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보다 기온이 10도 가까이 떨어진 날이었다.
초겨울 인양 추웠고 바람도 매섭게 불었다.
수험생도 학부모들도 다들 움츠린 채 발걸음을 빨리 한다.
이렇게 추운데 어제 산 후드티 하나만 달랑 입고 온 쏭이가 걱정이 되었다.
시험 치는 내내 벌벌 떨고 있는 건 아닐까..
쏭이가 늘 마시는 집에서 만들어 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아빠 차에 두고 내려 구내의 커피점에 들렀더니 주욱 늘어선 줄..
포기하고 생수 한 병들고 입실해서 그것도 맘에 걸리고..
쏭이 들여보내 놓고 학부모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20여분 지났을까..
배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토할 것만 같다.
점점 심해지더니 급기야 창자가 꼬인다.
도무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몰려온다.
일단 복도로 나가 창피한 줄도 모르고 쪼그려 앉는다.
결국 화장실에 가서 토를 한다.
아침에 먹은 게 없어서 헛구역질만 올라온다.
내 경험상 식중독 같다.
'내가 아침에 뭘 먹었지?'
가만 생각해 보니 쏭이가 김치볶음 먹고 싶대서..
김치볶음에 넣을 연어 통조림 따서..
그걸 생으로 살짝 맛보았는데..
아무래도 거기에서 탈이 난 듯하다.
너무 괴로워서 복도에 주저앉아 끙끙거리고 있으려니..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양호실에 한 번 가보라며..
손수 나를 양호실로 안내해 주신다.
깔끔하고 너른 양호실..
양호 선생님도 친절하시다.
약을 주시고 좀 누웠다 가라며 침대의 전기장판에 불도 켜주시고..
배 위에 핫팩도 따뜻하게 올려주신다.
일단 우나에게 배 아프지 않냐 톡을 하니
우나는 괜찮단다.
무엇보다 쏭이가 걱정이다.
나처럼 배앓이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던가 보았다.
선생님이 깨우며..
아이들 시험 다 보고 나오고 있다고,.
따님이 기다릴 거 같아 깨웠다고..
후다닥 일어나 감사하다고 거듭거듭 인사를 드리고..
우우루 아이들이 몰려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오고 난 한참 후에..
쏭이가 나온다.
다행히 따스한 창가에 앉아서 하나도 안 추웠고..
컨디션도 좋았단다.
캠퍼스 화단에
하얀 구절초가 무더기로 피어 있었다.
보랏빛 쑥부쟁이도 아름드리 피어 있었다.
그러나 하나도 사진에 담질 못했다.
양호실에서 약 먹고 한 잠 잔 덕인지..
다행히 배앓이와 구토는 한결 나아졌다.
♬~새터의 태양-Susan Jacks
- 벗 님 -
'♥사랑 > 쏭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쏜다 사라다빵야빵야 (0) | 2016.10.25 |
---|---|
앗!메리카노 (0) | 2016.10.25 |
쏭이 수시 치던 날 (0) | 2016.10.13 |
엄마, 울산 할아버지 꿈꿨어 (0) | 2016.09.24 |
쏭이는 떡볶이 마니아 (0) | 2016.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