 왈칵 든다.

 

마치 오래 정든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 같은..

 

물론 새 냉장고가 도착하면 금새 잊어버리겠지만..

 

18년이나 동고동락했던 지펠냉장고와의 작별이 무척 아쉬웠다.

 

 

 

굿바이..지펠..

 

 

 

 

 

 

 

 

 

 

 

 

 

 

 

 

 

 

- 벗 님 -

 

벗님 감성이 진심 가을햇살처럼 투명합니다.
저는 늘

산님의 깊고 하늘한 감성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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