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독일전이 있던 날 저녁..
쏭이가 혼자 심야영화 보러 갈거란다.
내남자가 혼자 가지 말고 엄마도 데리고 가란다.
심야영화 보고나면 자정이 훌쩍 넘을테고..
야심한 시각 홀로 집으로 돌아 올 딸이 걱정되어
내 핑계를 댄 것일 것이다.
"엄마, 같이 갈래?
" 응.."
혼자 심야영화 보러 간다는 딸이 걱정되지만..
가지 마라는 소리는 못하고..
나를 딸려 보내는 내남자..
축구 독일전을 보고 싶긴 했지만..
쏭이가 이런다.
" 엄마, 100% 지는 게임이니깐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아.."
"글치.."
♥
♬~
중독된 사랑과 어울리는 애절한 팝모음
백석터미널 메가박스..
11시 몇 분 꺼로..쥬라기월드를 예매한 쏭이..
콜라 큰 거 하나만 사서 극장 안으로 들어간다.
월드컵 축구 독일전을 포기하고
우리처럼 심야영화 보러 온 사람이 열댓 명쯤?
우리 옆라인에 삼십 대쯤으로 보이는 남자 네 다섯 명이 앉았는데
입구에서부터 인상이나 행동거지가 왠지 불량스러워 보였는데..하필..
영화 보는 내내 자기네들끼리 큰 소리로 떠들어대고..
상식이 부족한 건지..안하무인인지..
두 시간이 넘는 영화를 보는 동안..
그 남자들이 무서워 화장실도 갈 수 없어 안절부절하니
쏭이가 같이 따라가 준다.
쏭이는 영화 보는 내내 나를 체크한다.
엄마가 또 꾸벅 졸고 있지나 않나..하고..
잘 참다가 끝나기 몇 분 전에 깜빡 졸았던가 보있다.
문득 눈 떠 보니 스크린에는 끝나는 자막이 흐르고 있다.
쏭이가 폰을 확인하더니..
" 헐..엄마 대박~우리가 2대 0으로 이겼대.."
" 설마? 오보 아니야?"
독일을 ..그것도 2대 0으로 이기다니..
믿기지 않았지만..영화관 안 여기저기서 환호와 탄성이 흐른다.
진짜 대박이다.
16강 진출하지 못한 건 너무나 아쉬웠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에 무척 흥분되고 기뻤다.
축구 독일전을 못 본 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딸과의 심야영화 데이트가 내겐 훨씬
의미있고 값진 시간이었다.
새벽 2시를 향해 가는 시간..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쏭이랑 함께 걷는 유월의 새벽공기..
새벽바람이 참 좋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