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월드짐 댄스파티 中..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언제부터인가..
아마 이용의 그 노래 잊혀진 계절이 불려진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왠지 그냥 보내어선 안될 것 같은..
무언가 하나의 의미를 남겨야만 될 거 같은..
시월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달이다.
가을이 가장 붉게 물든 달이고..
보라빛 들국화 처연한 달이고..
들녘에 억새 새하얗게 나부끼는 달이고..
내가 태어난 달이다.
그 하루..시월의 마지막날..
비가 내렸다.
마지막 가을비인 듯..
비는 종일을 내렸고 날은 차고 시렸다.
공연이 끝나고..
한꺼번에 밀려오는 피로로
오전시간은 나른한 잠 속에서 헤어날 길이 없이 깊었다.
일년에 한 번 있는 댄스공연..
우나나 쏭이가.. 괜찮았다 ..엄마 잘 하더라..
그 말만으로도 대성공이다.
사실 딸들에게 인정받는 거..쉬운듯 하지만..
그게 그리 호락한 일은 아니다.
기뻤다.
나의 딸들이 이 엄마를 인정해준다는 사실이..
나는 기뻤다.
내남자는 다른 사람 안보구 나만 쳐다봤다며..
당연한 소릴 하면서 생색이다.
그럼 다른 사람 보구 싶었는데..참고 안봤다..
뭐 그런 소리로 들리니..
부시럭 잠깨어 우나를 데리고 외출한다.
기집애..벌써 나흘째 학교에 안가고 있다.
열 내린지 이틀이 지났건만..신종도 아닌 것이 신종 핑곌대며..
병원가서 진료확인서 끊고..원두 커피 한 잔 마시고..
비오는 날..
나는 너무 이쁜 나의 딸과의 데이트를 즐긴다.
로파우사다..옷을 좋아하는 우나랑 들른 곳..
늘 지나치기만 하다가 들러본 그 곳..
나는 문득 밍크 코트를 입어보고 싶어진다.
이쁘다..보라빛깔이 나랑 잘 어울린다..
옷이 날개라 그러더니..거울 속 내모습이 귀부인 같아 보인다.
부드러운 밍크의 감촉..깃털처럼 가벼이 몸에 착 감기는 착용감..
순간 밍크나 모피를 반대하던 동물애호가들의 시위장면이 머릿속을 지나갔지만..
나는 이미 밍크의 그 부드러운 유혹에 푸욱 빠진 상태..
사고를 쳐..? 말어..?
순간..생일선물로 다이아반지를 받았다는 은주씨와
그냥 사고 싶어서 하나 장만했다며
고가의 다이아 목걸이를 하고 운동하러오는 화진씨가 떠오르며..
그녀들의 핑곌 대어 보기도 하며..나를 합리화시켜도 보지만..
내 생일날에 이미 과한 선물을 받았는데..
이리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내남자는 나를 위해 과한 지출을 했는데..
한 시간여를 입었다 벗었다
그 밍크를 만지작거리며 망설이니..
우나가.."엄마 너무 불쌍하다. 그냥 사.."
"아빠한테 너무 미안하잖아..며칠전에 이미 선물도 받았는데.."
"그리고 지금은 예전 같지 않잖아.."
나는 비가 내리는 거리를 거닐었다.
옆엔 나의 딸이 함께였고..
내리는 비만큼이나 마음이 젖어가고 있었다.
내남자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였다.
가슴이 시렸고 가슴이 떨렸고 나는 슬퍼 눈물이 나려했다.
나는 나에 대한 연민에 조금 아렸고..
내남자에 대한 연민에 많이.. 아주 많이 슬펐다.
비가 내린다.
지나가던 남자의 우산이 바람에 젖혀진다.
그렇게 바람도 분다.
마음에 싸아한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옷깃을 여며보지만 마음의 추위를 어찌 할 수는 없다.
지나갈까?
지나가겠지..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모든 것은 그렇게 바람같았으니까..
지나갈거야..바람처럼..
나중엔 웃으며 얘기할지도 몰라..
아니.. 눈물이 날까?
훗날..힘들었던 한 때를 상기하노라면 눈물이 날지도 몰라..
지금 참고참는 눈물이 그때서야 후련히 흘러내릴지도 모르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
하루라도 빨랐으면 좋겠어..
지금 다하지 못하는 이야기..
그 땐 할 수 있을거야..고백처럼..
나와 우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느낀다.
나의 딸과 함께 거리를 거닐때면..
나는 가슴에 자랑스런 훈장을 하나 달은 듯이..
당당해지고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세상 가장 행복한 엄마가 된다.
이 행복한 엄마가 지금 가장 슬픈 이유는..미안함때문이다.
나의 딸들에게 너무 미안하기 때문이다.
가끔 삶은 아득하다
헤어날길 없이 아득하다
시월의 마지막 밤..
나는 이유도 근원도 명분도 없는 눈물을 떨구고 앉아 있다.
설명할 길 없는 ..
아니.. 숨기고픈..
얘기하기 싫은..
들키고 싶지않은..
혼자만의 뚜렷한 이유로 나는 울고 앉아있다.
왜 우느냐.. 물어도 나는 대답할 수가 없다.
그건 내 자존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 생애 또 한 번의 시월을 보낸다.
나는 이 날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아주 오래오래..
비밀한 가슴을 안고..
시월의 마지막 밤이 흐른다.
- 2009년 10월 31일 -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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