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첫시간이라 꼭두새벽같이 서둘러야 했다.
◆
가는 길..
가로수 은행잎들이 가장 고운 빛깔로 쌓여가고 있었다.
일찍 출발한 덕분에 조금 느긋하게 시험장에 입실할 수 있었다.
시험 치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학부모들을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우나 시험장 들어가는 거 보고 걸어나오는 길..
별의별 대자보가 다 붙었는데..그 중 눈길을 끄는..
"선도야, 사시도 합격했는데
이제 우리 중 하나랑 사겨주면 안되겠니? "
가을이 그 정점을 찍고 분분히 낙하하던 하루..
살아갈수록 가을은 더 깊고 깊은만큼 더 아름답다.
젊은날엔 미처 아지 못했던 가을의 그윽함이 느껴진다.
쓸쓸함이나 황량함보다는
아직 나의 가을은 곱고도 눈이 부시다.
딸아이 논술 치러가는 그날 새벽의
아름다운 가을빛을 잊진 못하리..
- 벗 님 -
인디언 수니 - 나무의 꿈
초록별 뜬 푸른 언덕에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딱따구리 옆구리를 쪼아도 벌레들 잎사귀를 갉아도
바람이 긴 머리 크러놓아도 아랑곳없이 그저 묵묵히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아름드리 어엿한 나무가
만개한 꽃처럼 날개처럼 너를 품고 너희들 품고
여우비 그치고 눈썹달 뜬 밤 가지 끝 열어 어린 새에게
밤하늘을 보여주고 북두칠성 고래별자리
나무 끝에 쉬어가곤 했지 새파란 별똥 누다 가곤 했지
찬찬히 숲이 되고 싶었지 다람쥐 굶지 않는 넉넉한 숲
기대고 싶었지 아껴주면서 함께 살고 싶었지
보석 같은 꿈 한 줌 꺼내어 소색거리며 일렁거리며
오래 오래 안개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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